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래 여성을 잔혹하게 살해하고 사체를 훼손해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기소된 정유정(24·여)에게 검찰이 사형을 구형했다. 정유정은 재판부에 새 사람으로 살아갈 기회를 달라고 호소했다.
6일 오전 부산지법 형사6부(김태업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정유정에 대한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재판부에 사형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검찰은 "분노 해소 수단으로 일면식도 없는 피해자를 살해해 사회 전반에 누구나 이유 없이 살해당할 수 있다는 공포심을 심어준 사건"이라며 "과외 앱으로 살해하기 쉬운 피해자를 물색해 중학생을 가장해 접근하고, 범행도구를 미리 준비하는 등 범행을 치밀하게 준비했다"고 말했다.
이어 "피해자를 흉기로 110차례 찔러 잔혹하게 살해하고, 사체를 분리하고 훼손해 지문을 감식하지 못하도록 했다"며 "그런데도 진지한 반성 없이 우발적 살인을 주장하며 피해자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명확한 증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자백하고 있으나 법정서도 거짓말을 반복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검찰은 피해자 유족이 제출한 탄원서 내용을 일부 공개하며 엄벌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탄원서는 가족들이 시간이 지날수록 가슴 아픈 나날을 보내고 있으며, 앞으로 다시는 이런 끔찍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정유정을 엄벌해달라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검찰은 "피고인 범행으로 유족들은 삶이 송두리째 무너졌다. 20대 대학생인 피해자는 학비 마련을 위해 과외를 하려다 무참히 살해됐다"며 "정유정은 교화나 오심 가능성이 없고, 사회에서 영원한 격리가 필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사형 구형과 함께 검찰은 정씨의 재범 가능성이 크다며 위치추적 전자장치 30년 착용, 보호관찰 5년도 신청했다.
이에 대해 변호인은 정씨가 불우한 가정환경에서 성장했고, 불안정한 심리 상태에 있었다며 심신미약을 감경 사유로 내세웠다.
정씨 변호인은 "부모가 이혼한 뒤 부친이 재혼을 위해 상견례를 하면서 가족들이 자신의 존재를 숨기려 한 데 대해 정신적으로 충격을 받았고, 어릴 때부터 부친과 조부모로부터 폭행을 당했으며, 고교 진학 이후 학교생활도 달라져 친구들과의 교류도 끊겼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배경은 피고인이 상세 불명의 양극성 정동 장애, 상세 불명의 우울 에피소드를 진단받는 데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며 "피고인이 지은 죄는 막중하지만, 심신미약 등 사정을 정상에 참작해달라"고 요청했다.
정유정은 최후 진술에서 "이번 사건을 일으킨 당사자로서 죄송하다는 말씀 드린다. 저로 인해 큰 상심에 빠진 유가족들에게 죄송하고 또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울먹였다.
그러면서 "혹시라도 일상으로 돌아갈 경우를 대비해 중국어와 일본어를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한 사회 일원으로서 준법정신을 지키며 성장하고 싶다"며 "수형 생활이 어렵고 힘든 기간이지만 자신을 되돌아보며 뼈를 깎는 각고의 노력을 하겠다. 새사람으로 살아갈 기회를 간절히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유정은 5월 26일 오후 5시 40분쯤 부산 금정구에 있는 피해자 A씨 집을 찾아가 흉기로 A씨를 살해한 뒤 사체를 훼손하고 경남 한 공원에 유기한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부는 오는 24일 오전 정씨에 대해 선고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