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 제조사, 위자료 지급해야"…손해배상 첫 확정

지난해 8월 가습기살균제 참사가 알려진지 11년이 되는 날 희생자 가족들이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고인들의 유품을 전시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

가습기살균제 제조사가 폐질환을 입은 피해자에게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는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왔다.

가습기살균제 사용자가 제조·판매업자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구한 민사소송 중 첫 상고심 판결이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9일 김모씨가 가습기살균제 제조·판매사인 옥시레킷벤키저(옥시)와 납품업체 한빛화학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위자료 500만원 배상 책임을 인정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제조물책임에서의 인과관계 추정, 비특이성 질환의 인과관계 증명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고 밝혔다.

김씨는 2007년 11월부터 2011년 4월까지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 성분이 들어간 옥시의 가습기살균제를 사용했다. 그는 2010년 5월 상세불명의 간질성 폐질환 등을 진단받고 지속적으로 입원, 통원 치료를 받았다.

질병관리본부는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폐손상 여부 판정을 위한 조사를 진행한 뒤 2014년 3월 김씨의 질병은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말단기관지 부위 중심 폐질환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판단된다는 이유로 '가능성 낮음(3단계)' 판정을 내렸다.

당시 정부의 판정 등급은 가능성 거의 확실함(1등급), 가능성 높은(2등급), 가능성 낮음(3등급), 가능성 거의 없음(4등급), 판단 불가능으로 분류됐다.

황진환 기자

김씨는 2015년 2월 옥시와 한빛화학을 상대로 가습기살균제에 설계상의 결함과 표시상의 결함이 있고 그로 인해 신체에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면서 제조물책임을 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1심 법원은 그의 청구를 기각했다. 반면 2심 법원은 "PHMG 성분을 사용한 설계상의 결함과 그 용기에 인체에 안전하다는 문구를 표기한 표시상의 결함이 있고, 그로 인해 원고가 신체에 손상을 입었다"며 위자료 5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에 김씨와 옥시 측이 모두 불복해 상고했지만, 대법원은 항소심 판결에 잘못이 없다고 보고 이날 양측의 상고를 모두 기각했다.

이날 판결은 가습기살균제 사용자가 제조·판매업자를 상대로 손해배상 책임을 따진 민사소송 중 첫 상고심 판결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김씨가 가능성 낮음 3단계 판정을 받은 질병관리본부 조사는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말단기관지 부위 중심 폐질환 가능성을 판정한 것일 뿐"이라며 "손해배상소송에서 가습기살균제 사용과 그로 인한 질환의 발생과 악화에 관한 인과관계 유무 판단은 가습기살균제 사용자의 구체적인 증명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전제로 한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