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사스 레인저스는 2023시즌 메이저리그 개막을 앞두고 공식 홈페이지가 선정한 파워랭킹에서 전체 30개 구단 가운데 19위에 머물렀다.
최근 2년 동안 마커스 시미언, 코리 시거, 제이크 디그롬 등 정상급 스타들을 대거 영입해 전력을 강화했지만 텍사스에 대한 기대치는 그리 높지 않았다.
2023시즌 초반 메이저리의 간판 에이스 디그롬이 이적 첫 시즌에 고작 2경기만 뛰고 시즌아웃 부상을 당했을 때 텍사스의 정상 도전은 올해도 물거품이 되는 듯 했다.
그러나 텍사스는 강력한 타선을 바탕으로 정규리그에서 90승(72패)을 기록하며 아메리칸리그 와일드카드로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았다.
이어 아메리칸리그의 강자 탬파베이 레이스, 올 시즌 아메리칸리그 최다승(101승)을 기록한 볼티모어 오리올스, 월드시리즈의 단골손님 휴스턴 애스트로스를 연파하고 11년 만에 다시 월드시리즈 무대를 밟았다.
그리고 마침내 창단 첫 우승의 감격을 누렸다.
텍사스는 2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의 체이스 필드에서 열린 메이저리그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월드시리즈 5차전에서 5-0으로 승리해 시리즈 전적 4승 1패로 대망의 우승을 차지했다.
이로써 텍사스는 1961년 워싱턴 세네터스라는 이름으로 메이저리그에 입성한 후 처음으로 월드시리즈를 제패했다. 2010년과 2011년 2년 연속 월드시리즈에 진출하고도 고배를 마셨던 아픔을 깨끗하게 씻었다.
디그롬은 시즌 초반 아웃 판정을 받았다. 시즌 내내 타선을 이끌었던 아돌리스 가르시아와 시즌 중반 전격 영입한 베테랑 에이스 맥스 슈어저는 월드시리즈 도중 부상으로 더 이상 뛸 수 없는 상태가 됐다.
그럼에도 텍사스는 여전히 강력한 타선과 뒷심을 발휘해 애리조나의 돌풍을 잠재웠다.
텍사스 타선은 이날 애리조나의 에이스 잭 갤런의 호투에 막혀 고전했다. 그러나 애리조나 역시 포스트시즌의 사나이 네이선 이볼디의 분전에 막혀 점수를 뽑지 못했다.
텍사스는 7회초 균형을 깼다. 코리 시거가 선두타자 안타로 갤런의 노히트 행진을 끝냈다. 계속된 2,3루 기회에서 미치 가버가 중전안타를 때려 선제점을 뽑았다.
이후 팽팽하던 흐름은 9회초에 무너졌다. 1차전에서 뼈아픈 블론세이브를 기록했던 애리조나의 마무리 폴 시월드는 9회초에만 대거 4점을 내주고 고개를 숙였다.
텍사스는 9회초 무사 1,2루에서 조나 하임의 중전안타로 추가점을 뽑았다. 이때 애리조나 중견수 알렉 토마스가 공을 뒤로 흘리는 결정적인 실수를 범해 1루 주자도 홈을 밟았다.
이어 마커스 시미언이 우승 축포나 다름없는 쐐기 투런포를 쏘아올렸다.
경기 후 텍사스의 간판 유격수 코리 시거가 월드시리즈 MVP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시거는 1차전 9회말 극적인 동점 투런홈런을 포함해 이번 시리즈에서 3홈런, 6득점, 6타점을 쓸어담으며 텍사스의 우승을 견인했다.
시거는 LA 다저스에서 뛰었던 2020년에 이어 또 한 번 월드시리즈 MVP를 수상했다. 월드시리즈에서 두 차례나 MVP를 받은 선수는 샌디 쿠펙스, 밥 깁슨, 레지 잭슨에 이어 시거가 역대 네 번째다.
텍사스는 2021시즌 정규리그에서 102패를 당했던 팀이다. 이후 거침없는 투자로 전력 보강에 나섰고 2년 만에 결실을 맺었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한 시즌 100패 이상을 기록한 팀이 2년 안에 월드시리즈 정상을 차지한 것은 역대 세 번째로 나온 진기록이다.
텍사스를 이끄는 명장 브루스 보치는 통산 네 번째 월드시리즈 우승을 달성한 역대 6번째 감독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