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표가 '김포-서울 편입' 논란에 뛰어들지 않는 이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민생경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기자회견까지 자처했지만, 경기 김포시의 서울 편입과 관련해 또다시 신중한 자세를 취했다. 당에선 당대표가 직접 반박에 나설 경우 '현실성 떨어지는 포퓰리즘성 정책'을 오히려 키워줄 수 있어 대응이 불필요하다고 보는 분위기다.

이 대표는 2일 직접 민생경제 기자회견을 열고 '김포-서울 편입' 논란과 관련해 "국가적 과제를 아무 생각 없이 툭 던졌다가 저항이 만만치 않으면 슬그머니 모른 척하는 방식의 국정운영은 문제다"라고 정부여당을 에둘러서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 이야기에 집중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라며 구체적인 말은 아꼈다.

이 대표의 신중론은 원내지도부를 비롯한 민주당 의원들이 개별적으로 비판 메시지를 연신 내고 있는 것과는 상반되는 모습이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현실성 없는 행정구역 개편보다는 실질적으로 고통받고 있는 5호선 연장 문제를 시급히 처리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20대 국회 당시 김포갑 지역구 의원이었던 김두관 의원도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행정구역 개편은 대한민국 전체 구역과 국가 경쟁력을 염두에 두고 상당히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며 "일부 수도권 시민들의 욕망을 이용해 선거에서 이득을 보겠다는 총선용 전략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내 최대의원 모임인 더좋은미래(더미래) 역시 이들 주장에 힘을 실어줬다.

이 대표가 이번 편입 문제와 관련해 직접적인 언급을 피하는 데는 불필요하게 해당 논의를 키울 필요가 없다는 판단이 깔렸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에서 수도권 표심을 잡기 위해 흔드는 판에 동조할 필요가 없다는 취지다. 자칫하면 이슈를 선점한 국민의힘에 야당 대표가 끌려다니는 모양새가 연출될 수 있다. 한 민주당 의원은 "당대표가 김포 편입에 반대하고 나설 경우 진지하게 찬반 논의로 흘러갈 수 있어 침묵 전략을 써야 한다"며 "개별 의원 수준에서 대응하는 게 적절해 보인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김포-서울' 편입 논란이 총선까지 이어지지는 않을 거라는 관측도 이 대표가 팔짱을 끼고 있는 이유다. 상당한 찬성 여론으로도 추진이 어려운 게 행정개편 문제인데, '김포-서울' 편입의 경우 서울을 비롯한 경기 외곽, 충청에서 조직적으로 반대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당내에서 나온다. 여론 상으로도 편입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보는 시각이 상당하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1일 전국 18세 이상 남녀 503명을 대상으로 '김포-서울' 편입 찬반을 조사한 결과 찬성 31.5%, 반대 58.6%로 집계됐다. 특히 인천·경기와 서울에서 반대 의견이 각각 65.8%, 60.6%로 높게 나왔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대표 측 관계자는 "이 정책은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정치적 입지가 불안해지자 던진 임기응변에 불과하다"며 "우리가 장단 맞출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여기에 각 지역의 이해가 첨예하게 엇갈려 당대표가 메시지를 통합하는 것도 쉽지 않은 형국이다. 총선을 앞두고 특정 지역의 감정을 자극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 대표는 당분간 말을 아끼는 대신 원내지도부와 개별 의원들이 지금처럼 각개전투 형식으로 대응할 것으로 전망된다. 구체적으로 '전국 단위 행정개편'과 '서울 5호선 연장 추진' 카드로 맞서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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