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엔데믹에 여유로워졌지만…안정된 소득과 미래 불안은 여전

코로나 엔데믹에 외부 여가 크게 늘어…만족도도 상승
가구 소득여건 좋아지면서 내년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져
안정된 직장에 대한 불안감은 여전…노력해도 계층이동 못할 것이란 생각 커
은퇴 후에도 경제활동 수입 있어야 먹고 사는 고령층
"단기적으로는 경기 대응, 중장기적으로는 복지제도 정비해야"

정부가 3년 4개월 만에 사실상 '코로나19 엔데믹'을 선언한 지난 5월 11일 오후 서울 명동거리에 마스크를 벗은 시민 및 관광객들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는 모습. 류영주 기자

코로나19 팬데믹 종료로 외부 활동이 증가하면서 여가와 문화활동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단기적으로는 경제활동에 대한 기대감도 커졌지만, 은퇴 이후를 비롯한 중·장기적 경제 상황에 대해서는 우려가 적지 않았다.
 

코로나19 엔데믹에 늘어난 야외 활동…여가 만족도도 상승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한 어린이집 교사와 아이들이 나들이를 즐기고 있다. 연합뉴스

통계청이 8일 발표한 2023년 사회조사 결과에 의하면 여가활동 중 관광과 문화·예술 관람 등 야외 활동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주중과 주말에 여가를 어떻게 활용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18.4%(복수 응답)는 관광활동을 즐기고 있다고 답했는데, 이는 2021년 조사 때의 4.8%보다 무려 4배나 증가한 수치다.
 
같은 기간 문화·예술 관람도 8.0%에서 13.5%로 0.7배 가까이 늘었고, 사회활동은 7.4%에서 11.9%로, 스포츠 경기 관람도 5.4%에서 6.1%로 각각 증가했다.
 
동영상 콘텐츠 시청은 76.2%로 여전히 가장 많이 선호되는 여가 활동으로 꼽혔지만, 2년 전 85.9%에 비하면 9.7%p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야외 활동이 늘어난 데는 코로나19 엔데믹의 영향이 적지 않다.
 
팬데믹 기간 동안 대중이 모이는 장소에 가기가 쉽지 않은 탓에 모임이나 행사 등이 크게 줄어들었는데, 엔데믹으로 인해 다시 실내 활동이 줄어들고 야외 활동이 늘어난 것이다.
 
여가 패턴의 변화는 만족도도 끌어올렸다.
 
여가생활에 만족한다는 응답은 34.3%로 2년 전보다 7.3%p가 높아진 반면, 불만족이라는 응답자는 18.6%로 5.0%p 감소했다.
 

응답 늘어난 '소득수준 여유있다' '소비생활 만족한다'…내년에는 더 좋아질 것이란 기대 응답도 늘어

황진환 기자

이같은 생활 변화에는 경제적인 여건의 변화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19세 이상인 가구주 중 13.7%는 가구의 실제 소득이 월 평균 최소 생활비와 비교했을 때 여유가 있다고 답했다.
 
여유가 없다는 응답이 55.1%로 여전히 가장 많았지만, 여유 없음은 2년 전 57.9%보다 2.8%p 낮아진 반면 여유가 있다는 응답은 같은 기간 1.8%p가 늘었다.
 
여가생활에서 경제적인 부분(53.0%) 때문에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20대의 경우에도 평균을 웃도는 16.4%가 소득수준에 여유가 있다고 답을 했다.
 
1년 전보다 가구 소득이 증가했다는 응답은 21%로 2021년의 13.1%보다 8.2%p 급증한 반면, 감소했다는 응답은 32.1%에서 18.9%로 13.2%p 급감했다.
 
소비생활 만족도도 함께 높아졌다.
 
현재 소비생활에 만족한다는 응답은 21.2%로 불만족스럽다는 28.9%보다는 아직 낮은 수준이지만, 만족 응답은 2년 새 2.5%p 높아진 반면, 불만족스럽다는 응답은 4.0%p 낮아지며 상반된 흐름을 보였다.
 
가구의 단기적인 경제 전망도 호전됐다.
 
내년에 가구의 재정상태가 '좋아질 것'이라는 응답은 25.7%로 2년 전의 23.5%보다 2.2%p 늘어난 반면, 나빠질 것이라는 응답은 20.9%로 21.4%보다 0.5%p 줄어들었다.
 

국민 절반 이상은 직장 잃거나 바꿔야 한다는 압박 느껴…나도 자녀도 '계층이동 못할 것' 응답이 과반


황진환 기자

엔데믹 이후 나아진 경제적, 사회적으로 생활이 나아졌다고 느끼고 있지만 고령화 이후를 비롯한 중장기적인 부분에 대한 걱정은 좀처럼 나아지지 못하는 모습이다.
 
우선 중기적으로는 고용에 대한 불안감이 적지 않다.
 
취업자 중 가까운 미래에 직장이나 직업을 잃거나 바꿔야 한다는 불안함을 느끼고 있다는 응답자는 54.6%로 과반을 넘었다.
 
지난 2년 전보다 0.7%p 증가한 수치인데, 가장 불안감이 낮게 나타난 60세 이상도 48.2%로 절반에 육박했다.
 
사회·경제적 지위에 대한 자신감, 특히 자녀 세대에 대한 기대감 또한 낮아지고 있다.
 
노력한다면 본인 세대에서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한 응답자는 26.4%로 나타났다.
 
2년 전의 25.2%보다 1.2%p 높아졌지만, 가능성이 낮다는 응답이 59.6%로 여전히 2배 이상 많다.
 
자식 세대의 계층이동에 대해서는 가능성이 높다는 응답은 29.1%로 2년 전보다 0.2%p 감소한 반면, 낮다는 응답은 54.0%로 0.2%p 증가했다.
 
2013년 조사 때만 해도 자녀 세대가 계층이동에 성공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39.6%로 40%에 육박했는데 10년 새 10%p이상 낮아진 것이다.
 

은퇴해도 경제활동 해야 먹고 사는 고령층…"단기적으로는 경기 대응, 중장기적으로는 복지제도 정비 나서야"

스마트이미지 제공

노후에 대한 불안도 적지 않다.
 
60세 이상 고령자들의 현재 노후 생활방법은 취미활동이 32.2%, 소득창출활동이 32.2%로 같은 수준을 보였다.
 
취미활동과 종교활동(7.9%), 여행·관광활동(5.2%), 학습·자기개발활동(3.6%), 자원봉사활동(1.0%) 등을 합하면 비경제활동이 50.9%로 절반을 차지하지만 소득창출활동과 가족돌봄활동(10.9%)을 합한 사실상의 경제활동 또한 43.2%로 못지않은 비중을 보였다.
 
60세 이상 고령자의 76.0%는 본인이나 배우자가 생활비를 마련한다고 응답했는데, 이 중 57.8%는 근로소득이나 사업소득, 29.0%는 연금이나 퇴직급여, 8.1%는 재산소득으로 나타났다.
 
본인 소득으로 생활하는 고령자 10명 중 6명이 본인이 일해서 벌어들이는 수입으로 생활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전체 응답자의 36.9%는 노후를 위한 사회의 역할로 '노후소득지원'을 꼽았다.
 
이는 의료·요양보호서비스 30.1%보다 높은 수준이다.
 
특정한 상황이 발생할 경우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응답자의 비중은 74.0%였다.
 
19~29세의 경우 79.6%에 달했지만 60세 이상은 70.3%에 불과해 연령대가 높을 수록 사회적 관계망에도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관계자는 "코로나19 상황 변화로 2년 새 국민 개개인의 경제·사회적인 부분에 대한 판단이 적지 않게 바뀌었지만 미래에 대한 불안은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 같다"며 "단기적으로는 경기둔화에 대한 대응에 나서고, 중장기적으로는 연금과 복지 등 사회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제도적 정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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