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위즈에게 윌리엄 쿠에바스는 최강의 마법사다. 지난 2021년 이틀만 쉬고 다시 마운드에 올라 삼성 라이온즈를 상대한 1위 결정전에서 상상 이상의 호투를 펼쳐 KT의 역사적인 창단 첫 통합 우승의 기틀을 다졌던 주역이다.
KT는 2년 만에 다시 쿠에바스의 어깨에 팀의 운명을 걸었다.
쿠에바스는 3일 오후 창원 NC파크에서 열린 2023시즌 KBO 리그 NC 다이노스와 플레이오프 4차전에 선발 등판했다.
KT는 3선승제 시리즈에서 1승 2패 열세에 놓여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었다. 쿠에바스는 홈 1차전의 패전투수다. 3이닝 6피안타 2볼넷 7실점(4자책) 난조를 보여 NC 에이스 에릭 페디와 맞대결에서 완패를 당했다. 쿠에바스가 무너진 KT는 2차전까지 내주며 벼랑 끝에 몰렸다.
3차전 승리로 반격의 발판을 마련한 KT는 4차전에 쿠에바스 카드를 꺼내들었다. 이강철 KT 감독은 고민없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쿠에바스는 팀 승리를 위해 모든 걸 바치겠다는 의지로 똘똘 뭉친 선수다. 쿠에바스에게 두 번의 실패는 없었다.
쿠에바스는 이날 6회말 2사까지 노히트 행진을 달리는 등 6이닝 동안 1피안타 무사사구 3탈삼진 무실점 호투를 펼쳐 KT의 11-2 승리를 견인했다.
6회까지 버텼음에도 투구수는 고작 73개에 불과했다. 그만큼 공격적인 투구로 일관했고 자신감과 강력한 구위로 NC 타선을 압도했다.
쿠에바스는 1회말 선두타자 손아섭을 3루 실책으로 내보냈다. 이후 6회말 2사 다시 손아섭의 타석이 돌아올 때까지 완벽한 투구 내용을 선보였다. 손아섭이 중전안타를 때려 쿠에바스의 노히트 행진을 깼지만 대세에는 지장이 없었다.
KT 타선은 이틀 연속 힘을 냈다. 1회부터 4회까지 매이닝 2점씩 뽑으며 일찌감치 승부를 결정했다. NC 선발 송명기는 1⅓이닝 4실점으로 무너졌고 두 번째 투수 이재학은 2⅓이닝 4실점으로 난조를 보였다.
황재균과 장성우는 4회초 나란히 솔로포를 때려 팀 분위기를 끌어올렸고 중심 타자 알포드는 8회초 솔로홈런을 쏘아올려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NC는 8회말 2점을 만회했지만 승부를 뒤집기는 어려웠다.
안방에서 2경기를 모두 내줬던 KT는 2경기 연속 만원 관중을 이룬 창원 원정에서 연승을 질주하며 플레이오프 승부를 2승 2패 원점으로 되돌렸다. 이제 KT는 5일 오후 수원으로 돌아와 NC와 한국시리즈 진출이 걸린 피할 수 없는 외나무다리 승부를 펼친다.
KT의 반격은 투타의 조화에서 비롯됐다. KT의 간판 선발투수 고영표가 지난 3차전에서 6이닝 무실점 호투로 반격의 발판을 놓았다. 고영표는 가을 들어 뜨거웠던 NC 타선에 찬물을 끼얹으며 공룡 군단의 무패 행진을 끝냈다. 타선에서는 배정대와 문상철이 대포를 가동했다.
4차전에서는 쿠에바스의 투혼이 다시 한 번 KT를 일으켜세웠다. 타자들은 초반부터 NC 마운드를 무너뜨리며 에이스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정규리그 2위 KT가 뒤늦게 깨어났다. 플레이오프는 이제 마지막 승부만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