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스의 공격으로 촉발된 이스라엘군의 가자 보복공습 한달째. 이스라엘군은 과연 민간인 희생을 줄이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가?
워싱턴포스트가 5일(현지시간) 던진 물음이다.
이스라엘군은 전쟁 개시 1주일만인 지난달 13일 가자지구에 폭탄 6천발을 투하했다고 밝힌 바 있다.
1주일간 썼다는 이 6천톤의 폭탄은 얼마나 될까.
미군이 아프가니스탄에서 IS(이슬람국가)와 벌인 전쟁에서 썼던 폭탄 물량과 비교해보자.
미군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 시절 소강상태를 보여왔던 아프간 전쟁에 도날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2016년 이후 다시 공세적으로 나서 2021년까지 6년을 이끌었다.
양측간 가장 격렬한 공방이 있었던 해는 2019년. 바로 그해 365일 동안 미군이 아프간 전쟁에서 쓴 폭탄이 7300발이었다고 한다.
이스라엘군이 지난 한 달간 쓴 폭탄 숫자는 베일에 가려져있다.
그러나 가자쪽 민간인 희생자들의 발생 추이를 볼 때 이스라엘군이 쏟아 부은 폭탄물량은 상상을 초월할 것으로 보인다.
가자지구에서 목숨을 잃은 사람만 이미 1만 명에 이른다.
이스라엘군은 민간인 피해 최소화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하는지는, 어떤 목표물에 폭탄을 투하하는지는 기밀이다.
이스라엘군 다니엘 하가리 대변인은 이날 폭탄 투하 지점의 민간인들에게 그 동안 전단 152만장을 뿌렸고, 휴대폰 문자 메시지도 6백만개를 전송했으며, 2만 통의 전화 경고를 했다고 소개했다.
민간인들을 적극적으로 피신시켰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그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반응이다.
서울의 1/3도 안 되는 크기의 가자지구에는 말 그대로 '피신할 공간'이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가자 거주민들은 하루에도 몇 번씩 '없는 피난처'를 찾아 고달픈 이동생활을 반복하고 있는 중이다.
더욱이 이스라엘은 목표 목록을 모두 타격한 이후에는 이른바 '기습적 타격' 방식으로 전환했다. '기습 타격'은 민간인 희생을 수반할 수 밖에 없다.
전직 국방정보분석관인 마크 갈라스코는 워싱턴포스트와 인터뷰에서 이는 "민간인 피해에 명백한 영향을 미친다"며 "기습적 타격으로 전환하면 훨씬 더 신속히 부수적 피해 평가를 하게 되고 그만큼 많은 예방 조치를 취할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
여기에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폭격 목표 선정을 놓고 그 정보능력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된다.
하마스의 공격을 받은 지 한 달도 안된 상황에서 과연 적들의 동향을 충분한 정보를 가지고 분석하고 있느냐는 것이다.
가자지구 민간인 사망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사실 자체에서 비롯된 의문이기도 하지만, 전문가들의 평가이기도 하다.
미국 정부에 대테러와 군사력 사용에 관해 조언해온 브라이언 피누케인 위기그룹 선임고문은 "이스라엘군의 정보력이 얼마나 우수한지 의문을 제기한다"며 "이는 전방에서의 목표물 실행뿐만 아니라 민간인에 대한 부수적인 피해 평가와도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에서 뿐 아니라 하마스 등을 상대로도 전쟁을 수행중인 상황에서는 민간인 피해문제를 다루는 일은 부수적인 문제가 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