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위즈는 플레이오프에서 NC 다이노스를 상대로 '리버스 스윕'을 달성했다. 3차전 탈락 위기에서 팀을 구한 고영표, 투혼을 발휘한 윌리엄 쿠에바스 등 간판급 스타들을 제치고 플레이오프 MVP에 선정된 선수는 다름아닌 불펜투수 손동현이었다.
손동현은 플레이오프 5경기에 모두 등판해 때로는 멀티이닝을 소화하며 무실점 행진을 펼쳤다. 이강철 감독이 "사실 그렇게까지는 생각을 못 했다"고 말했을 정도로 손동현의 활약은 인상적이었다.
이강철 감독은 손동현이 정규리그 막판에 항저우 아시안게임 차출로 자리를 비운 박영현의 빈 자리를 메우면서 성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손동현의 성장은 2021년에 이어 통산 두 번째 우승을 노리는 KT에게 천군만마가 되고 있다.
손동현의 성장 드라마는 계속 된다. 그는 7일 오후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3 KBO 리그 LG 트윈스와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도 눈부신 호투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손동현은 2-2로 팽팽하던 7회말 선발 고영표에 이어 팀내 두 번째 투수로 등판해 2이닝을 퍼펙트로 막아냈다. 플레이오프 전 경기 등판으로 피로도가 쌓일만도 했지만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손동현은 플레이오프를 마치고 "정규리그에서는 멀티 이닝을 소화할 때 안 좋은 모습도 나왔는데 가을야구에서는 그런 거 하나도 신경쓰지 않고 있다. 투구수가 많아져도 힘든 걸 못 느낀다"라며 웃었다.
농담인 줄 알았지만 아니었다. 손동현은 하루 휴식 후 등판한 경기에서 또 한 차례 멀티 이닝을 소화하며 KT에 큰 힘을 실어줬다.
손동현은 8회까지 LG 타선을 완벽하게 막았고 KT는 9회초 문상철이 고우석을 상대로 결승타를 때리면서 승부의 균형을 깼다. 그리고 박영현이 9회말 등판해 1점 차 승리를 지켰다.
손동현은 KT의 한국시리즈 1차전 승리투수가 됐다.
정규리그를 1위로 마치고 한국시리즈에 직행하는 팀의 우승 확률은 압도적으로 높다. 그만큼 피로도, 무엇보다 불펜의 체력은 시리즈의 중요한 변수 중 하나로 작용한다. 그러나 KT 불펜은 여전히 힘이 넘친다. 특히 손동현이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