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석 검찰총장이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현직 검사 2명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발의돼 본회의에 보고가 이뤄지자 "이재명 대표에 대한 수사와 기소를 책임진 검찰총장을 탄핵하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 총장은 9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퇴근길에 취재진을 만나 "민주당의 검사 탄핵은 검사의 당 대표 수사에 대한 보복 탄핵이고 검사를 겁박하고 검사를 마비시키려는 협박 탄핵"이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 총장은 "검찰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검사를 탄핵한다면 앞으로 마음에 들지 않는 판결을 선고한 판사들을 탄핵하려고 할지도 모른다"면서 "이러한 부당한 탄핵은 그만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총장은 국민을 향해서도 "검찰은 국민을 위해 일하고 싶다"며 "검찰에 일할 기회를 달라"고 당부했다.
민주당은 이날 자녀 위장전입 의혹 등이 있는 이정섭 수원지검 2차장검사와 이른바 '고발 사주' 의혹이 불거진 손준성 대구고검 차장검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 본회의에 보고했다. 이정섭 차장검사는 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둘러싼 수원지검 수사를 맡고 있기도 하다.
이에 앞선 지난 9월 21일에는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과 관련해 보복 기소 의혹을 받고 있는 안동완 당시 수원지검 안양지청 차장검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해 통과시켰다. 헌정사상 첫 검사 탄핵이다.
이 총장은 '이들 검사에 대한 범죄 행위와 비위 행위가 명백하다'는 민주당 입장에 대해 "안동완 검사는 사건을 처리한 지 9년 만에 탄핵이 됐고 손준성 검사는 기소된 지 1년 반 만에, 이정섭 검사는 민주당에서 얼마 전에 의혹을 제기하고 바로 탄핵했다"며 "그렇게 탄핵이 될 만큼 비위가 명백하다면 왜 9년이나 1년 반이나 놔두고 이 시기에 탄핵 했는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고 밝혔다.
민주당의 탄핵 주장이 정치적인 보복과 다를 바 없다는 취지다.
이 총장은 "뇌물을 받은 국회의원,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국회의원, 보좌관을 추행한 국회의원, 피해자 할머니들의 보조금을 빼돌린 국회의원, 국회에서 폭력을 행사한 국회의원, 부동산 투기를 한 국회의원, 가상자산을 국회에서 투기한 국회의원들에 대한 탄핵이나 제명은 우리 현실상, 법률상 불가능하다"며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재명 대표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검사를 포함해서 탄핵이 발의되고 탄핵이 부결된 것에 대해서 탄핵이 발의된 점에 대해서 정치적이라고 저희는 해석하지 않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검찰과 사법을 정쟁에 끌어들여서는 안 되며 정쟁에 끌어들일 수 없고 정쟁에 끌어들여지지도 않다"고 덧붙였다.
이 총장은 이정섭 검사에 대한 민주당의 탄핵은 정상적인 수사를 막기 위한 목적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 차장검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의결이 되면 직무가 정지되고 정상적인 직무 수행이 불가능해 진다"며 "수사 차질은 있겠지만, 수사팀이 어떠한 외압에도 굴하지 않고 수사팀이 제대로 수사 결론을 낼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대검찰청은 이 총장 발언에 앞서 '검사 탄핵에 대한 검찰의 입장'이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출입기자단에 배포했다.
대검은 "탄핵은 공직자의 파면을 정당화할 정도의 직무상 중대한 헌법과 법률 위반이 있는 경우에만 헌법 수호의 관점에서 인정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민주당의 탄핵주장 사유는 의혹이 제기된 단계이거나 재판 절차에서 다퉈지고 있는 사안으로 탄핵사유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민주당의 반복적인 다수의 검사 탄핵은 제1당의 권력을 남용해 검찰에 보복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검은 "탄핵을 통해 검사들의 직무집행을 정지시켜 외압을 가함으로써 수사와 재판을 방해하려는 정치적 의도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정치적인 목적과 정당의 이해관계에 따라 검찰을 공격하고 검사들을 탄핵하는 것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공정성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사법을 정치화하려는 시도"라며 "다수에 의한 법치주의 파괴"라고 날을 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