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도 모르는데 공범?"…'라임 김봉현'과 엮인 中企

H사 사장 협력업체 통해 수원여객에 회사 매각 진행
계약서 쓰기도 전에 30억원 입금…약속장소엔 안나와
돈 돌려주려 하자 협력사 대표 "우리 통장으로 넣어라"
H사, 매각 불발 후 "수원여객에 반환하라" 요구…확인서 받아
검찰 참고인 조사서 H사 '무혐의'…수원여객 측도 "오해 풀렸다"
경영진 바뀐 수원여객 돌연 "횡령 방조" 소송…1심, '공범' 판단

연합뉴스

경기도 김포에 있는 중소기업 H사 사장인 A씨는 지난 8월 말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접했다.
 
1조6천억원 규모의 라임펀드 환매 중단 사건의 핵심 피의자인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과 공모해 수원여객의 돈 30억원을 횡령했다는 판결이 나온 것. 이 돈은 검찰이 김 전 회장 등이 횡령했다고 판단한 수원여객의 회삿돈 241억원의 일부다.
 
A씨는 수원여객 측에서 H사를 인수하겠다고 제안하며 줬던 30억원을 인수 조건이 맞지 않아 되돌려 줬을 뿐인데 "김봉현과 공범이 됐다"며 하소연했다.
 
지난 2019년 회사 임원에 대한 검찰 참고인 조사에서도 별 문제 없었고, 사건을 맡은 변호사도 '100% 승소한다'고 장담했던 상황이라 더 충격이 컸다. 해당 변호사도 "왜 이런 판결이 나왔는지 모르겠다"고 당황해했다.
 
A씨가 수원여객 측과 연결된 것은 지난해 2018년 10월 초다. 주거래처인 한국지엠이 군산공장 문을 닫는 등 경영상 어려움을 겪었던 때였다.
 
이런 시기에 오래된 협력사인 U사 사장인 B씨는 수원여객에 전기차를 공급할수 있느냐고 납품 제안을 해왔다. 그는 한발 더 나가 수원여객이 전기차를 생산할 수 있는 회사가 필요하다며 이참에 회사를 매각하는 게 어떻겠느냐고 했다. 수원여객이 필요한 전기차가 1000대가 넘는데 국토해양부 등의 자금 지원도 받는다고 설명을 곁들이면서다
 
이에 A씨는 B씨를 통해 수원여객에 회사 매각 의사를 전달하고 계약서를 쓸 날짜를 잡았다. 하지만 약속 장소에 수원여객 측은 나타나지 않았다. 그런데 당일 수원여객으로부터 계약금 30억원이 입금된 상태였다.
 
계약서 작성을 못한 A씨가 일단 돈을 돌려주려 하자, 매각을 중개했던 B씨는 "다시 입금하면 수원여객 내부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면서 본인 회사 통장으로 입금하라고 했다.
 
다시 만나 계약서를 작성하기로 하고 기다리는 와중에 B씨로부터 다른 제안이 들어왔다. 수원여객 측이 회사를 직접 인수하는 게 아니라 전환사채를 매입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투자금액만큼 향후 지분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이에 A씨는 왜 전환사채로 매입을 하겠다는 건지 잘 이해가 되지 않고, 의심스러운 생각도 들어서 아는 법무사, 세무사와 상담했다. 당시 상담을 했던 법무사는 상황을 듣고 "전환사채 방식은 위험할 수 있으니까, 매각이 안되면 돈을 돌려주라"고 했다.
 
A씨는 같은 해 12월 전환사재 방식을 거절하고 B씨에게 "수원여객에 바로 돈을 돌려주라"고 촉구했다. "돌려주지 않으면 세무서에 신고하겠다"는 압박도 넣었다고 한다.

수원여객 측이 H사로부터 돈을 반환받았다는 내용의 확인서. 작성자는 라임사태 핵심 피의자인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과 공범인 김광우씨다. 수원여객 전무였던 김씨와 김 전 회장은 수원여객 회삿돈 241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구속됐다.
 
혹시 돈이 다른 곳으로 빼돌려졌을 가능성도 있어 보여 B씨한테 수원여객의 확인서를 받아 달라고 요청했다. 돈을 주는 쪽 명의를 H사로 해달라고도 요구했다.  2019년 1월 7일자 확인서에는 김 전 회장의 공범인 수원여객 전 전무 김광우씨(구속)의 이름이 나온다.
 
이후 2019년 라임사태가 불거지면서 H사의 임원인 C씨는 검찰 참고인 조사를 받았다. 검찰에서는 별 혐의점을 찾지 못하고 조사를 마무리했고 이 과정에서 수원여객 법률대리인도 "오해가 풀렸다"는 카톡을 보내기도 했다. 그러면서 수원여객 사장이 만나보고 싶어 한다는 뜻도 전했다.
 
수원여객 법률대리인이 H사 임원인 C씨에게 보낸 카톡 문자. 횡령 사건과 관련해 오해가 풀렸으며 수원여객 대표가 조만간 만나보고 싶어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상황이 정리되는 듯 보였지만 수원여객 측에서 2020년 7월 갑자기 H사에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30억원을 수원여객에 반환하지 않고 아무런 상관이 없는 제3자(B씨)에게 이체해 횡령을 방조했다"는 이유에서다.
 
1심 판결은 수원여객 측의 손을 들어주고 H사 뿐아니라 A씨와 C씨에게 30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검찰에서는 이들을 기소 조차하지 않았지만, 판사는 사실상 '공범'으로 규정했다. C씨에 대해선 "김봉현의 요청에 따라 피고 회사의 계좌에서 U사 계좌로 송금했다"며 이를 불법행위로 간주했다.
 
하지만 판결문에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공모 관계가 성립하는지는 설명이 빠져있다.
 
C씨는 검찰 조사와 재판 과정에서 김봉현을 모른다고 일관되게 답변했다. 그는 CBS노컷뉴스에 "돈이 반환된 게 확인이 됐으면 이후 발생한 일은 수원여객의 책임이지, 왜 우리에게 또 돈을 내놓으라고 하느냐"고 말했다.
 
공모에 대한 새로운 증거가 발견된 것인지 등을 문의하기 위해 수원여객 쪽에 연락했지만 답변을 거부했다. 문제가 없다고 했다가 손배소를 제기한 수원여객 측 변호사는 "지금은 사건에 관여하지 않아 할말이 없다"면서도 수원여객 경영진이 교체되면서 기류가 바뀐 것 같다고 전했다.
 
사건을 맡은 담당 재판부에 '공모에 대한 근거'를 수차례 문의를 했지만 아무런 답변을 듣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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