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1의 태알하가 타곤을 움직이면서도 믿고 사랑했다면, 시즌2의 태알하는 냉철한 권력의 화신이 됐다. 남편인 타곤 역시 완전히 신뢰할 수 없으며 믿을 것은 자기 자신 뿐인, 외로운 싸움을 시작한다. 타곤을 사랑하지만 증오할 수밖에 없는 복잡한 감정 역시 표현해야 했다. 김옥빈은 4년의 공백이 무색하도록 시즌1 태알하를 현재와 완벽하게 연결해냈고, 모든 걸 연기로 설득해냈다.
물론, 성적이 아쉽지 않은 건 아니다. '아라문의 검'은 추석, 항저우 아시안게임 등이 겹치면서 최고 시청률 5%대로 종영했다. 그러나 김옥빈에게 가장 중요한 건 '아라문의 검'을 사랑해준 시청자들의 평가다. 다행히 마니아 시청층은 뜨거운 호평을 보냈다. '나중에 다시 봐도 괜찮은 드라마였으면 좋겠다'는 김옥빈의 바람이 이뤄진 것이다. 평소 드라마를 좋아하는 김옥빈인지라 시즌3을 향한 시청자들의 마음도 100% 이해한다.
지금 김옥빈은 말 그대로 연기가 가장 재미있는 시기다. 연애나 결혼보다 '일'이 우선이 될 수밖에 없다. 과거의 자신이 아무것도 모르는 '신입사원'이었다면 이제는 '과장'이 된 거 같다고 할 정도다. 가장 왕성하게 일하고, 치열하게 성과를 이루는 시기가 도래한 셈이다. 김옥빈에게 연기는 이제 익숙해서 더 편안하고 즐거운 무엇이라, 더 다양하게 자신의 영역을 넓혀 가고픈 소망도 확실하다.
다음은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이뤄진 김옥빈와의 종영 인터뷰 일문일답.
A 시즌1에서 마무리 짓지 못한 이야기를 이번에 마무리 짓고 싶었다. 코로나19 때문에도 그렇고 계속 미뤄지다 4년 만에 제작된다고 소식을 들었을 때는 너무 반가웠다. 그만큼 걱정도 컸다. 시즌1 당시 내 열정을 모두 쏟아부었는데 공백이 있으니 그때 감정을 잘 살릴 수 있을까 고민이 됐다. 내가 한 연기를 다시 찾아보면서 그 느낌을 살리려고 했다. 너무 몰입을 하니까 '아라문의 검'을 떠나보내는 게 슬프기도 하다. 정이 많이 들었고, 더 잘할 걸 싶은 아쉬움도 크다.
Q 시즌1의 태알하와 시즌2의 태알하, 작품상 8년의 시간이 흘렀는데 어떻게 달라졌을까
A 시즌1에서 태알하는 마냥 어리다. 사람과 사랑을 믿는다. 또 내가 원하는 사랑이 이뤄질 거라는 미성숙한 모습, 치기어린 모습도 있었다. 그러나 시즌2에서는 믿을 건 자기 자신 뿐이라는 걸 깨닫는다. 아들을 더욱 혹독하게 키워내며 왕후의 모습을 지키려는 태일하를 보여드리려고 했다. 시즌1의 느낌을 살리면서 성숙한 일면을 보여주기 위해 고민을 많이 했다. 타곤과 함께 할 때는 시즌1 태알하의 모습으로 돌아가 그런 연결성을 갖추려고 했다.
Q 원년 멤버이기에 시즌2를 이끌어가는데 더 책임감이 있었을 것 같다
A 시즌1에서 사랑해주셨던 시청자들이 작품 전개에 잘 따라와 주시고 이해만 해주신다면 더할 나위 없었다. 초반에는 바뀐 역할에 대한 적응 시간이 필요할 거였고, 그렇기에 (제가) 더욱 중심을 잘 잡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끝까지 사랑해주신 시청자들에게 감사한 마음이 크다.
A 당연히 아쉽지만 도전적인 작품이라 어느 정도는 예상을 했었다. 중요한 건 시즌1 시청자들이 시즌2도 좋아해 주셨으면 했는데 다행히 마무리까지 평이 좋았다. 그것만으로도 너무 감사하다. 시즌2가 끝난 후에 '시즌3도 나오는 거냐'라고 SNS 메시지를 엄청 받기도 했다. 다음 이야기를 궁금해주시는 것 자체가 감사했다. 꼭 지금 당장이 아니더라도, 시간이 흘러서 봤을 때 재미있는 드라마가 됐으면 한다.
Q 여성 서사 콘텐츠가 많아지면서 태알하처럼 입체적인 여성 캐릭터들이 늘어나고 있다. 본인도 좋은 영향을 받고 있는지
A 그런 변화를 정말 많이 느끼고 있다. 데뷔 초만 했을 때도 주체적인 여성 캐릭터들이 많이 없고 정말 한정적이었다. 5~6년 사이 많이 바뀌었고, 다양한 여성 캐릭터들이 생겨났다. 배우로서 참 기쁜 게 연기할 수 있는 폭이 더 넓어졌다.
Q '집순이'이지만 워낙 스포츠 취미가 많은 걸로 안다. 요즘에는 어디 빠져 있는지
A 보통 집에 있거나 운동을 하러 가는데, 골프는 막 배우기 시작했고 서핑에 푹 빠져 있다. 물개처럼 시간이 있을 때마다 혼자 온 몸을 싸매고 바다로 간다. 국내는 주로 양양, 발리도 갔었다. 원래 스포츠 배우는 걸 좋아하는데 섭렵하게 되면 애정이 식기도 한다. 서핑은 그런데 정복을 할 수가 없다. 파도의 질을 보다가 잘 골라서 기다려야 한 번 탈 수 있고, 그렇게 제대로 된 파도를 타면 짜릿함을 느낀다. 약간 사행성 같은 느낌도 있는데, 그래서 서핑에 중독되는 거 같다. 물 위에 떠 있으면 머리가 맑아지고 스트레스가 풀린다.
A 최근에서야 일이 더 편안하고 재밌어지더라. 경험이 쌓여 자연스럽게 그렇게 된 거 같다. 사실 데뷔 초에는 연예계 일을 잘 모르니까 모든 게 버거웠다. 배우라는 게 단순히 연기만 하면 되는 게 아니었다. 그때가 신입사원이라면 지금은 과장 정도? 이제 어렴풋이 이 일이 뭔지 알게 됐고, 제가 가지고 있는 것들을 활용해서 승진하고 싶다.
Q 남은 30대는 어떻게 보내고 싶은지 궁금하다
A 더 많은 경험을 하고 싶고, 그런 경험들을 자양분 삼아 전진하고 싶다. 배우로서 해야 하는 훈련도 게을리 하지 않고 노력해야 40대에도 왕성하게 작품 활동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보다 캐릭터, 장르 등 스펙트럼을 넓혀서 다양하게 경험해보고 싶다. 스스로에게 어떤 한계를 두고 싶지는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