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공개석상에서 '종노릇', '독과점'이라는 단어를 써가며 은행권을 강하게 질타하자, 은행권은 상생금융 방안을 마련하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특히, 취약계층의 고금리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될지 주목된다.
윤 대통령 "은행의 종노릇", "독과점" 쎈 발언 나오자 상생금융 고민 시작
윤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용산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민생 현장을 방문해 듣고 온 발언들을 소개하며 "고금리로 어려운 소상공인들께서는 죽도록 일해서 번 돈을 고스란히 대출 원리금 상환에 갖다 바치는 현실에 '마치 은행의 종노릇을 하는 것 같다'며 깊은 한숨을 쉬셨다"고 말했다.이에 그치지 않고 지난 1일 윤 대통령이 다시 "우리나라 은행들은 일종의 독과점이기 때문에 갑질을 많이 한다. 우리나라 은행의 이런 독과점 시스템을 어떤 식으로든지 경쟁이 되게 만들어야 한다"고 밝혀 은행권을 향해 재차 경고에 나섰다.
이에 은행권과 금융당국은 상생금융 시즌2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앞서 올해 초에도 윤 대통령이 은행 성과급 지급을 '돈 잔치'로 규정한 뒤 은행권이 상생금융 정책을 발표한 바 있다.
상생금융 시즌2의 큰 틀의 방향성은 주말에 경제부총리·한국은행 총재·금융위원장·금융감독원장이 모이는 비공식 간담회(F4)에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공개석상에서 '상생금융 전도사' 역할을 해왔던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F4 회의에서 논의된 방향성을 조만간 제시할 지 주목된다.
은행들 상생방안 짜느라 분주
주목되는 일정은 오는 16일 금융당국과 금융지주 회장간 간담회이다.
각 금융그룹은 간담회를 앞두고 구체적 상생방안 준비 작업에 착수했다. 대통령이 소상공인과 청년층 등의 고금리 부담 등을 지적한 만큼, 취약계층의 이자 감면과 상환 유예 등에 초점이 맞춰지는 분위기다.
하나은행은 지난 3일 선제적으로 소상공인·자영업자 30만명 대한 1천억원 규모의 금융 지원 계획을 발표했다. 일정 기간 약 11만명이 납부한 이자를 '캐시백' 형태로 665억원 정도 돌려주는 방안이 핵심이다. 서민금융상품 이용자 등 은행이 선정한 금융 취약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1인당 최대 20만원, 약 300억원 규모의 에너지 생활비를 지원한다.
KB·신한금융그룹도 이번 주말 내내 회의를 거쳐 이르면 6일 주요 상생방안을 공개할 예정이다. KB금융의 경우 소상공인 등 취약계층 가운데 고금리를 적용받는 대출자의 이자를 깎아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영세 소상공인의 각종 공과금과 임대료 등을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신한금융도 진옥동 회장 주재로 회의를 거쳐 상생방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시행 중인 소상공인·중소기업·청년층 상생금융 지원 프로그램의 기간 연장과 함께 금리 인하, 연체이자 감면, 매출채권보험료지원 등의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우리금융은 저금리 대환 대출 공급 확대, 소상공인 이자 면제, 자영업자의 입출식 통장에 대한 특별우대금리 신규 도입, 청년전용대출 한도 증액과 이자 캐시백 및 일부 감면 등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NH농협금융은 농업·농촌 지원에 초점을 두고 있지만, 금융 취약계층을 위한 지원에 동참하겠다는 기조 아래 상생방안을 내부 논의 중이다.
서민금융 활성화 방안도 속도
정부가 추진 중인 서민금융 활성화방안 마련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은 큰 틀에서 서민금융 보완계정 출연요율 인상, 차등 출연요율 개편 등을 추진키로 하고 구체적인 폭을 저울질 중이다.
중저신용자들을 위한 서민금융 상품 확대도 이뤄진다. 이용자가 몰려 '오픈런 대출'이란 별명까지 얻은 '최저신용자 특례보증 상품'의 경우 취급 은행이 연내 11곳까지 늘어날 예정이다. 최저신용자 특례보증은 기존 서민상품 대출 심사에서 거절된 신용평점 하위 10% 이하 차주를 대상으로 한 번에 최대 500만원을 대출해주는 상품으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급전이 필요한 저신용·저소득 취약 차주를 대상으로 최대 100만원의 자금을 신청 당일 즉시 빌려주는 '소액생계비대출 사업'도 은행권의 기부금을 늘리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이밖에 재원·공급 채널별로 복잡하게 나뉜 '햇살론'을 통합 운영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