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한동훈 법무부장관에 대한 탄핵소추안 논의를 8일 의원총회 안건으로 올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탄핵안에 대해서는 반대 의견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충분한 법률적 검토 없이 한 장관 탄핵을 추진했다가는 자칫 '정치탄핵'이라는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신중론 등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당초 민주당은 이날 의총에서 한 장관 탄핵안을 논의하기로 했지만 안건을 올리지 못했다. 윤영덕 원내대변인은 의총 직후 기자들과 만나 "탄핵안은 법률적 요건을 갖춰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상황을 지켜보면서 검토하는 것"이라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회의에 참석한 한 의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일단은 이 위원장 탄핵에 집중하자는 쪽으로 회의가 흘러갔다"며 "한 장관과 검사 탄핵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민주당이 한발 물러난 데는 지금 탄핵을 추진하는 게 오히려 한 장관의 정치적 존재감을 키워줄 수 있다는 정치적 셈법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당 전체 차원에서 견제하고 나설 경우 한 장관을 '거물급 정치인'으로 만들 수 있다는 취지다. 민주당 이원욱 의원은 한 방송 인터뷰에서 "한 장관이 '탄핵하려면 해봐라'라며 계속 주장하듯 탄핵을 추진하면 한 장관의 체급을 오히려 민주당이 키워주는 꼴이 된다"며 "민주당이 다수 의석을 믿고 근육질 자랑하는 것에 대해 찬성하지 않는다"고 반대했다.
여기에 충분한 명분을 갖추지 못할 경우 자칫 '정략적 의도'라는 역공세를 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민주당을 고민에 빠뜨린 요소다. 민주당 일각에서 주장하는 한 장관 탄핵 사유는 △위법한 시행령 개정 △민주당 돈 봉투 사건·이재명 대표 사건 피의사실 공표 등이다. 해당 사유로는 국무위원을 탄핵할 만한 법률적·정치적 명분이 부족하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한 재선 의원은 통화에서 "한 장관이 정치적 수사 등으로 무도하다는 평가를 받을 순 있지만 법률과 헌법을 위반해 탄핵할 정도인지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다"며 "오히려 민주당이 한 장관 총선 출마를 막기 위해 탄핵 절차를 가동한다는 꼼수라고 비판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탄핵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한 장관의 직무는 즉시 정지되고, 총선 출마를 위한 사표도 저지할 수 있다.
이와 달리 이동관 위원장에 대한 탄핵은 민주당 내서 전반적으로 동의하는 분위기였다고 한다. 윤 원내대변인은 의총 직후 "(이 위원장 탄핵) 반대 의견은 없었다. 거의 공감대가 이뤄졌다"며 "내일(9일) 결론을 내면 바로 추진하고, 숙의가 더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면 추가 논의가 이뤄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 위원장과 한 장관의 탄핵이 온도차를 보인 데는 탄핵 근거에 대한 판단이 갈려서인 것으로 보인다. 이 위원장의 경우 한 장관 탄핵 사유보다 위법 정황이 구체적이라는 취지다. 민주당은 이 위원장이 탄핵 사유로 △사전 언론 검열 △방문진 이사 해임 △방심위 독립성 저해 △KBS사장 후보자 추천 과정에서의 위법 사안 등을 제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