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불기소 처분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성접대 의혹에 대한 2013년
1차 검찰 수사팀의 특수직무유기 혐의 사건이 끝내 법원으로 넘겨졌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차규근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전 출입국 본부장)은 지난 9일 공수처를 찾아 불기소처분에 대한 재정신청을 접수했다. 재정신청은 형사소송법에 따라 고소‧고발인이 수사기관의 불기소 처분에 불복해 관할 고등법원에 판단해 달라고 요청하는 제도다.
차 연구위원 본인이 김 전 차관 사건 1차 수사에 관여한 2013년 검찰 수사팀 소속 전·현직 검사들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특수직무유기 혐의로 고발한 사건을 공수처가 증거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분하자 법원에 재차 판단을 구한 것이다. 법원이 차 연구위원의 주장을 받아들여 앞선 수사기관의 판단을 뒤집을지 주목된다.
차 연구위원은 96쪽에 달하는 재정신청서를 통해 불기소 처분을 내린 공수처 판단의 부당함을 조목조목 반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당시 수사팀이 김 전 차관의 자택을 압수수색하지 않았고, 또 차명 휴대전화 및 관련자들에 대한 압수수색과 계좌추적 등이 이뤄지지 않아 유의미한 증거를 확보할 수 있는 타이밍을 놓쳤다는 주장이다.
김 전 차관의 자택 압수수색은 특수단이 꾸려진 이후인 2019년 4월 처음 이뤄졌는데 6년 전 뇌물 사건 수사에서 당연히 해야 할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를 전혀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차 연구위원은 김 전 차관이 사용한 대포폰과 관련해서도 2003년부터 2011년까지 9년이란 장기간 제3자로부터 휴대전화와 이용료를 제공받았음에도 압수수색 등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뇌물 사건과 같은 '화이트칼라 범죄' 사건에서 디지털증거자료 확보가 차지하는 비중과 의미를 수사팀 관계자들이 몰랐을 리 없는데 수사를 소홀히 했다는 취지다.
김 전 차관에 대한 조사도 미흡했다고 주장했다. 차 연구위원은 당시 김 전 차관이 소환 조사에 응하지 않고 있음에도 체포영장을 청구하는 등 강제수사 시도를 하지 않았고 오히려 경찰이 신청한 체포영장을 반려하고 진술이 엇갈리는 건설업자 윤중천씨와 대질 조사도 하지 않은 점 등도 재정신청서에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차 연구위원은 지난 9일 공수처를 찾아 재정신청서를 제출하며 "고발 당시부터 공수처의 수사 역량이나 여건을 고려했을 때 제대로 해낼 수 있을까 의문이 많았다"며 "공수처마저 이 사건을 불기소 처분함으로써 김학의 전 차관 사건의 수렁에 빠지게 된 것 같아 매우 안타깝고 실망스럽다"고 불기소 처분에 대한 심정을 밝혔다
앞서 공수처는 "당시 수사팀이 김 전 차관의 특가법상 뇌물 혐의와 윤씨의 특가법상 알선수재 혐의를 명백히 인식해 수사를 개시할 수 있을 정도의 단계에 이르렀다고 볼 수 없고, 이들의 위반 혐의를 인지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지난 8일 불기소 처분했다.
공수처는 불기소 결정문에 2013년 수사 당시와 2019년 특별수사단 수사 상황에서 수사 착수 배경이나, 수사의 주된 방향, 수사 여건, 수사팀 규모 등 상당한 차이가 있다는 내용 등을 담았다.
2013년 수사 당시 피의자만 총 12명에 적용된 죄명이 17개나 되는데 병합된 사건까지 고려하면 피의자와 죄명, 피의사실이 더 많은 것으로 확인되지만, 수사팀은 결재자인 부장검사를 포함해 3명이었다고 한다.
또한 핵심 관계자인 피해 여성들의 진술 신빙성을 의심할 만한 자료들이 발견됐고, 건설업자 윤중천씨도 김 전 차관과 관련한 진술을 회피하는 상황이었다는 설명이다.
반면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의 수사 권고에 따라 2019년 꾸려진 특수단은 검사 13명을 포함한 50여명 규모였고, 전방위 압수수색을 통해 다수의 증거를 확보하고 핵심 증인인 윤씨 등 관계자들의 적극적인 진술이 이뤄져 수사 여건이 바뀌었다고 밝혔다.
공수처는 "(당시) 경찰 송치기록상 등장하는 뇌물 관련 정황들은 대부분 전문진술, 정황진술에 불과해 직무관련성이나 대가성을 입증하거나 강제수사를 할 만한 단서나 정황으로 삼기에 부족했다"고 판단했다.
이어 "결정적으로 뇌물공여자로 의심되는 윤씨로부터 유의미한 뇌물 관련 진술을 확보하지 못한 점, 관계자 조사 및 증거수집 과정에서도 구체적인 입증 자료를 확보하지 못했다"며 "이런 점들을 종합할 때 뇌물 관련 혐의의 단서나 정황이 부족했기 때문에 혐의를 발견하지 못하고 수사를 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른바 '김학의 성 접대' 사건은 2013년 7월 경찰이 윤씨 별장에서 촬영된 성 접대 동영상과 피해 여성들의 진술을 토대로 김 전 차관과 윤씨를 특수강간 등 혐의로 검찰에 넘기면서 비롯됐다.
검찰은 같은 해 11월 무혐의로 사건을 종결했다. 이후 2015년 검찰이 2차 조사에 나섰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2019년 특수단이 꾸려진 이후 김 전 차관을 특가법상 뇌물 혐의로 기소했지만, 공소시효가 지났거나 혐의가 입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법원에서 무죄·면소 판결을 확정받았다. 윤씨만 다른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