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가 인요한 혁신위원장과의 만남을 거절한 방식이 계파를 막론한 당내 비판에 직면했다. 행사에 찾아온 인 위원장에게 굳이 영어로 지적한 것에 이구동성 "결례"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5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초점은 인 위원장이 계속해서 이 전 대표와의 만남을 추진할 것인가, 양쪽이 접점을 찾을 것인가, 찾지 못하면 결국 탈당을 선택하는가에 맞춰진다. 이와 관련, 이 전 대표는 결단의 시한을 오는 12월 27일로 설정했다.
실제 탈당 가능성에 대해선 당 안팎의 관측이 엇갈린다. 명분을 떠나 세력이 충분치 않다는 현실론이 있다. 반면 그간 반복적으로 피력한 비판적 입장을 근거로 "이미 선을 넘었다"라는 판단이 동시에 내려진다.
李 영어로 "서울에 진짜 환자" = 尹 겨냥 "인요한 빠져라"
인 위원장은 4일 이 전 대표를 만나기 위해 부산 토크콘서트 현장을 찾았다. 사전에 조율되지 않은 방문이었다. 이 전 대표는 행사 내내 인 위원장을 향해 우리말이 아닌 영어로 응대하며 거리를 뒀다.이 전 대표는 의사인 인 위원장에게 "여기서 내가 환자인가. 오늘 이 자리에 의사로 왔나. 진짜 환자는 서울에 있다. 가서 그와 얘기하라. 그는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여기서 환자는 윤석열 대통령을 지목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인요한 박사님한테 영어로 말씀드린 이유는"이라며 잠시 우리말로 설명할듯하다가, 곧 다시 영어로 "우리의 일원이 됐지만, 현재로서는 우리와 같아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에 대한 비판은 윤 대통령에 대한 '환자' 지적보다 '우리와 같아 보이지 않는다' 쪽에 맞춰졌다. 이미 귀화한 사람에게 굳이 피부색의 차이를 상기시키는 언어를 사용할 필요가 있었느냐는 것이다. 인 위원장 역시 한 언론 인터뷰에서 영어로 지적받은 대목에 "섭섭했다"라는 반응을 피력했다.
당내 대표적 '비윤(非尹‧비윤석열)계' 의원은 통화에서 '이준석의 감정적 반응'이라고 요약했다. 사전 약속 없이 불쑥 찾아가는 행보는 원래 이 전 대표의 방식인데, 의표를 찔린 이 전 대표가 연장자인 인 위원장에게 결례를 빚었다는 것이다.
이 전 대표가 인 위원장을 타자화한 것은 "윤 대통령과 대화할 테니 하수인은 빠져라"의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신당 창당' 동력 불투명…"천아용인 제각각, 비명계와 접촉"
결국 이 전 대표의 반응은 윤 대통령을 향해 "이 정도로 안 된다"라는 메시지를 보냈다는 것이 당내 해석이다. 이 같은 해석에 따르면 줄기차게 제기되고 있는 탈당 및 창당 카드는 아직 유보적이란 시각이 깔려 있기도 하다.
당내 관측은 엇갈린다.
한 당직자는 탈당 가능성을 낮게 평가했다. 이 전 대표와 함께 새로운 정치 세력화를 도모할 당내 조직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천아용인의 이탈'이 꼽혔다. 지난 전당대회에서 함께 했던 4인의 인사 중 1명 정도를 제외하곤 동참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했다.
이 전 대표에게 정치적 가치를 공유한 세력을 이끌 리더십이 있느냐의 문제에 대해서도 박한 평가가 내려졌다. 이 당직자는 "이 전 대표 주변의 사람들은 가치를 공유하기보다 '반윤(反尹‧반윤석열)'의 기착지가 중요한 집단"이라면서 "만약 용산에서 이른바 '반윤'에 대한 태도를 바꿔버리면 이 전 대표는 설 자리가 없어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창당의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하더라도 신당 혹은 무소속 연대가 양당 위주의 우리 정치 현실에 꼭 필요하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극단적 진영 정치로 귀결되는 상황에서 더불어민주당에서 이탈한 '비명(非明‧비이재명)계'와 함께 정치권의 '메기' 역할을 기대한다는 것이다.
이 전 대표가 결단의 시한을 12월로 설정한 것에 대해 "창당으로 이어지기엔 물리적으로 시간이 부족한 시점"이라는 우려와 함께 "만약 무소속 연대를 넘어서 창당을 한다면 비례대표 의석 확보를 위한 목표를 설정하고 움직여야 할 것"이라는 조언이 '비윤계' 일각에서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