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저희가 (내년에) 2%대 경제 성장이라고 말씀 드리겠지만, 5년 정도 지나고 나면 아마 1%대가 자연스러운 그런 시기가 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경제) 구조개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그 하락속도는 더 빨라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은 이제 3%대 성장을 할 가능성이 낮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정규철 경제전망실장이 내놓은 답변이다. 앞으로 5년 정도 지나면 3%대는 고사하고, 1%대 저성장이 보편화되는 정체된 경제 상황에 접어들 것이라는 분석이다.
KDI는 9일 <2023년 하반기 경제전망>을 내놓으면서 올해와 내년 우리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8월에 전망했던 것보다 0.1%씩 각각 낮춰 발표했다.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1.4%로, 내년에는 2.2%로 예상했다.
KDI 뿐 아니라 국제통화기금(IMF) 등도 우리나라 올해 성장률을 더 낮춰서 잡았다. 그만큼 경제 상황이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文정부때부터 2%대 기록, 문제는 잠재성장률의 추락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발언으로 정치권에서 경제성장률 3%가 화두가 되고 있지만, 일반적으로 선진국에 진입할수록 3% 이상의 높은 경제성장률을 보이기는 어렵다. 이미 경제 파이가 커져서 성장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과거 정권을 살펴보면 문재인 정부의 첫 해인 2017년에 3.2%의 경제성장을 이뤘지만 이후에 2018년 2.9%, 2019년 2.2%로 성장이 둔화됐다. 그러다가 코로나19가 터지면서 2020년에 마이너스 0.7%로 뒷걸음질했고, 2021년에는 그 반작용으로 플러스 4.1%의 높은 성장률을 보이다 다시 2022년에는 2.6%로 내려왔다.
이미 이전 정부에서도 코로나의 특수상황을 제외하면 2%대의 저상장 기조를 보이고 있었던 것이다.
다만, 문제는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 하락 속도가 다른 나라에 비해 가파르다는 것이다. 특히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빠르게 낮아지는 것이 문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 6월 우리나라의 올해와 내년 잠재성장률을 각 1.9%, 1.7%로 추정했다. OECD 보고서에서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2013년(3.5%) 이후 2024년까지 12년간 계속 낮아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올해 처음 2%를 밑돈 뒤 내년에는 1%대 중후반까지 떨어진다.
잠재성장률이란 한 나라의 경제 성장이 얼마나 가능하는지를 가늠하는 지표이다. 한 나라의 경제가 보유하고 있는 자본, 노동력, 자원 등 모든 생산요소를 사용해서 물가상승을 유발하지 않으면서도 최대한 이룰 수 있는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말한다.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이 빠르게 하락하는 것은 인구의 자연감소 영향이 크다. 이를 만회하려면 기술혁신이나 규제 개혁, 고부가가치 산업 창출 등을 통해 생산성을 끌어올려야하는데 이 또한 제대로 도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3% 성장 집착하기보다 잠재성장률 끌어올리는 방안 찾아야"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경제성장률 3% 달성'을 표어로 들고 나왔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는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대략 한 2% 내외인 상황에서 단기적인 경기부양책을 통해서 성장률을 많이 끌어올리는 것은 그 자체로 경기를 불안하게 만들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쉽지는 않지만 경제구조개혁을 통해 잠재성장률 자체를 끌어올리는 것이 상당한 의미있는 노력이 될 것"이라며 "결과가 한,두해 만에 나오기는 쉽지 않지만 우리가 가야할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인구 문제 때문에 잠재성장률이 빠르게 추락하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경제 구조 개혁을 통해서 하락 속도를 늦춰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미 잠재성장률이 2%에서 1%대까지 추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재정당국은 물론 정치권도 경제성장률 수치에 집착할 것이 아니라 잠재성장률을 장기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대안을 모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