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채모 상병이 무리한 구조작전에 희생되고 이를 조사하는 과정에 초유의 항명 사태까지 벌어졌음에도 불구하고 핵심 관련자들은 군 인사에서 모두 책임을 피해갔다.
국방부는 6일 황유성 국군방첩사령관을 합동참모차장으로 보임하는 등 올해 후반기 장성급 장교 진급 및 보직 인사를 단행했다.
진급 대상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김계환 해병대사령관은 유임되고, 채 상병의 소속 부대장이었던 임성근 해병대 1사단장은 정책연수 파견이 결정됐다.
이로써 이번 후반기 인사에서 해병대는 준장 진급자만 3명이 나왔을 뿐 소장 및 중장 진급자는 없었다.
임성근 사단장은 정책연수를 가게 될 뿐 소장 계급은 유지하게 된다. 따라서 해병대 소장 직위 4개 가운데 한 자리가 비게 된다.
해병대는 부사령관이 2사단장, 2사단장이 합참 전비태세검열실장, 전비태세검열실장은 1사단장으로 보직 이동하되 부사령관 직위는 당분간 공석과 다름없는 대리(준장) 체재로 운용하기로 했다.
결과적으로 해병대 소장급 핵심 직위의 1/4에 공백이 생기는 것은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사 적체는 해소되지 않는 기현상이 벌어지게 됐다.
국가안보실 국방비서관에서 1군단 부군단장으로 잠시 밀려났던 임기훈 육군 소장도 중장으로 진급하며 국방대 총장으로 영전했다.
임 신임 총장은 채 상병 순직사건의 여파가 한창 커지던 지난 9월 상관인 임종득 국가안보실 2차장과 동시에 교체돼 '꼬리 자르기'라는 관측을 낳았다. 임 전 차장은 경북 지역 출마설이 유력하다.
국방대 총장은 이번에 소장 직위에서 중장 직위로 승격됐다. 국방부 관계자는 "이 자리는 3성 장군이 맡는 게 더 적합하다는 판단이 몇 개월 전에 내려졌다"고만 말했다.
임 총장은 국방비서관에 이어 국방대 총장도 연속으로 임기제 진급하는 드문 사례이기도 하다.
결국 군의 신뢰와 위신을 크게 떨어뜨린 해병대원 순직 및 항명 사건에도 불구하고 핵심 관련자들은 국민 여론에도 아랑곳없이 유임, 연수, 심지어 영전까지 한 셈이다.
국방부는 인사 기조에 대해 "다양한 야전 경력으로 불확실한 전장에서 반드시 승리할 수 있는 탁월한 전투감각 및 작전지휘 역량을 보유하고, 군심 집결을 위해 군내 신망이 두터운 장군을 선발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