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는 올해 정규 시즌 팀 평균자책점 1위(3.67)로 탄탄한 마운드를 자랑한다. 평균자책점 3.41로 압도적인 1위에 오른 불펜진은 LG 마운드의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힌다.
이에 맞서는 KT의 마운드도 만만치 않다. 정규 시즌 선발 평균자책점은 4위(3.87)로 LG보다 높지만, LG(52승)보다 많은 승리를 수확해 다승 1위(57승)에 올랐다.
두 팀의 마운드 운영 색깔은 확실했다. KT는 탄탄한 선발진을 앞세워 최대한 많은 이닝을 버티고, LG는 선발이 흔들리면 곧바로 불펜진을 가동한다.
LG는 1차전에서 '에이스' 케이시 켈리가 6⅓(2실점)을 책임진 덕분에 불펜 투수를 이정용(⅔이닝), 함덕주(1이닝), 고우석(1이닝) 등 3명만 기용하며 소모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 하지만 마무리 고우석이 2 대 2로 맞선 9회초 문상철에게 결승타를 허용해 2 대 3으로 패했다.
하지만 2차전에서는 선발 최원태가 ⅓이닝 만에 4실점으로 무너져 강판됐고, 이후 이정용(1⅔이닝), 정우영(1⅓이닝), 김진성(⅔이닝), 백승현(⅔이닝), 유영찬(2⅓이닝), 함덕주(1이닝), 고우석(1이닝) 등 7명의 불펜 투수를 대거 기용했다. 결과적으로는 3 대 4로 뒤진 8회말 박동원의 결승 2점 홈런이 터져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반면 KT의 불펜진 기용은 1차전에서 2명, 2차전에서 3명에 그쳤다. 1차전 선발 고영표와 2차전 선발 쿠에바스가 나란히 6이닝씩 책임지며 불펜진 소모를 막았다.
현재 선발진 뎁스가 얇은 탓에 어쩔 수 없이 잇몸으로 버티는 형국이다. 정규 시즌 선발 자원이던 엄상백과 배제성의 몸 상태가 온전치 않은 탓이다. 이에 KT 이강철 감독은 "우리는 선발 야구를 해야 한다. 선발이 5~6이닝을 맡아주면 젊은 불펜들이 기세가 좋으니 잘 막아줄 것"이라며 "선발 싸움에서만 안 밀리면 된다"고 강조했다.
이날 LG는 '엘린이(LG 어린이 팬)' 출신 임찬규, KT는 'LG 킬러' 벤자민을 선발 투수로 내세웠다.
임찬규는 올해 정규 시즌 30경기 등판해 14승 3패 1홀드 평균자책점 3.42를 기록, 국내 선발 투수 최다승을 수확하며 토종 에이스 역할을 톡톡히 했다. 어린 시절 LG 팬이었던 그는 어느덧 선발진의 주축으로 성장해 데뷔 13년 만에 처음으로 한국시리즈 마운드에 올랐다.
이에 맞선 벤자민은 정규 시즌 LG와 5차례 맞대결에서 4승 무패 평균자책점 0.84로 강한 모습을 보였다. KT가 LG를 상대로 거둔 6승(10패) 가운데 무려 4승을 책임졌다.
이날 선취점을 내준 건 벤자민이었다. 벤자민은 3회초 1사 2, 3루에서 오스틴에게 3점 홈런을 허용했다. 하지만 KT 이강철 감독은 벤자민에게 계속 마운드를 맡겼다.
곧바로 임찬규도 실점을 했다. 3회말 선두 배정대에게 볼넷을 내준 뒤 김상수에게 안타를 맞고 무사 1, 2루 위기에 몰렸다. 이때 황재균에게 적시 2루타를 맞고 1점을 허용했다.
벤자민은 4회초를 실점 없이 마쳤지만, 임찬규는 4회말 2사 만루 위기에 놓이자 교체됐다. LG는 이날 경기에서도 KT와 달리 불펜진을 과감하게 운영했다. 임찬규 대신 투입된 김진성은 김상수를 뜬공으로 처리하며 실점을 막았다.
바뀐 투수 정우영은 1사 2, 3루에 몰리자 곧바로 함덕주와 교체됐다. 하지만 함덕주는 김민혁과 알포드에게 각각 적시타를 내주며 동점을 허용했고, 결국 백승현에게 배턴을 넘기고 물러났다. 이후 백승현도 2사 1, 2루에서 조용호에게 적시타를 맞아 역전을 내줬다. 반면 벤자민은 5회에도 무실점 피칭을 이어갔다.
벤자민도 6회초까지 버티진 못했다. 선두 문보경에게 안타를 내주자 결국 손동현과 교체되며 마운드를 떠났다.
하지만 이 교체는 결과적으로 독이 됐다. 손동현은 마운드에 오르자마자 박동원에게 홈런을 맞고 역전을 허용했다. LG는 박동원의 2점 홈런으로 5 대 4로 앞서갔다. 손동현은 이후 문성주에게도 안타를 맞은 뒤 이상동과 교체됐다.
이후 LG는 유영찬이 6회부터 7회까지 무려 2이닝을 실점 없이 막아냈다. KT도 이상동이 2이닝 무실점으로 잘 막아준 덕에 마운드에 안정감을 되찾았고, 박영현도 8회초 무실점 역투로 힘을 보탰다.
8회말 LG의 마무리 투수로 등판한 고우석은 흔들렸다. 황재균에게 적시 2루타를 맞고 동점을 허용한 뒤 박병호에게 역전 2점 홈런을 내줬다. 지난 2경기에서 무안타로 침묵한 박병호는 한국시리즈 첫 홈런을 쏘아올리며 부활을 알렸다.
하지만 9회초 KT의 마무리를 맡은 김재윤은 더 큰 한 방을 맞았다. 2사 1, 2루에서 오지환에게 3점 홈런을 내주고 다시 역전을 허용한 것. 이후 9회말 고우석과 이정용이 KT의 마지막 공격을 실점 없이 막아내며 승리를 지켰다.
이날 LG는 선발 임찬규(3⅔이닝)에 이어 김진성(⅓이닝), 정우영(⅓이닝), 함덕주(0이닝), 백승현(⅔이닝), 유영찬(2이닝), 고우석(1⅓이닝), 이정용(⅔이닝) 등 7명의 불펜 투수를 기용했다. KT는 벤자민(5이닝) 이후 손동현(0이닝), 이상동(2이닝), 박영현(1이닝), 김재윤(1이닝) 등 불펜 투수 4명을 투입했다.
LG는 2차전에 이어 3차전에서도 과감한 벌떼 야구를 펼쳤다. 2차전만큼 효과적이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승리를 이끌어냈다. 굳게 버티던 KT의 선발 야구를 무너뜨리고 3차전 승리를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