국민의힘이 경기도 김포시의 서울특별시 편입을 공론화하면서 내년 총선을 앞두고 이슈 선점에는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민의힘은 서울 편입으로 고질적인 교통체증이 완화될 것이란 명분을 내세웠지만, 교통문제는 서울 편입을 하지 않더라도 얼마든지 개선할 수 있는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
그보다도 김포 주민들의 집값 상승 기대감을 자극해 선거를 유리하게 치르려는 '표(票)퓰리즘' 성격이 더 강하다. 여당 내부에서도 이명박 정부시절 총선 승리의 발판이 됐던 "제2의 뉴타운'이란 얘기가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특히 서울 편입은 여러가지 현안과 맞닿아 있어 김포 주민 입장에서도 득이 될지, 실이 될지 불분명한 지점들이 많다. CBS노컷뉴스는 김포시가 '서울시 김포구'가 되면 어떤 것들이 바뀌는지 짚어봤다.
'김포구'되면 규제는 확대, 세제 혜택은 축소
김포시가 과밀억제권역인 서울로 편입되면 산업단지 신규 조성이 금지되고 대형건축물에 과밀부담금이 부과된다. 규제가 강화돼 김포 뿌리 기업이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과밀억제권역이란 인구 및 산업이 집중될 우려가 있어 인구, 산업을 이전하거나 정비할 필요성이 있는 지역으로 서울 전역과 성남, 광명 등 경기 일부가 여기에 해당한다.
과밀억제권역에 법인을 설립하거나 법인의 본점을 이전할 경우 세금을 3배 더 납부하게 된다. 이런 중과세 때문에 법인의 부동산 취득 시 과밀억제권역은 매우 중요한 고려 사항이다.
현재 김포 전역은 성장관리권역이지만 서울로 편입되면 과밀억제권역에 들어가게 돼 규제는 강화되고 세금 혜택은 축소된다. 본점, 주사무소, 부동산, 공장, 신증설과 관련된 취득세는 2.5배(2.8%→6.8%), 공장용 건축물에 대한 재산세는 2배(0.25%→0.5%) 높아진다.
"농어촌입학 혜택받으려 이사했는데" 학부모들 술렁
농어촌 전형은 도시 지역에 비해 열악한 교육환경을 가진 농어촌고교생들의 입시를 돕기 위해 만들어진 입시 제도다. 대체로 부모와 자녀가 중·고교 6년을 해당 지역에 살며 학교를 다니면 지원이 가능하다. 2024년 농어촌·도서벽지 학생 모집인원은 모두 9646명에 달한다.
김포시는 도농복합지역으로 3읍(통진읍, 고촌읍, 양촌읍)과 3면(대곶면, 월곶면, 하성면) 주민의 경우 농어촌전형 대상에 속한다. 특히 김포시 고촌읍은 농어촌 특별전형 대상 지역이면서 서울시 강서구와 맞닿아 있다. 지하철 김포골드라인 고촌역을 이용해 30분이면 양천구 목동에 도착할 수 있다.
서울 목동 학원가에서 수업을 들을 수 있고 농어촌 특별전형 이점도 꾀할 수 있어 아파트 분양 광고에도 '농어촌 특별전형 지원이 가능하다'는 내용이 등장하곤 했다. 고촌읍은 이를 염두에 두고 서울 등 수도권에서 이사 오는 주민도 적지 않다.
김 모 씨는 "내신을 따기 쉽지 않아 아이가 초등학생 때 고촌읍으로 이사를 왔는데, 앞으로 어떻게 될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라며 "현실적인 대안과 정책이 나와야 한다"고 전했다.
편입 이슈에도 부동산은 '잠잠'
김포 편입 소식에도 아파트 값은 보합세를 기록했다. 지난 9일 한국부동산의 주간 아파트값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이번 주 김포 아파트값 변동률은 0.00%다. 정치권의 뜨거운 관심과 달리 집값은 지난 1주일간 거의 움직이지 않았다.
다만 수요자들의 관심과 문의가 늘어나는 모습도 보인다. 김포시민 A씨는 "언론 보도 발표 이후 5명이나 집을 보러왔다"며 "저렴한 매물을 중심으로 입질이 오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분양시장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실제 지난달 27일 문을 연 '고촌센트럴자이' 견본주택에는 오픈 당일 포함 주말 3일 동안 2만 6천여 명이 다녀간 것으로 나타났다.
김포에서 10년을 살았다는 B씨는 "일산대교 무료화, 5호선 확정 등 기존 정책은 다 결론 내리지 못한 채로 서울시 편입을 하면 뭐하냐"며 "인프라 개선 없이 갑자기 행정 주소만 변경하겠다는 건 '빛 좋은 개살구'"라고 했다.
또 다른 김포시민 C씨도 "가장 시급한 것은 5호선 GTX 확정이지 서울 편입이 아니"라며 "매번 추진하겠다는 말만 들으니 기가 찬다. 김포편입은 선거용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김포시민들의 반응은 지금껏 서울 지하철 5호선 김포·검단 노선 연장이 확정을 고지에 두고 매번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고 힘을 잃었기 때문이다. 7년 가까이 반복된 약속과 파기 속 그간 누적된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담긴 것으로 보인다.
김포 주민단체들 사이에서도 서울 편입계획을 놓고 찬반이 엇갈리는 상황이다.
앞서 대부분의 주민단체는 교통과 학군이 개선될 것이라며 서울 편입을 환영했지만, 7일 김포지역 시민단체인 '시민의힘'은 김포시의 서울 편입 계획을 '혹세무민'이라고 규정하면서 반대의 뜻을 밝히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