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야구위원회(KBO)는 6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2023 신한은행 SOL KBO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미디어데이를 개최했다. 한국시리즈에서 맞붙을 LG 염경엽 감독과 KT 이강철 감독, 그리고 양 팀의 대표 선수가 2명씩 참석해 출사표를 던졌다.
LG는 올해 정규 시즌 86승 2무 56패 승률 6할6리를 기록, 정상에 올라 한국시리즈에 직행했다. 1994년 이후 29년 만이자 통산 3번째 통합 우승을 차지할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상대는 플레이오프(PO)에서 리버스 스윕을 달성한 KT다. KT는 정규 시즌을 2위로 마쳐 PO에 직행했다. NC와 5전 3선승제 PO에서 1, 2차전을 먼저 내줬지만, 3차전부터 내리 승리를 따내며 극적으로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염 감독은 KT에 대해 "이번 시리즈를 함께 할 KT는 2년 전 통합 우승을 하면서 좋은 경험을 얻었다"면서 "탄탄한 선발 야구를 앞세워 좋은 경기를 해왔기 때문에 힘든 승부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우리는 경험이 부족하지만 우승에 대한 열망과 간절함이 크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규 시즌 상대 전적에서는 LG가 KT에 10승 6패로 우세하다. 염 감독은 "페넌트레이스에서 보여준 모습을 한국시리즈에서도 보여주겠다"면서 "상대를 대비하기보다 우리가 더 잘할 수 있는 부분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정말 열심히 준비했고, 마지막에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서 팬들과 웃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시즌 중 염 감독은 도루, 기습 번트 등을 통한 '작전 야구'를 여러 차례 선보인 바 있다. 이에 취재진이 한국시리즈에서도 과감한 작전을 시도할 것이냐는 질문을 하자 "분위기가 다르기 때문에 전략적인 면도 다르게 가져가야 할 것 같다"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그러면서 "한국시리즈에서는 성공 확률이 높은 방향에 맞춰 신중한 선택을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시리즈 1차전 승리 팀의 우승 확률은 무려 74.4%(29/39)에 달한다. 1차전 승리의 중요성이 큰 만큼 LG는 에이스 케이시 켈리를 선발 투수로 내세울 예정이다.
켈리는 올해 정규 시즌 30경기에 등판해 10승 7패 평균자책점 3.83의 성적을 거뒀다. 에이스 역할을 완벽히 해냈다고 평가하긴 힘들지만, 염 감독은 "켈리가 한국시리즈를 준비하면서 한 단계 발전할 수 있는 구종을 개발했다"면서 "좋은 모습을 보일 거라 생각한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마무리 투수 고우석은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부상을 입었지만 빠르게 회복했다. 염 감독은 "고우석은 어제 피칭을 16개 정도 했고, 피칭 후 트레이닝 파트와 투수 코치로부터 문제가 없다는 보고를 받았다"면서 "정상적으로 1차전 마무리 등판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KT의 경기를 지켜보면서 경계할 부분과 대비책도 세웠다. 염 감독은 "KT는 올 시즌 초반 어려움을 겪었지만, 이강철 감독의 리더십을 바탕으로 선발진이 완전체를 갖췄다"면서 "타자들이 KT 선발진을 얼마나 공략할 수 있느냐가 키 포인트일 것 같다"고 강조했다.
KT는 불펜진도 탄탄하기 때문에 선발 투수와 맞대결에서 확실하게 승부를 봐야한다고 내다봤다. 염 감독은 "PO에서 확실한 승리조를 만들어서 선발을 공략하지 못하면 경기를 쉽게 풀지 못할 것 같다"면서 "우리가 갖고 있는 공격의 포인트는 선발진 공략"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타선에 대한 경계심도 늦출 수 없다. 염 감독은 "박병호와 배정대가 우리를 상대로 강한 면모를 보였다"면서 "배정대는 PO에서도 좋은 타격을 많이 했기 때문에 어떻게 막느냐가 중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염 감독은 "우리는 4선발이 많은 이닝을 소화해주길 바라고 있다"면서도 "선발들이 안 좋을 때는 중간에서 정우영, 이정용이 키 플레이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정용에 대해 "이정용을 1+1으로 기용해 선발이 안 좋을 경우 빠르게 교체하는 상황도 만들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불펜진의 신구 조화에 대한 기대감도 드러냈다. 염 감독은 "젊은 유영찬, 백승현과 고참인 함덕주 등 새로 발굴한 승리조가 자기 역할을 해준다면 경기가 편해질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국시리즈는 추운 날씨 속에 펼쳐지는데, 이에 대한 변수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염 감독은 "한국시리즈가 다가오니까 날씨가 쌀쌀해지는 것 같다"면서 "기온이 떨어지면 타격 파트가 가장 고민이 많아진다"고 털어놨다. 이어 "추운 날씨를 이겨내고 공격력이 살리는 게 중요할 것 같다"고 강조했다.
절친한 사이인 만큼 까다로운 점도 있다. 염 감독은 "(이강철 감독은) 나에 대해 너무 잘 알고 있다"면서도 "분명 껄끄러운 부분이지만 한국시리즈에서 함께 할 수 있어서 기쁘다"고 웃었다.
이강철 감독에 대한 칭찬도 빼놓지 않았다. 염 감독은 "KBO 리그의 명장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계신 것 같다"면서 "누구보다 야구를 배우려는 마음이 크신 분이다. 그런 과정을 거쳐서 이런 자리까지 오신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어 "앞으로도 한국 야구 감독의 리더로서 저희들을 이끌어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두 팀의 한국시리즈 첫 경기는 오는 7일 오후 6시 30분 서울 잠실구장에서 펼쳐진다. 7전 4선승제 한국시리즈에서 누가 마지막에 웃을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