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소통·민생현장 행보 본격화…'국정기조 변화' 주목

尹, '민생 타운홀 미팅' 통해 국민 60여명과 만나
"잘 경청해서 국정 반영…모든 것은 제 책임"
'현장 목소리 들어야'…민생 현장 강조 연장선 행보
'소통 강화'…野 향해선 '협치' 제스처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58회 전국여성대회에서 참석자들에게 허리 숙여 인사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소통'과 '민생 현장'을 강조하는 행보를 본격화했다. 국회를 향해선 '초당적 협력'를 요청하는 동시에, 특히 야당을 대하는 자세가 달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회성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며 윤 대통령이 강조한 만큼 당분간 이러한 국정 기조 변화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1일 서울 마포구에 있는 한 북카페에서 열린 제21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민생' 타운홀 미팅(town hall meeting·자유토론 방식의 공개 회의)을 가졌다. 회의에는 주부, 회사원, 소상공인 등 다양한 직업과 연령대를 가진 국민 60여명이 참석했다.

윤 대통령은 2년여 전 마포구 공덕역 인근의 한 맥줏집 사장이 코로나19로 인한 경영난과 생활고를 버티지 못하고 극단적 선택을 한 일을 언급하며 "여기를 다시 와 보니까 저로 하여금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게 만드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대선 경선 후보 시절 이 가게를 직접 찾아 맥줏집 사장을 추모했다. 마포는 2021년 3월 검찰총장에서 물러난 윤 대통령이 정치 입문을 선언한 계기가 된 곳이기도 하다. 초심으로 돌아가 민생 현장을 찾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아울러 윤 대통령은 "저희들이 잘 경청해서 국정에 제대로 반영하도록 하겠다"며 "모든 것은 제 책임이다. 제가 잘하겠다"고 했다.

현장에서 구체적인 지시도 내려졌다. 윤 대통령은 이날 부산에서 올라온 한 개인택시 기사가 "카카오 택시 독점적 지위를 이용한 횡포가 너무 심하다. 콜 수수료를 대폭 낮췄으면 좋겠다"고 요청하자 "이 카카오의 택시에 대한 횡포는 매우 부도덕하다"라며 "반드시 정부가 제재를 해야 된다"라고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서 주부, 회사원, 소상공인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제21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 대통령은 김포시에서 찾아온 한 수산물 제조업자가 "대출을 많이 받다 보니 금리가 현실적으로 어렵다", "대용량의 원료 수급에 있어 규제가 많다"라고 토로하자 "우리나라 은행들은 갑질을 많이 한다"며 "은행의 이런 독과점 행태는 정부가 그냥 방치해서는 절대 안 된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대통령실 김기흥 부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이 이번에 국민들의 말씀을 직접 들을 수 있는 타운홀 미팅 방식을 선정한 데에는 정치가 정쟁에 매몰되면서 민생 정책을 소홀히 해 정치 과잉으로 서민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인식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윤 대통령이 그간 강조해 온 '국민은 늘 옳다. 책상과 사무실을 떠나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는 현장 강조의 연장선에서 사람들이 모이는 공간인 카페에서 개최됐다"라고 덧붙였다.

캐주얼 정장 차림으로 참석한 윤 대통령은 민생 고충과 정부에 대한 건의 사항을 메모하면서 경청하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서 주부, 회사원, 소상공인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제21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참석자들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타운홀 미팅 행사 후 윤 대통령은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제58회 전국여성대회에 참석해 "우리 여성들이 앞으로도 우리 사회에서 더 적극적으로, 더 주도적으로 역할을 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의 전국여성대회 참석은 2년 만으로, 여성가족부 폐지 등을 대선 공약으로 내세우며 일각의 비판을 사기도 했지만 총선을 앞두고 여성계와 소통 의지를 보이려는 행보로 해석된다.

소통 강화, 민생 현장 예고했던 尹…野 향해선 '협치' 제스처

'소통'과 '민생 현장'을 강조하는 행보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이후 잇따라 내놓은 메시지에서 예고됐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16일 용산 분수정원에서 주재한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국민 소통, 현장 소통, 당정 소통을 더 강화해 달라"며 참모들에게 주문했다. 같은 달 18일에는 "국민은 늘 무조건 옳다"며 "어떠한 비판에도 변명을 해서는 안 된다. 우리가 민생 현장으로 더 들어가서 챙겨야 한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지난달 30일 국무회의에서는 "지금 당장 눈앞에서 도움을 기다리는 국민의 외침, 현장의 절규에 신속하게 응답하는 것보다 더 우선적인 일은 없다"며 "저도 지금보다 더 민생 현장을 파고들 것이고 대통령실에서 직접 청취한 현장의 절규를 신속하게 해결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국정 기조 변화는 국회를 향해서도 이어졌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국회에서 진행한 내년도 정부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국회의 '초당적 협력'을 요청하며 여야 협치 메시지에 공을 들였다. 또한 여야 원내대표 및 국회 상임위원장단과 간담회, 오찬을 함께하며 경청과 소통에 방점을 찍는 모습을 보였다.

윤 대통령은 정부의 핵심 과제인 노동·교육·연금 '3대 개혁'에 대해선 "의원님들의 깊은 관심과 지원을 부탁드리겠다"라고 했고, 내년도 예산안과 관련해선 "차질 없이 집행되어 민생의 부담을 덜어드릴 수 있도록 국회의 적극적인 관심과 협조를 다시 한번 부탁드린다"라고 당부했다.

연설문에서는 지난 정부에 대한 언급은 드러냈으며, 연설을 시작하면서도 통상 여야 순으로 호명하는 정치권의 관례를 깨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먼저 언급하고 원내대표 역시 민주당과 국민의힘 순으로 호명했다.

윤 대통령은 연설을 마친 뒤에도 민주당 의원들을 찾아가 일일이 악수했다. 이 대표에게는 고개를 숙이며 정중하게 인사를 하기도 했다. 시정 연설을 기점으로 야당을 대하는 자세가 달라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국정 기조 변화의 신호탄인 '소통'과 '민생 현장'을 강조하는 행보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의 현장 방문은 일회성으로 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국민과 직접 소통하는 시스템으로 정착시킬 것"이라고 약속하기도 했다.

2024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 대통령 시정연설을 위해 국회를 찾은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국회 의장실에서 열린 국회 의장단, 여야대표, 5부 요인과의 사전 환담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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