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요양원으로부터의 사색…'죽으면 못 놀아'

아마존의나비 제공
이 책은 전직 성공회 여성 사제이자 소도시에서 혼자된 아이들을 위한 '어린이 치유 센터'를 운영했던 저자 페리도나가 느지막이 사회복지사 자격을 얻은 뒤 가게 된 요양원에 생의 마지막을 준비하는 어르신들의 일상과 찰나의 순간들을 담담하게 펼쳐낸 이야기다.

가족들을 위해 손마디가 휘고 뼈가 빠지는 노동으로 제 몸 간수하는 것도 힘들었던 시절을 견뎌낸 어르신들의 요양원 생활은 자칫 우울하거나 지루할 수 있지만, 저자는 요양원의 일상을 특유의 유머와 관조, "죽으면 못 놀아"라고 말하는 시크한 어르신들의 모습으로 담아낸다.

사색하듯, 때론 깊은 성찰을 경험하듯 저자의 유쾌하고 발랄한 문장은 잔잔한 감동의 언어들 덕에 따뜻한 위로를 건네는 듯하다.

치매 탓에 맥락 없이 이어지는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저자는 마치 엄마, 아빠, 삼촌, 때론 친구와 주고 받는 일상의 대화로 받아들인다.

그는 "그냥 듣는다는 것.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어떤 이야기든 듣자마자 머리가 먼저 분석해 판단하고 재판하려 들기 때문이다. 게다가 자신도 모르게 어떻게든 상대의 생각과 행동을 내 생각대로 바꾸고 싶은 욕심이 생기기 때문"이었다며 어르신들과 동행하면서 바뀐 자신의 모습에 감사해 한다.

책은 코로나19가 휩쓸던 팬데믹 2년간 요양원에서 경험한 일상을 진득하게 담아냈다. 팬데믹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올 수 없었던 가족과 손주들을 찾는 애처로운 모습, 면회 재개 이후에도 유리벽을 사이에 두고 손 한 번 잡지 못하는 애틋한 현실, 수시로 진행되는 코로나 검사는 어르신들과 사회복지사, 요양보호사 등 요양원 식구들에게 공포심을 자아낸다.

요양원 식구들은 저마다 자신들의 공간에서 그들만의 방식으로 이겨냈고, 또 그렇게 이별했거나 이별을 준비하고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오늘도 영감님이 오셔서 멀리 목소리 면회만 하고 돌아가셨는데, 양순 어르신은 생활실에 올라가자마자 영감님께 전화를 하신다. "여보. 내가 깜빡하고 못 한 말이 있어요. 사랑해요." 어르신 침대 위에 영감님 자랑과 함께 늘어놓은 반찬통에는 영감님이 손수 볶아 오셨다는 미역 줄기 볶음이 얌전히 들어 있었다." -책 '인간이 알 수 없는 비밀들' 중에서

페리도나 지음 | 아마존의나비 | 36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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