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터뷰]성적 아쉬워도…김옥빈 '아스달' 사랑한 까닭

배우 김옥빈. 고스트 스튜디오 제공
김옥빈에게 '아라문의 검'은 4년에 걸친 기다림이자 애정 그 자체다. '아스달 연대기' 시즌2인 tvN 드라마 '아라문의 검'은 태고의 땅 아스에서 서로 다른 전설을 써가는 타곤, 은섬, 탄야, 태알하의 운명적인 이야기를 그렸다. 방대한 세계관 속에서 원년 멤버인 김옥빈은 스스로 권력의 정점이 되고자 하는 왕후 태알하로 분했다.

시즌1의 태알하가 타곤을 움직이면서도 믿고 사랑했다면, 시즌2의 태알하는 냉철한 권력의 화신이 됐다. 남편인 타곤 역시 완전히 신뢰할 수 없으며 믿을 것은 자기 자신 뿐인, 외로운 싸움을 시작한다. 타곤을 사랑하지만 증오할 수밖에 없는 복잡한 감정 역시 표현해야 했다. 김옥빈은 4년의 공백이 무색하도록 시즌1 태알하를 현재와 완벽하게 연결해냈고, 모든 걸 연기로 설득해냈다.

물론, 성적이 아쉽지 않은 건 아니다. '아라문의 검'은 추석, 항저우 아시안게임 등이 겹치면서 최고 시청률 5%대로 종영했다. 그러나 김옥빈에게 가장 중요한 건 '아라문의 검'을 사랑해준 시청자들의 평가다. 다행히 마니아 시청층은 뜨거운 호평을 보냈다. '나중에 다시 봐도 괜찮은 드라마였으면 좋겠다'는 김옥빈의 바람이 이뤄진 것이다. 평소 드라마를 좋아하는 김옥빈인지라 시즌3을 향한 시청자들의 마음도 100% 이해한다.

지금 김옥빈은 말 그대로 연기가 가장 재미있는 시기다. 연애나 결혼보다 '일'이 우선이 될 수밖에 없다. 과거의 자신이 아무것도 모르는 '신입사원'이었다면 이제는 '과장'이 된 거 같다고 할 정도다. 가장 왕성하게 일하고, 치열하게 성과를 이루는 시기가 도래한 셈이다. 김옥빈에게 연기는 이제 익숙해서 더 편안하고 즐거운 무엇이라, 더 다양하게 자신의 영역을 넓혀 가고픈 소망도 확실하다.

다음은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이뤄진 김옥빈와의 종영 인터뷰 일문일답.

배우 김옥빈. 고스트 스튜디오 제공
Q '아스달 연대기' 이후 4년 만에 시즌2로 돌아온 셈인데 감회가 남달랐을 것 같다. 작품이 만들어지기까지 주연 교체 등 여러 부침이 있지 않았나


A 시즌1에서 마무리 짓지 못한 이야기를 이번에 마무리 짓고 싶었다. 코로나19 때문에도 그렇고 계속 미뤄지다 4년 만에 제작된다고 소식을 들었을 때는 너무 반가웠다. 그만큼 걱정도 컸다. 시즌1 당시 내 열정을 모두 쏟아부었는데 공백이 있으니 그때 감정을 잘 살릴 수 있을까 고민이 됐다. 내가 한 연기를 다시 찾아보면서 그 느낌을 살리려고 했다. 너무 몰입을 하니까 '아라문의 검'을 떠나보내는 게 슬프기도 하다. 정이 많이 들었고, 더 잘할 걸 싶은 아쉬움도 크다.

Q 시즌1의 태알하와 시즌2의 태알하, 작품상 8년의 시간이 흘렀는데 어떻게 달라졌을까

A 시즌1에서 태알하는 마냥 어리다. 사람과 사랑을 믿는다. 또 내가 원하는 사랑이 이뤄질 거라는 미성숙한 모습, 치기어린 모습도 있었다. 그러나 시즌2에서는 믿을 건 자기 자신 뿐이라는 걸 깨닫는다. 아들을 더욱 혹독하게 키워내며 왕후의 모습을 지키려는 태일하를 보여드리려고 했다. 시즌1의 느낌을 살리면서 성숙한 일면을 보여주기 위해 고민을 많이 했다. 타곤과 함께 할 때는 시즌1 태알하의 모습으로 돌아가 그런 연결성을 갖추려고 했다.

Q 원년 멤버이기에 시즌2를 이끌어가는데 더 책임감이 있었을 것 같다

A 시즌1에서 사랑해주셨던 시청자들이 작품 전개에 잘 따라와 주시고 이해만 해주신다면 더할 나위 없었다. 초반에는 바뀐 역할에 대한 적응 시간이 필요할 거였고, 그렇기에 (제가) 더욱 중심을 잘 잡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끝까지 사랑해주신 시청자들에게 감사한 마음이 크다.

배우 김옥빈. 고스트 스튜디오 제공
Q 그럼에도 시청률에 있어서는 아쉬운 마음도 있겠다. 추석, 아시안게임 등이 겹치면서 시즌1에 비해 성적이 좋진 않았다


A 당연히 아쉽지만 도전적인 작품이라 어느 정도는 예상을 했었다. 중요한 건 시즌1 시청자들이 시즌2도 좋아해 주셨으면 했는데 다행히 마무리까지 평이 좋았다. 그것만으로도 너무 감사하다. 시즌2가 끝난 후에 '시즌3도 나오는 거냐'라고 SNS 메시지를 엄청 받기도 했다. 다음 이야기를 궁금해주시는 것 자체가 감사했다. 꼭 지금 당장이 아니더라도, 시간이 흘러서 봤을 때 재미있는 드라마가 됐으면 한다.

Q 여성 서사 콘텐츠가 많아지면서 태알하처럼 입체적인 여성 캐릭터들이 늘어나고 있다. 본인도 좋은 영향을 받고 있는지

A 그런 변화를 정말 많이 느끼고 있다. 데뷔 초만 했을 때도 주체적인 여성 캐릭터들이 많이 없고 정말 한정적이었다. 5~6년 사이 많이 바뀌었고, 다양한 여성 캐릭터들이 생겨났다. 배우로서 참 기쁜 게 연기할 수 있는 폭이 더 넓어졌다.

Q '집순이'이지만 워낙 스포츠 취미가 많은 걸로 안다. 요즘에는 어디 빠져 있는지

A 보통 집에 있거나 운동을 하러 가는데, 골프는 막 배우기 시작했고 서핑에 푹 빠져 있다. 물개처럼 시간이 있을 때마다 혼자 온 몸을 싸매고 바다로 간다. 국내는 주로 양양, 발리도 갔었다. 원래 스포츠 배우는 걸 좋아하는데 섭렵하게 되면 애정이 식기도 한다. 서핑은 그런데 정복을 할 수가 없다. 파도의 질을 보다가 잘 골라서 기다려야 한 번 탈 수 있고, 그렇게 제대로 된 파도를 타면 짜릿함을 느낀다. 약간 사행성 같은 느낌도 있는데, 그래서 서핑에 중독되는 거 같다. 물 위에 떠 있으면 머리가 맑아지고 스트레스가 풀린다.

배우 김옥빈. 고스트 스튜디오 제공
Q 어느덧 데뷔 20년 차를 향해 가고 있다. 지금의 김옥빈은 어느 단계까지 와 있을까


A 최근에서야 일이 더 편안하고 재밌어지더라. 경험이 쌓여 자연스럽게 그렇게 된 거 같다. 사실 데뷔 초에는 연예계 일을 잘 모르니까 모든 게 버거웠다. 배우라는 게 단순히 연기만 하면 되는 게 아니었다. 그때가 신입사원이라면 지금은 과장 정도? 이제 어렴풋이 이 일이 뭔지 알게 됐고, 제가 가지고 있는 것들을 활용해서 승진하고 싶다.

Q 남은 30대는 어떻게 보내고 싶은지 궁금하다

A 더 많은 경험을 하고 싶고, 그런 경험들을 자양분 삼아 전진하고 싶다. 배우로서 해야 하는 훈련도 게을리 하지 않고 노력해야 40대에도 왕성하게 작품 활동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보다 캐릭터, 장르 등 스펙트럼을 넓혀서 다양하게 경험해보고 싶다. 스스로에게 어떤 한계를 두고 싶지는 않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