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야구위원회(KBO)는 한국시리즈 개막을 하루 앞둔 6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미디어데이 행사를 개최했다. LG에서는 염경엽 감독과 주장 오지환, 투수 임찬규가 참석했고, 이강철 감독과 맏형 박경수, 투수 박영현이 KT 대표로 자리를 빛냈다.
사회자는 행사 시작과 동시에 양 팀 감독과 선수들에게 "한국시리즈가 몇 차전까지 갈 것 같으냐"는 질문을 던졌다. 이에 LG는 손가락 6개, KT는 7개를 각각 피며 약속이나 한 듯 나란히 장기전을 예상했다.
6차전 승부를 예상한 LG 염경엽 감독은 "KT 선발진은 매우 단단하고, 타선도 좋다"면서 "페넌트레이스에서도 항상 까다로움 팀이었다. 운이 따라서 이긴 경기가 많았다"고 KT를 평가했다. 이어 "(한국시리즈를) 7차전까지 예상했지만 6차전에서 끝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올해 정규 시즌 상대 전적에서는 LG가 KT에 10승 6패로 우세하다. 염 감독은 "페넌트레이스에서 보여준 모습을 한국시리즈에서도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
정규 시즌 우승으로 한국시리즈에 직행한 LG는 1994년 이후 29년 만이자 통산 3번째 통합 우승에 도전한다. 염 감독은 "정말 열심히 준비했고, 마지막에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서 팬들과 웃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오랜 기간 묵은 우승의 한을 풀겠다는 각오를 내비쳤다.
KT 이강철 감독은 "야구는 마라톤이라 생각한다"고 운을 뗐다. 이어 "42.195km의 마지막 도착점은 한국시리즈 7차전일 거라 생각한다"고 예상했다.
시즌 초반 주축 선수들의 줄부상 등으로 최하위까지 내려 앉은 KT는 후반기 들어 반등에 성공해 2위로 정규 시즌을 마쳐 플레이오프(PO)에 직행했다. 5전 3선승제 PO에서는 NC에 1, 2차전을 내주며 궁지에 몰렸으나 3차전부터 내리 승리를 따내는 극적인 리버스 스윕으로 한국시리즈 진출에 성공했다.
한국시리즈를 앞둔 이 감독은 "시즌 전 미디어데이가 생각난다"면서 "LG와 KT를 우승 후보로 많이 예상하셨는데, 그에 걸맞게 시즌을 잘 치렀던 것 같다"고 미소를 지었다. 이어 "실망하지 않게끔 이 자리에 와서 기쁘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KT의 홈 구장인 수원 KT위즈파크에서 한국시리즈가 열리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KT가 창단 첫 통합 우승을 달성한 2021년에는 코로나19 여파로 중립 구장인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한국시리즈가 펼쳐졌다. 이 감독은 "KT위즈파크에서 열리는 첫 한국시리즈이기 때문에 열정적으로 응원해주신 팬들과 함께 최고의 자리에 오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켈리는 KBO 리그 데뷔 첫 해인 2019년부터 올해까지 5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를 거둔 명실상부한 LG의 에이스다. 올 시즌 초반에는 다소 부진한 모습을 보였지만, 염 감독의 믿음 아래 반등에 성공했다. 염 감독은 "켈리가 한국시리즈를 준비하면서 한 단계 발전할 수 있는 구종을 개발했다"면서 "좋은 모습을 보일 거라 생각한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LG 마무리 투수 고우석은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부상을 입었으나 빠르게 회복했다. 염 감독은 "고우석은 어제 피칭을 16개 정도 했고, 피칭 후 트레이닝 파트와 투수 코치로부터 문제가 없다는 보고를 받았다"면서 "정상적으로 1차전 마무리 등판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고영표를 선발 투수로 예고한 이 감독은 "저희가 무슨 생각이 있겠나. 로테이션상 고영표다"라면서 "깜짝 발표를 하려다가 순리대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고영표는 지난 2일 NC와 PO 3차전 등판 이후 나흘간 휴식을 취하고 마운드에 오른다. 정규 시즌 LG와 4차례 맞대결에서 0승 2패 평균자책점 7.36으로 고전한 그는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설욕을 노린다.
KT는 도루, 기습 번트 등을 통한 LG의 작전을 경계해야 한다. 이 감독은 "PO에 임하느라 대비책을 따로 준비하진 못했다"면서도 "모두 포수 장성우의 도루 저지 능력을 봤을 거라 생각한다. 장성우를 믿고 가려 한다"고 믿음을 보였다.
염 감독은 이 감독의 고교 후배지만, 넥센에서는 이 감독이 염 감독을 수석코치로 보좌했다. 염 감독은 "사적인 자리에서는 (이)강철이 형인데, 한국시리즈에서 만나서 기분이 좋다"면서 "좋은 맞대결을 펼쳐 팬들에게 기쁨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절친한 사이가 냉정한 승부의 세계에서는 독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염 감독은 "(이강철 감독은) 나에 대해 너무 잘 알고 있다"면서도 "분명 껄끄러운 부분이지만 한국시리즈에서 함께 할 수 있어서 기쁘다"고 웃었다.
염 감독은 이 감독에 대해 "KBO 리그의 명장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계신 것 같다"면서 "누구보다 야구를 배우려는 마음이 크신 분이다. 그런 과정을 거쳐서 이런 자리까지 오신 것 같다"고 칭찬했다. 이어 "앞으로도 한국 야구 감독의 리더로서 저희들을 이끌어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이에 이 감독은 "한국시리즈에 오르고 싶은 여러가지 이유가 있었는데, 염경엽 감독과 최고의 무대에서 맞붙고 싶은 마음이 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꼭 (PO에서) 이기고 싶었는데 (한국시리즈에) 올라와서 기쁘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 감독 역시 염 감독에 대한 칭찬을 빼놓지 않았다. 그는 "(염 감독을 보면서) '이렇게 깐깐해야 감독이 될 수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고, 함께 하면서 많은 걸 배웠다"면서 "그만 좀 하라고 해도 계속 야구를 보더라. 그래서 이 자리까지 올라오지 않았나 싶다"고 치켜세웠다.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이 됐다. 두 감독은 이제 한국시리즈에서 우승을 놓고 물러설 수 없는 승부를 펼친다. 7전 4선승제 한국시리즈에서 누가 마지막에 정상에 오를지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