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1년 9월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이 불거진 직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최측근들이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에게 증거 인멸을 교사했다는 취지의 증언이 나왔다. 한때 이 대표의 측근이었던 유씨는 6개월 여 만에 다시 증인으로 출석해 이 대표에 불리한 발언을 쏟아냈다.
유씨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김동현 부장판사) 심리로 7일 열린 이 대표의 대장동·위례·성남FC·백현동 의혹 사건의 5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유씨는 지난 4월 28일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에 증인으로 출석한 이후 6개월 여 만에 법정에서 다시 이 대표를 대면했다.
유씨는 언론에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이 처음 공론화된 뒤 아이폰 페이스타임과 텔레그램을 통해 언론 대응 등 전반적인 대응책에 대해 정진상 전 민주당 정무조정실장과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지시를 받았다고 했다.
유씨는 두 사람과 함께 이른바 '대장동 Q&A(문답자료)'를 만들었다고도 했다. 또 정 전 실장이 "믿을 만한 기자"라면서 언론 인터뷰를 주선해 줬고, 'Q&A'를 바탕으로 인터뷰에 응했다고도 했다. 유씨는 "잘못된 오보다, 오인이다 오해다. (대장동 사업은) 이재명 업적인데 폄훼하려고 하는 것이다, Q&A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이 대표 소송과 관련한 일명 '법조팀 텔레그램 대화방'에 참여했다고도 말했다. 이 대화방에는 이 대표의 2018년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변호한 이태형 변호사도 있었다고 한다. 유씨는 "소위 참모급들로 구성된 방"이라며 "변호사 몇 분이 계셨다. 거기에 최재경 전 민정수석이 소개해 준 이태형 변호사도 있었고, 저도 있었다"고 답했다.
유씨는 이 대표의 측근들이 사실상 증거 인멸을 지시했다는 취지로도 증언했다. 유씨는 "정 전 실장이 (나 보고) 번호를 바꾸라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검찰 압수수색이 시작되자 "(정씨가) '휴대전화를 버리라'고 해서 버리고 문을 열어줬다"고도 했다.
유씨는 또 김 전 부원장이 검찰 조사 전 자신에게 '도주하라'는 취지로 말했다고도 말했다. 유씨는 "(김 전 부원장이) '정 전 실장이 (유씨가) 체포되지 않게 하려고 중앙지검장하고도 술 먹고 있다, 태백산이라도 타고 열흘만이라도 버텨보라'고 했다"고 말했다.
유씨가 증언하는 동안 이 대표는 허공을 응시하며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유씨에 대한 검찰의 주신문은 다음 기일인 14일에 계속된다.
한편 검찰은 이날 오전 재판에서 "다른 민간업자가 참여하는 것이 불가능한 일정의 공모지침서를 구성해 남욱 등에게만 공유한 사실이 확인됐다"며 "'게리맨더링( 어느 한 정당에 유리하도록 부당하게 선거를 획정하는 것)' 하듯 부정·편파를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대표는 사업자를 임의로 지정할 수 있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을 통해 남욱 변호사 등을 사업자로 내정한 뒤 형식적으로 공모절차를 진행하는 것도 가능하다"면서 "이 발언으로 공소사실 범행이 구조적으로 가능하다는 점이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가 지난 3일 공판에서 '민간업자와 결탁했다면 수의계약을 했을 것'이라는 취지로 주장했는데, 이에 대한 재반박을 한 셈이다.
검찰은 또 "2013년 10월경 LH와 부지협상에 참여한 성남시 고위·실무 공무원은 (사업이 공고된 11월 이후) 의회에 출석해 사업 진행을 몰랐다고 거짓말을 했다"면서 "이들이 이 대표나 정 실장의 지시 없이 (거짓말을) 할 수 있느냐. 불가능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