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부울경 특별연합 규약을 폐지한 부산시의회에서 '부울경 메가시티'를 재추진하자는 주장이 나왔다. 국민의힘 소속 시의원들이 압도적 찬성으로 규약을 없앤 지 불과 9개월 만에 같은 당에서 상반된 주장이 나온 데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소속 강철호 부산시의원(동구1)은 8일 오전 부산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부울경 메가시티 재추진으로 2030부산세계박람회 성공 개최를 견인하자"고 주장했다.
부산시의회 2030부산세계박람회 유치 특별위원회 위원장인 그는 "세계박람회를 유치했던 중국 상하이, 일본 오사카는 각각 인구 2500만 명, 900만 명을 보유한 메가시티"라며 "부산도 이웃 유치도시들과 비견하는 규모와 위상을 갖추고 2030부산세계박람회를 개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부울경 메가시티 재추진을 내년 총선 1호 공약으로 채택해달라고 정치권에 요구했다.
이는 그동안 국민의힘 소속 부산시의원들이 보여 온 행보와는 상반된 주장이다. 부산시의회는 불과 9개월 전인 지난 2월 본회의에서 '부울경 특별연합 규약 폐지 규약안'을 통과시켰다.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부산시의회는 전체 의석 47석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2석을 뺀 45석을 국민의힘이 차지했다. 규약 폐지 당시 표결 결과는 찬성 39명, 반대 2명, 기권 3명이었다. 즉 국민의힘 의원들이 압도적으로 찬성해 부울경 특별연합은 역사 속으로 사라진 것이다.
이를 의식한 듯 강 의원은 "올해 초 부산시의회가 부울경 특별연합 규약 폐기를 의결한 데 대한 부산시민 혼란이 뒤따를 것으로 예상한다"며 "시민 비판과 질책이 아무리 따갑더라도 부울경 메가시티 재추진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지역 정치권과 시민단체에서는 곧바로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이날 같은 장소에서 뒤이어 기자회견을 연 시민단체 '지방분권균형발전 부산시민연대'는 강 의원을 향해 "국민의힘이 들고 나온 '김포 서울 편입'에 대한 입장부터 밝혀야 한다"고 쏘아붙였다.
지방분권균형발전 부산시민연대 박재율 대표는 "강 의원은 김포 서울 편입이 저런 식이 되면 안 되고, 부울경 메가시티부터 먼저 추진돼야 한다는 입장을 명확하게 밝혔어야 한다"며 "부산시의회가 메가시티 조례를 폐기할 때 강 의원도 같이 참여했다. 그렇다면 먼저 시민들에게 사과부터 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부산시당도 성명과 논평을 통해 "부산시민을 우롱하는 행위"라며 맹비난했다.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은 "부울경 메가시티를 내팽개친 국민의힘 단체장들에 동조해 규약 폐지안을 통과시킨 부산시의원들이 오늘은 '부울경 메가시티만이 살 길'이라며 블랙 코미디같은 기자회견을 했다"며 "아무런 해명이나 사과도 없이 다시 이런 주장을 하는 데 대해 기가 찰 따름"이라고 질타했다.
이어 "인천과 충남, 김해 등 국민의힘 단체장들마저 서울 메가시티 추진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는데, 부울경 메가시티를 누구보다 지지했던 박형준 부산시장은 왜 아무런 말도 없나"라며 "부울경 메가시티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 박 시장과 국민의힘 의원들은 명확히 입장을 내놓고 대시민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정의당 부산시당도 "불과 몇 달 전 자신들이 내린 결정을 완전히 부정하는 강 의원의 후안무치한 기자회견은 진정성을 의심케 한다"며 "진심으로 부울경 메가시티 재추진을 주장한다면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로부터 시작하고 조경태 의원이 위원장인 '뉴시티 프로젝트 특별위원회'에 대해서도 잘못된 정책이라고 비판해야 하지만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부울경 메가시티의 기본은 수도권을 해체하는 수준으로 규제하거나 제한하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며 "부산시민을 우롱하고 우습게 보는 국민의힘이 더는 부산을 대표하는 정치세력이 될 수 없도록 내년 총선에서 반드시 엄중한 심판이 내려질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