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컷 리뷰]'더 마블스' 함께여서 더 강하고 귀엽다는 외침

외화 '더 마블스' 스틸컷.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 스포일러 주의
※ 구스와 플러키튼 편애주의

 
작게는 개인의 문제, 크게는 우주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일은 개인의 힘만으로는 될 수 없다. '함께'라는 단어가 존재하는 이유이자 '캡틴 마블'이 단수형에서 복수형인 '더 마블스'로 돌아온 이유다. 그리고 또 다른 우주적인 진리, 귀여움이 세상을 구하고 '고양이가 우주를 구한다' 역시 복수형으로 돌아왔다. 그렇게 '더 마블스'는 '함께'여서 더 강하고 더 귀엽다는 걸 증명한다.
 
강력한 힘으로 은하계를 수호하는 최강 히어로 캡틴 마블 캐럴 댄버스(브리 라슨)와 캡틴 마블의 오랜 친구의 딸이자 빛의 파장을 조작하는 히어로 모니카 램보(테요나 패리스) 그리고 최애 히어로 캡틴 마블의 열렬한 팬인 미즈 마블 카말라 칸(이만 벨라니)은 캡틴 마블에 대한 복수를 꿈꾸는 냉혹한 크리족 리더 다르-벤(자웨 애쉬튼)의 영향으로 능력을 사용할 때마다 서로의 위치가 뒤바뀌게 된다.
 
뜻하지 않게 우주와 지구를 넘나들게 되는 예측 불가하고 통제 불가한 상황 속에서 다르-벤은 지구를 포함해 캡틴 마블이 고향이라고 부르는 수많은 행성을 모두 파멸시키려 한다. 이를 저지하기 위해 모인 팀 '마블스'는 하나로 힘을 모은다.
 
외화 '더 마블스' 스틸컷.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MCU(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 '최연소' 타이틀을 달고 입성한 니아 다코스타 감독이 연출한 '캡틴 마블'(2019)의 후속작 '더 마블스'는 '생기발랄 귀여움'으로 설명할 수 있는 영화다.
 
캡틴 마블은 빛을 흡수하는 은하계의 최강 히어로지만 그렇기에 외로운 히어로다. 단독으로 활동했던 캡틴 마블에게 '더 마블스'는 가족을 되찾아 주고, 팀을 만들어 준다.
 
전무후무한 파워를 바탕으로 단독으로 우주를 지켜나가던 캡틴 마블에게 예상치 못한 팀원 모니카 램보와 미즈 마블이 생기고, 초반 손발이 맞지 않는 모습에서 여정을 통해 점차 하나로 모여 진정한 '팀'을 이루는 모습을 통해 영화는 '함께'라는 단어의 의미를 되새긴다. '함께'라는 단어 안에는 팀뿐 아니라 '가족'이라는 단어도 포함돼 있다.
 
주인공 캡틴 마블이 '함께'를 되새기는 과정과 그 끝에 들어가 있는 것은 '결자해지'(結者解之·일을 저지른 사람이 그 일을 해결해야 한다는 의미)다. 캐럴 댄버스와 모니카 램보 사이 결자해지, 캡틴 마블과 크리족 사이 결자해지 말이다. 지난 과거의 오해에서 빚어진 결과들을 캡틴 마블은 '팀'을 이룬 현재에서야 비로소 하나둘씩 풀어가게 된다. 독보적인 존재인 캡틴 마블에게 진정 필요했던 것은 함께해 줄 가족 같은 동료였음을 보여준다.
 
최근 새로운 페이즈 안에서 침략과 식민의 역사를 우회적으로 드러냈던 MCU는 '더 마블스'에서도 이러한 이야기를 잃지 않았다. 난민이 된 스크럴족, 캡틴 마블이 슈프림 인텔리전스를 파괴하며 멸망의 위기에 처한 크리족이 복수와 생존을 위해 타 행성을 침략하는 행위가 그렇다. 히어로 무비를 즐기는 사이 은연중에 지금까지도 이어지는 역사를 비추는 과정은 제법 흥미롭다.
 
외화 '더 마블스' 스틸컷.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크리족의 리더이자 '더 마블스' 빌런 다르-벤은 자신의 종족을 위해 생명까지 바쳐 행성을 구하고자 한다. 다만 이것이 폭력적인 침략, 일방적인 약탈의 방식으로 나타나지만 그에게는 그것이 정의이자 의무이자 책임이다. 빌런에게 사연을 부여하고 동정심을 갖는 건 자칫 위험할 수 있는 지점이지만, 침략과 파괴가 반복되는 역사 속에서 무엇을 잃고 무엇을 잊고 있는지 잠시 돌아보게끔 한다.
 
캡틴 마블은 크리족 사이에서 '멸살자'로 불린다. 그가 신념과 정의로 이뤄낸 결과가 누군가에게는 '파괴'가 된 것이다. 결국 캡틴 마블이 결자해지에 나서는 것은 나의 정의가 누군가에게는 위협이 될 수 있었음을 깨닫고 나선 것이자 동시에 이 폭력의 연결고리를 끊기 위함도 있다. 이런 행보가 가능했던 것은 함께하는 '팀'이 있었기 때문이다.
 
'더 마블스' 속 연대는 현재 사회가 지향해야 할 것들을 보여준다. 다인종으로 구성된 '더 마블스'의 히어로들은 각각 다른 나이대와 위치에 놓여 있지만, 우주를 지키겠다는 하나의 목표 아래 단단하게 결속한다. 하나가 되는 과정 또한 거창하거나 비장하지도 않다. 그들만의 방식으로 해나간다. 그렇게 세 히어로는 디즈니를 둘러싼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PC) 논쟁을 떠나 현재에 가장 필요한 가치인 '연대'를 보여준다.
 
연대를 다이내믹하면서도 극대화해 보여주는 게 바로 '더 마블스'의 시그니처라 할 수 있는 스위칭 액션이다. 능력을 쓸 때마다 서로 위치가 바뀌는 스위칭 액션은 초반에는 정신없이 휘몰아치며, 합을 맞춘 이후에는 핑퐁처럼 경쾌함으로 재미를 준다.
 
외화 '더 마블스' 현장 스틸컷.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이번 영화에서 국내 관객들이 무엇보다 궁금해 하는 것은 배우 박서준이 연기한 얀 왕자의 등장일 것이다. 세 히어로가 노래로 의사를 전달하는 알라드나 행성에 발 디딘 순간, 영화는 잠시 디즈니 라이브 액션으로 변모한다. 그 안에서 얀 왕자로 변신한 박서준은 여러모로 강렬한 인상을 전한다.
 
세 히어로와 메시지, 액션, 박서준도 그렇지만 캡틴 마블의 이야기를 하면서 빠지면 섭섭한 게 시리즈의 공식 마스코트이자 귀여움을 대표하는 구스다. 우주에서 손꼽을 정도로 위험한 외계 종족 플러큰이지만, 귀여운 고양이의 모습을 하고 있으므로 구스의 활약을 두고 우리는 이렇게 말할 수 있다. '고양이가 우주를 구한다!'
 
외화 '더 마블스' 스틸컷.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무엇보다 이번 '더 마블스'에서는 귀여움 역시 '복수형'이 된다. 좋은 의미로 '고양이판'이다. 구스만이 아니라 플러키튼(플러큰+키튼)이 와다다 등장할 때 관객들의 마음은 사르륵 녹고, 고양이가 아니면서도 고양이처럼 '냐옹'거리는 구스와 플러키튼의 소리는 멀게 우주가 아니라도 당장 눈앞에 관객들을 구원할 것이다. 귀여운 건 크게 봐야 더 귀엽다는 걸 실감하게 된다.
 
특히 영화 후반부 구스와 플러키튼의 대활약이 펼쳐지는 장면에서 뮤지컬 '캣츠'의 인기 넘버 '메모리'(Memory)가 흘러나오는 순간은, 장면만 놓고 봤을 때는 잔혹한 '괴수물' 같지만 사실은 '힐링물'이다. 그야말로 '고양이(라 쓰고 플러큰이라 말하는) 만만세'를 외칠 수밖에 없다. 엔딩 크레딧이 모두 올라간 후 우리가 늘 기다렸던 '○○○은 다시 돌아온다'는 자막 대신 들려오는 플러큰의 냐옹거림은 마지막까지 귀여움으로 관객들을 책임진다.
 
외화 '더 마블스' 캐릭터 포스터.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전작 '캔디맨'에서 폭력적인 차별을 호러라는 장르로 그려냈던 니아 다코스타 감독은 MCU에 입성해 힙한 감성으로 코믹스 팬다운 연출을 선보였다. 마블 히어로 무비라는 틀 안에서 가볍지만은 않은 메시지를 가벼운 터치로 발랄하게 그려낸 것, 아마 이것이야말로 MCU가 니아 다코스타를 선택한 이유일 것이다.
 
105분 상영, 11월 8일 개봉, 쿠키 1개 있음, 12세 관람가.

외화 '더 마블스' 메인 포스터.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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