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보다 금방 방송에 들어가 예능인으로서 자리를 잡아간 딘딘은, 인기나 인지도가 올라간다고 해서 그만큼 대중이 자기 음악에 관심을 주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한때는 '나 이렇게 열심히 음악 하는데 왜 몰라주지?' 하는 원망과 섭섭함을 품었다. 10주년을 맞은 지금은 아니다. "아무리 유명한 가수여도 좋은 곡을 내지 않았을 때 평가는 생각보다 훨씬 냉정"하다는 걸 알았고, 본인도 '좋은 음악'을 계속 내고 싶다고 마음을 고쳐먹었다.
지난 8일 오후, 서울 마포구 슈퍼벨컴퍼니 사옥에서 딘딘의 '데뷔 10주년 기념' 라운드 인터뷰가 열렸다. 예능 '1박 2일 시즌 4'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에 출연하고 라디오 프로그램 '딘딘의 뮤직 하이'를 진행해 '예능인 이미지'가 더 익숙할 수 있겠으나, 딘딘은 해를 거르지 않고 신곡을 내는 부지런한 가수이자 창작자 중 한 명이다. 올해도 '로그아웃' '인생네컷' '이런 사랑 하지 마세요' '속는 중이야' '울었어'까지 5장의 싱글을 냈다. 오는 18일에는 서울 강북구 성신여대 운정그린캠퍼스 대강당에서 '딘비케이션 : 더블 파티'(Dinvitation:Double Party)를 연다.
본업인 가수보다는 예능인으로서 더 치우친 생활을 할 때가 있었다. 그래서인지 딘딘은 '가수'로서 체감하기에는 이제 겨우 "2~3년차"가 된 것 같다고 털어놨다. "너무 준비되지 않은 것"이라서 요즘도 '쇼미더머니' 시절 자신을 못 본다는 딘딘은, 방송 촬영 마치고 코미디언 양세형과 밥 먹는 자리에서 이런 얘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우리는 본업이 있는 사람이니까 본업을 놓으면 안 돼. 그럼 사실 우리는 아무것도 아닌 존재가 되니까."
그 말을 듣고 머리가 띵해졌다는 딘딘은 "연예인이 되는 것에 되게 신나있었던 것 같아서, 그때부터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그래도 남들에 비해 뒤처져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딘딘은 언젠가 한 가게에서 딘딘 노래로 '들이부어'를 틀었던 것을 언급하며 "막 미칠 것 같은 거다. 너무너무 (듣기) 힘들다. 사실 힘든 이유는 내가 잘하지 못하기 때문인데, 되게 힘들었다"라고 고백했다.
"제가 '입맞춤'(2019)이라는 프로그램에서 산들이랑 '한숨' 무대를 했어요. 그때가 아마 정식으로, 노래를 정말 각 잡고 부른 게 거의 처음이었던 것 같아요. 노래 부르는 모습을 '불후의 명곡' '복면가왕' 정도에서 보여주다가 '가수로서 무대에서 싱잉'한 건 처음이었어요. 그때 대중들의 반응이, 감사하게도 좋았어요. '더 콜'(2019)이라는 프로그램도 했는데 거기서 제가 노래 한번 해 보자 했어요. 거기 있던 선배님들도 '노래 너무 괜찮다' '너 보컬도 많이 해' 이런 얘기 많이 해 주셔서 그때부터 난 노래를 좀 해야겠다고 생각이 들었던 것 같아요."
평소 좋아하고 즐겨듣던 음악이 무엇이었는지도 되짚어 볼 계기가 찾아왔다. "어렸을 때 힙합 한다고 바지 내려 입고 까불고 다닐 때는 힙합만 들었다"라고 해 웃음을 자아낸 딘딘은 "저는 어렸을 때부터 메인 스트림(노래)을, 가요를, 팝 음악을 좋아하던 아이였는데…"라며 "맞아, 내가 좋아하는 건 팝 뮤직이었어. 랩도 내가 쓸 수 있는 요소 중 하나야 하고 생각했던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이렇게 생각이 트이자, "그 이후로 길이 뻥 뚫린 것" 같았고 "답답함이 쫙 풀렸다". 나는 왜 노래하면 안 되지? 그냥 노래하자! 생각에는 속도가 붙었다. 딘딘은 "어차피 방송하는 거로(때문에) 욕먹을 거라면 내가 하고 싶은 거 하자, 노래하고 랩하고 다 하자. 만약 제가 하면서도 (음악이) 구렸으면 안 했을 거 같은데 제가 들어도 나쁘지 않았다. 이게 오히려 내가 가야 될 방향인 것 같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다른 래퍼들처럼 멋진, 센 힙합을 한다고 해서 내가 업계에서 그들과 경쟁했을 때 승산이 있을까. 크게 그것에 대한 욕심도 없었던 것 같다, 저는. 듣기 좋은 음악을 좋아하던 아이여서 그걸 중점적으로 많이 생각한다. 가사도 사람들이 듣기 편한 가사를 많이 쓰려고 한다"라고 전했다.
사랑 노래를 많이 쓰는 이유는 단순하다. "제 삶의 중심에 가장 중요한 게 사랑인 것 같아요." 다른 주제로도 써 보려고 애썼다. 밝고 행복한 곡도 써 보고 싶었다. 보통 사랑과 이별로 인한 아픔, 괴로움을 다루기 때문에 딘딘이 신곡을 낸다고 하면 '1박 2일' 멤버들은 묻곤 한다. "또 헤어졌어?"
'또 우는 노래냐' '제발 행복한 노래 좀 써 주시면 안 돼요?' 하는 반응이 나오는 걸 안다. 딘딘은 "그게 앞으로 제가 풀어가야 할 숙제라고 생각한다"라면서도 "'나 진짜 별론데 나 좋아해 주면 안 돼?' 이런 노래를 주로 내는 것 같다. 자존심이 좀 상하더라. 예전에 냈던 노래에 '좋아해서 미안해'라는 가사가 너무 많은 거다"라고 해 웃음을 유발했다. 이어 "왜 자꾸 미안하단 가사를 썼을까. 얼마나 내가 못났길래? 되게 좀 불쌍했다. 되게 자존감 없네? 싶고"라고 덧붙였다.
행복한 연애를 할 땐 곡을 쓰지 않았냐는 물음에 딘딘은 "가짜로 행복했었나 보다"라고 너스레를 떨고는, 이내 "분명히 너무 행복했는데 너무 행복해서 그런 걸(노래를) 쓸 겨를조차 못 느꼈을 것 같다"라고 답했다.
그는 "행복한 감정으로 가사를 써서 곡을 내면 상대가 들을 거 아닌가. 상대가 들었을 때 기분이 좋아야 하는데, 혹시나 자기가 생각하는 행복보다 (곡 내용이) 조금 낮을 수도 있고, 내가 느끼는 행복이 더 크면 부담스러울 수도 있으니까…"라고 말했다. "이별하면 다시 못 얘기"하니까, 보통 이별 노래를 쓰게 된다고. 이별곡을 듣고 연락은 꽤 받았지만, 정작 가사의 당사자에게서는 안 오는 경우가 많았다고 밝혔다.
이어 "아시겠지만 정말 잘하는 사람이 (좋은) 재료를 가지고 있을 때 어떤 요리를 할 때 맛있을까가 나오지, 어중간한 애는 뭐라도 해야 한다. 그래서 닥치는 대로 들이부었던 것 같다"라고 부연했다.
2019년 나온 첫 번째 정규앨범 '굿바이 마이 트웬티스'(Goodbye My Twenties)가 그 예다. 딘딘은 "말도 안 되지만 (첫 정규앨범에서) 스무 트랙을 냈는데 그것도 어떻게 보면 객기 같은 느낌이었다. '나 음악 열심히 하는데 알아줘' 하고. 그렇게 계속 부딪혀야지 점점 자기를 찾아가는 것 같다"라고 전했다.
요즘은 자기 노래에 훨씬 만족한다. 딘딘은 "요즘은 '아, 기가 막히잖아. 어떻게 이런 가사를 썼지?' 이럴 수 있어서 저는 앞으로의 제가 사실 되게 설렌다. 제가 앞으로 작업하고 음악 하는 것에 있어서 신이 나 있는 상태"라며 미소 지었다. 이전보다 실력이 좋아졌기 때문일까. 그랬더니 딘딘은 "자격지심이 사라진 것 같다"라고 운을 뗐다.
"정말 솔직히 말씀드리면 (방송 출연으로) 인기나 인지도는 올라가지만 사실 내 음악은 다른 거였어요. '왜 내 음악 인정 안 해줘?' 이런 느낌이었는데 그거는 너무 비겁한 일이었던 거 같아요. 지금은 제가 술 취해도 제 노래 막 듣거든요. (웃음) 그 정도로 노력을 쏟은 거니까. 제가 여기에다 막 고민했던 게 있으니까요. 기타를 이렇게 넣는 게 더 예쁠 거 같다면서 수정을 네 번 정도 거쳤어요. 그다음에 술 취하고 나서 그 노래 들을 때 '기타 너무 좋지 않냐? 내가 이거 바꾼 거야' 그런 것들이 (음악 들을 때) 들리니까, 쏟은 노력에 대한 대가가 너무 행복한 거 같아요. 남들은 몰라줘도, 이렇게 하나하나 발전해 나가는 저를 보면서요. 아직 한참 모자라지만. (웃음)"
또 한 곡으로는 올해 9월 낸 '속는 중이야'를 꼽았다. 딘딘은 "마음에 들고 주옥같다는 생각이 드는 게, 온전히 밝은 감정의 가사를 썼던 노래이기 때문이다. 제가 굉장히 좋아하는 밴드 사운드에, 밝고 긍정적인 바이브가 들어간 노래라 그 노래 부를 때 되게 기분이 좋더라"라고 말했다.
앞으로 음악적으로 더 욕심내고 싶은 부분이 있는지 궁금했다. "사실 이거는 아무한테도 말씀 안 드렸는데…"라고 말문을 연 딘딘은 최근 콘서트 신곡을 준비하며 녹음하던 중 본인 랩이 "눈물 날 만큼" "너무 맘에 안 들어" 동료 매드클라운에게 새벽 세 시에 전화했던 일화를 소개했다. 매드클라운은 '랩 잘하고 싶다'는 전화를 십몇 년 만에 받아본 것 같다, 고정 방송도 하고 안정적일 텐데 (딘딘이) 이런 생각을 하는 것에 자기도 반성하게 된다며 랩 스터디그룹을 제안했다고 딘딘은 전했다.
둘이 하자고 하면 안 할 것 같아서 기록용으로 영상을 남기고 있다. 딘딘은 "촬영, 편집도 하는데 언제 세상에 공개될지 모른다. 진짜 기록용"이라며 "이번에 10주년 되면서 느낀 게, '10주년 됐는데 가수로서 이뤄놓은 게 뭐가 있을까' 했다. 이 10년으로 기뻐할 사람이 아니라, 이걸 더 이어 가야 할 사람인데 그러려면 난 좀 변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랩도 더 잘하고 싶다. 노래도 사실 배워본 적이 없으니까 진짜 제대로 배워보고 싶다고 해서 발성(배우는 곳)을 한두 달 전부터 다니고 있다"라고 말했다.
연습생을 거치지 못한 과거가 꼭 마음에 안 드는 건 아니다. 딘딘은 "연습생 기간이 있었으면 지금 저처럼 될 수 없을 것 같다. 그때 정제되지 않은, 날것의 제게, 자극적인 요소가 있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사랑을 주신 것 같다. 그걸 점점 깎아가면서 지금의 저로 왔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연습 기간이 있어서 처음부터 준비된 모습으로 나왔다면, 전 아무 매력이 없었을 것 같다. 어쨌든 인생은 무조건 (그럴 만한) 이유가 있는 것 같다. 참 운이 좋은 케이스"라고 돌아봤다.
가수로서 이루고 싶은 목표는 단순하다. "좋은 음악, 퀄리티 있는 음악을 계속해서" 내는 거다. 또 하나는 "지치지 않는 것"이다. "저도 사람인지라 정말 마음에 드는 노래가 나올 때 생각보다 반응이 없을 땐 가끔 지치는 것 같다"라고 고백한 딘딘은 "음악적으로 성과가 있든 없든, 결국 좋은 음악은 사람들이 알아줄 거니까 제발 제가 지치지 않았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제일 두려운 건 이게(영감이) 끊기면 어떡하지 하는 거예요. 분명히 (지금) 떠오르는 아이디어나 멜로디에 언젠가는 한계가 올 텐데, 그게 너무 빨리만 찾아오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런 가수들 있잖아요. 이 사람 노래 나온다고 하면 들어보고 싶고 기대되는… 그런 가수가 되면 저는 굉장히 성공한 삶을 사는 게 아닐까요."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