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가 한자리에 모여 국경 없는 마약범죄 퇴치를 위한 대응을 논의하고 협력을 강화한다.
대검찰청은 8일까지 이틀간 부산 파라다이스 호텔에서 '제30회 마약류퇴치국제협력회의(ADLOMICO)'를 개최한다고 7일 밝혔다.
마약퇴치국제회의는 지난 1989년부터 대검찰청이 주관해 매년 한국에서 개최하는 행사로 각국의 마약류 현황 및 정보교류, 국제 공조수사 강화방안 등을 논의하는 마약 관련 국제협력회의다.
이번 회의는 역대 최대 규모로 유엔마약범죄사무소(UNODC), 국제마약통제위원회(INCB), 세계관세기구(WCO), 아·태마약범죄정보조정센터(APICC) 등 4개 국제기구와 미국, 중국, 일본 등 22개국 등이 참여한다.
우리나라에서도 경찰청·관세청·식약처·국방부 등 24개 유관기관에서 215명의 관계자가 참여할 예정이다.
30회를 맞는 이번 회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해 4년 만에 열린다. 세계 마약류 동향 및 국가별 마약류 문제·대응 현황, 신종 마약류 주요 변화 등에 대한 발표 및 논의가 이뤄진다.
윤석열 대통령은 영상메시지를 통해 "최근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국가 간 마약 유통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며 "익명성이 높은 다크웹과 가상화폐를 악용한 마약 밀수가 성행해 초국가적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마약으로부터 안전한 세계'라는 공동 목표에 한 걸음 더 나아갈 것을 당부했다.
최근 마약범죄는 해외 공급 루트의 다변화와 다크웹 등을 통한 마약류 밀수 보편화로 인해 국제 공조가 시급한 상황이다.
검찰은 이러한 국제공조를 통해 마약류의 국내 유입 차단이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국내 유입 마약류의 주요 출처 국가들의 마약 통제 역량을 강화하고 해외 마약 공급·생산지 정보 공유를 통한 현지 수사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올해 9월까지 국내 전체 마약류 사범은 2만230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전체 마약류 사범 1만8395명을 이미 넘어선 상태다. 4222명이던 지난 1990년과 비교하면 약 30여년 만에 5배 가까이 증가한 셈이다.
외국인 마약류 사범도 2018년 948명에서 올해 8월 기준 2039명으로 늘었다. 최근 5년 사이에 3배 가까이 급증했고 이들 가운데 약 20%가량은 밀수 사범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또 올해 8월 마약류 투약 상태에서 승용차를 운전하다가 20대 여성을 들이받은 이른바 '롤스로이스 사건'이나 지난 4월 서울 대치동 학원가를 중심으로 발생한 '마약음료 협박 사건' 등 2차 범죄 발생에도 주목, 대응하고 있다.
마약류 범죄에 따른 밀수 범죄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20년 242.3kg이던 밀수 마약류 압수량은 2021년 1188.4kg(필로폰 404kg·코카인 400kg 등 단발성 대량 압수 사건 2건 포함), 지난해 561.1kg에 이어 올해는 8월 기준 518.9kg으로 집계됐다.
한편 대검은 이번 회의를 통해 태국·베트남·말레이시아 등 국내 유통 마약류가 주로 유입되는 국가들과 개별적인 양자 회의도 열 예정이다. 전날에는 아세안(ASEAN) 10개국으로 구성된 국제 협의체인 'APICC(아·태마약정보조정센터)' 제5차 회의도 개최했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개회사를 통해 "마약은 나 자신을 비롯해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 국가를 무너뜨리는 '인류 공동의 적'으로 어느 한 기관, 어느 한 국가의 힘만으로 대처할 수 없다"며 "'한곳에 모이는 것이 시작이고, 같이 머무는 것은 진전이며, 함께 일하는 것은 성공'이라는 말처럼 이번 회의를 통해 마약범죄에 대한 효율적인 대응책을 모색하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