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괴의 날'은 로희와 그를 유괴한 엉성한 유괴범 명준(윤계상 분)의 호흡이 주를 이룬 드라마다. 두 사람의 관계성과 서사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흘러간다. 통상 아역 배우들은 주인공의 어린 시절을 연기하지만 이번 드라마에서 유나는 긴 호흡에 도전했다. 그 결과 성인 연기자인 윤계상과 '유사 부녀' 케미를 자연스럽게 완성하면서 진정한 흥행 주역으로 거듭났다.
아직 어린 나이라고 할 수 있지만 유나에게 연기란 이미 삶의 일부와 다름없다. 배우 외에 다른 꿈은 가져본 적이 없고, 충실하게 외길을 걸어왔다. 그래서일까. 겉모습은 건방지지만 내면에 외로움을 간직한 천재 소녀, 어려운 캐릭터 연기도 유나는 세간의 평 그대로 '영리하게' 해냈다. 아역이란 한계에 굳이 자신을 가두지 않았기에 이뤄낸 성과였다.
다음은 유나와의 서면 인터뷰 일문일답.
A 정말 감사할 따름이에요. 로희를 잘 표현하고 싶었기 때문에 더 좋아요. 대본을 보면서 로희 때문에 많이 울기도 했어요. 이렇게 많은 분량을 연기한 건 처음인데 긴장도 되고 책임감도 많이 느끼게 됐어요. 재미있었어요.
Q 성인 배우들과 출연이나 대사 분량에서 큰 차이가 없어서 어려웠을텐데도 좋은 평가들이 많이 나왔어요. 이럴 거라고 예상했는지, 또 반응을 보면서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도 궁금해요. 기억에 남는 칭찬이 있다면?
A 전혀 예상하지 못했어요. 그냥 열심히 즐겁게 했고, 많은 분들이 이 작품을 사랑해 주셨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었는데 정말 감사해요. 너무 재미있다며 스포일러를 부탁하던 친구들도 있었고, 형제가 저를 좋아한다고 사인을 받아간 게 가장 기억에 남아요. 어렵다기보다는 재미있었어요. 저는 뭐든 즐겁게 하려는 편인데, 이런 성격이 비결인 것 같아요.
Q 로희가 기억을 상실한 천재소녀 캐릭터인데, 설정이 판타지스럽기도 하죠. 그럼에도 전혀 어색하지 않고, 작품에 잘 녹아들게 연기해서 그런 장벽이 사라졌던 거 같아요. 어떻게 노력 했나요?
A 로희는 11살 소녀예요. 하지만 어른들의 욕심으로 실험의 울타리에 갇히게 됐어요. 이런 특징들을 표현할 수 있게 말투는 차갑고 버릇없되, 속에 있는 두려움, 또 명준 같은 진짜 어른을 만나면서 점차 목적없는 진심과 관심을 받으며 변하는 로희, 명준에게 마음을 여는 로희를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어요.
A 연기에 대한 조언을 많이 해주셨어요. 제가 처음으로 이렇게 큰 비중의 연기를 소화할 때 윤계상 배우님과 함께여서 정말 다행이고 행운이라고 생각해요. 편하게 연기할 수 있게 배려해 주시고 너무 좋았어요. 최고의 삼촌이에요. 지금 말하면서도 삼촌이 보고 싶어요. 요즘도 계속 연락하고 지내는데, 이번 연극의 첫 공연 때도 보러 와주셔서 감동이었어요.
Q 처음부터 윤계상 배우한테 반말도 하면서 '건방진 어린이' 같은 캐릭터였는데 '밉상'처럼 보일 수 있다는 우려는 없었을까요? 강한 성격의 캐릭터였는데도 그런 균형이 잘 맞춰졌던 거 같아요
A 로희한테는 좋은 어른이 없었어요. 그래서 초반에는 차갑고 버릇없고 사회성이 부족한 아이처럼 조금 이상하죠. 그런데 좋은 어른 명준을 만나면서 변해요. 저는 '로희는 따뜻한 아이지만 자라난 환경이 그렇지 못한 거다'라고 이 캐릭터를 이해했어요. 그래서 그 부분을 잘 표현하고 싶었어요. 차갑고 버릇없어 보이지만 묘하게 그런 게 아닌 아이의 순수하고 따뜻한 마음이 슬쩍 나오게 표현하고 싶었어요.
A 연기를 하면 많은 인물로 살아볼 수 있는 게 매력인 것 같아요. 그래서 연기가 재미있어요. (연기를 하지 않는다는)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어요! 연기를 하지 않는다면…정말 잘 모르겠어요. 연기가 정말 좋아요.
Q 어린 선자도 그렇고 로희도 그렇고, 성인 못지 않은 복잡한 감정선이나 서사를 가진 캐릭터를 많이 연기하는 것 같아요. 배우로서 앞으로 어떤 매력을 보여주고 싶은가요
A 그런 캐릭터들이 재미있어서 연기로 잘 표현해 주고 싶은 욕심이 있었어요. 아직은 다양하게 많이 해보고 싶어요! 항상 제 연기를 궁금하게 생각해 주시고, 제가 나오는 작품을 찾아보셨으면 좋겠어요. 또 다른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력을 줄 수 있는 연기자가 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