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 페디가 불펜으로 향하자 KT가 각성했다

NC 다이노스 에릭 페디. 연합뉴스

1990년대 프로야구에는 '선동열 효과'라는 게 있었다. 당시 해태 타이거즈 소속의 최강 마무리 선동열이 경기 막판 불펜에서 몸을 푸는 것만으로도 사실상 경기가 끝났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상대는 엄청난 압박감을 이겨내지 못할 때가 많았다.

NC 다이노스가 기대한 '페디 효과'는 결과적으로 역효과를 불러 일으켰다. 오히려 KT 위즈가 각성하는 계기가 됐다.

정규리그에서 '20승-200탈삼진' 스탯 라인을 기록한 에릭 페디는 NC가 2-0으로 앞선 5회말 1사 1,3루 위기에 몰리자 덕아웃을 박차고 나와 불펜을 향해 걸어갔다. 파울 구역을 거쳐 외야 쪽에 위치한 불펜으로 걸어가는 모습을 모두가 바라봤다.

정규리그 막판 부상 후유증으로 인해 포스트시즌 1경기 등판에 그쳤던 페디는 당초 5차선 선발 등판이 예상됐지만 NC의 기대는 이뤄지지 않았다. 하지만 강인권 NC 감독은 페디의 불펜 대기를 예고했고 이는 5차전의 가장 큰 변수로 여겨졌다.

강인권 NC 감독은 경기 전 페디에게 아직 피로도가 남은 것 같다며 "선수 본인도 힘들어하고 있고 등판을 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도 아쉬움을 갖고 있다. 선수 본인은 어떻게든 자기가 할 수 있는 영역까지는 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페디가 등판 준비를 시작한 시점에서 2점 차는 매우 크게 느껴졌다. 이때 이강철 감독은 김민혁 카드를 대타로 내세웠다. 승부처였고 승부수였다. KT의 집중력은 고조됐다.

김민혁은 벤치의 기대를 충족시켰다. 5회 1사까지 퍼펙트 행진을 달리는 등 잘 던지던 NC 선발 신민혁을 상대로 동점 2타점 2루타를 때려 순식간에 승부를 원점으로 되돌렸다.

NC는 5회말에 추가 실점하지 않았다. 김영규가 불펜투수로 등판해 배정대와 조용호를 연속 삼진으로 처리하고 불을 껐다.

이후 NC는 페디의 등판 타이밍을 잡지 못했다. 그 사이 KT는 승부의 균형을 깼다. 6회말 무사 만루에서 박병호의 2루 앞 병살타 때 3루 주자 김상수가 홈을 밟았다. 이때 페디는 불펜이 아닌 덕아웃에 앉아 있었다.

NC는 포스트시즌 내내 활약한 주력 불펜투수들을 앞세워 추가 실점을 막아내며 버텼다. 그러나 NC에게 필요한 건 득점이었고 KT의 불펜은 강했다. KT는 6회부터 손동현, 박영현, 김재윤을 차례로 등판시켜 1점 차 승리를 지켰다.

결국 NC는 외나무다리 승부에서 페디 카드를 써보지도 못하고 물러섰다. 불펜 투구 후 등판이 어렵겠다는 판단이 나왔을 수도 있다. 무엇보다 5차전 선발 등판을 할 수 없는 몸 상태였다는 게 가장 큰 아쉬움으로 남게 됐다. 1차전에 눈부신 호투로 KT를 압도했기에 NC의 아쉬움은 더욱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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