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유족 "대한민국 사법부는 죽었다" 大法 판결 규탄

대법, '세월호 구조 실패' 해경 지휘부…최종 '무죄' 확정
세월호참사 유가족·시민단체, 대법 판결 규탄
"재난참사에 대한 국가의 책임 물을 수 없다는 절망 안겨줘"
"더 많은 증거 찾아내 반드시 사회적 처벌까지 물을 것"

2일 오전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와 4월16일의약속국민연대(4.16연대)가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세월호참사 해경지휘부 대법원 판결에 대한 피해가족과 시민의 입장발표 기자회견'을 열었다. 민소운 기자

4·16 세월호참사 유족들과 시민단체들이 참사 당시 구조 업무를 소홀히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해경 지휘부 대부분에 대해 무죄를 확정한 대법원에 항의하고 나섰다.
 
2일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와 4월16일의약속국민연대(4.16연대)는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세월호참사 해경지휘부 대법원 판결에 대한 피해가족과 시민의 입장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늘부로 대한민국 사법부는 죽었다"며 "이 재판의 결과는 세월호 참사에 대한 책임을 분명히 못한 것 뿐만 아니라, 앞으로 또 벌어질 수 있는 재난 참사에 대해 국가의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절망을 안겨줬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자회견에 앞서 이날 오전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업무상과실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김석균 전 해양경찰청장 등 11명에 대한 상고심에서 김 전 청장 등 9명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재판에 넘겨진 11명 중 김문홍 전 목포해양경찰서장과 이재두 전 3009함 함장은 사건 보고 과정에서 '사고 초기에 퇴선 명령을 지시했다'는 취지의 허위 공문서를 작성하도록 한 혐의 등이 유죄로 인정돼 각각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과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확정됐다.
 
대법원은 세월호 승객 구조 조치에 대해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판단을 누락한 잘못이 없다"고 밝혔다.
 

대법원의 판결을 방청한 뒤 기자회견에 나선 이들은 "해경 지휘부라는 자리는 책임을 지는 자리"라며 "상황에 대해 적극적으로 파악해야 하는 책임자들이 몰랐다는 것, 상황을 파악하기 위한 조치가 없었다는 그 자체가 책임의 문제이며, 그것이 바로 책임자의 실패"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핑계와 책임회피로 일관한 해경지휘부에게 대법원은 무죄를 선고했다"면서 "'매뉴얼이 충분하지 않았다', '인지가 어려웠다'는 것은 책임의 무게가 되어야 하는데 재판부는 어째서 무능하고 무력했던 해경을 옹호하고 이해하기 바쁜 것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이들은 또 "책임을 묻는 행위는 희생자에 대한 애도이며 회복의 과정이고, 사회가 성찰하는 계기를 만들고 재발 방지로 나아가는 것"이라며 "법원은 국가기관이자 사회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이 과정에 참여해야 할 책임이 있는데, 법원이 그 책임을 다했는지 다시 한 번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재난 참사 앞에 불능에 빠진 정부, 그 자체에 책임을 묻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정부의 책임은 점점 더 가벼워지기만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들은 오늘 대법원의 판결이 10.29 이태원 참사 유족들에게도 큰 상처를 남길 것이라 말했다.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1주기 시민추모대회에서 세월호 유가족들이 눈물을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이들은 "이 판결을 세월호 가족들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며, 이태원참사 유가족들도 이러한 결과가 자신들의 미래가 될까 매우 두려울 것"이라며 "이태원 참사 유가족과 연대하는 일본 아카시시 유족, 영국 힐스버러 참사 유족들처럼 20년 넘게 싸워서야 간신히 사과 한 마디 듣는 것이 자신들의 미래라는 것이 두렵다고 했다"고 외쳤다.
 
이어 "그런데 오늘 (판결로 인해) 그 미래가 진짜 닥쳐올 것이 너무나 두려울 게 뻔한 이 상황에 참으로 참담하고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에게 뭐라 할 말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사법부는 법을 만들고 집행한 사람들이 잘못왔던 걸 바로잡을 마지막 기회를 걷어차 버렸다"면서 "사법부는 오늘로 해경지휘부에 대한 사법적인 판결이 끝났다고 얘기하겠지만, 우리는 앞으로 더 많은 증거를 찾아내는 활동을 펼칠 것이고, 반드시 사회적 처벌까지 묻는 활동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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