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의 인공지능(AI) 비서 앱 '에이닷'이 출시 일주일 동안 애플 앱스토어 인기 순위 1위를 이어가고 있다. 통화 녹음 기능이 지원되지 않아 아이폰 사용을 고민했던 이용자들의 마음을 제대로 파악한 게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SKT 이후 다른 통신사들도 이와 같은 유사 서비스를 내놓을 지도 관심사다. 아이폰 통화녹음을 둘러싼 질문들에 대해 알아봤다.
에이닷은 아이폰에서 어떻게 통화 녹음을 하는걸까?
애플은 보안 규정에 따라 기기 간의 통화 녹음 기능을 제공하지 않는다. 애플 본사가 있는 미국 캘리포니아를 비롯해 미국 11개 주에서 '상대방 동의 없는 통화 녹음'이 불법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휴대전화 제조사가 아닌 외부 개발자가 만든 앱에 대해서는 별도로 제재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국내에선 AI 음성 인식 전문기업인 아틀라스랩스가 2021년 음성 녹음이 가능한 전화 앱 '스위치'를 출시했다. 스위치를 이용해 아이폰으로도 통화 녹음을 할 수 있었지만, '유료'이기 때문에 돈을 내야 했다.SKT는 이 부분을 제대로 공략했다. SKT 고객들에게만 에이닷앱을 통한 아이폰 통화 녹음 기능을 제공한 것이다. 지난 24일 에이닷 아이폰 버전을 업데이트 하면서다. 기본 아이폰 전화 앱이 아닌 SKT의 통신 네트워크를 사용한 'HD 보이스' 기술을 활용했다. HD 보이스는 롱텀에볼루션(LTE) 인터넷 망 위에서 이뤄지는 음성 통화를 말한다. SKT의 통신 네트워크를 사용했기 때문에 애플의 정책도 피해 갈 수 있었다.
에이닷은 어떻게 통화 내용을 요약할까?
에이닷을 통해 통화가 녹음된 파일은 사용자 아이폰에 앱 데이터 형태로 저장된다. 다만 SKT는 개인 정보 수집 이용에 동의한 사용자의 통화 파일에 한해서만 서버로 보낸다. AI 기술을 활용해 음성을 문자로 바꾼 뒤 맥락을 분석하고 요약해야해서다. SKT 관계자는 "서버에서 음성을 텍스트화하면서 요약하고 그걸 바로 사용자에게 보내면서 리얼타임으로 삭제한다"고 설명했다.AI 서비스를 실행하기 위해선 초거대 AI가 높은 사양을 요구한다. 기업의 메인 서버에 보낼 수 밖에 없는 이유다. SKT는 이 정보 역시 암호화해 데이터 분석용 AI만 접근하도록 제한했다고 밝혔다. 에이닷 개인정보 관리 관련 약관에는 △일반 통화음성 녹음 파일은 텍스트 변환 후 지체 없이 파기, △통화음성 녹음 파일을 문자로 변환한 텍스트 파일은 서비스 제공 후 지체 없이 파기라고 명시돼 있다. 이에 따라 SKT 서버에는 이용자의 목소리가 저장되지 않는다고 회사 측은 강조했다.
해외에서도 이용 가능? 애플워치 이용 가능?
현재는 애플워치에서 에이닷 전화 알림을 받을 수는 있지만 수신은 되지 않는다. 보통 아이폰과 애플워치를 연동해서 쓰는 이용자들에게는 아쉬운 부분이다. 이에 따라 업데이트 요청도 많다. SKT 측은 "사용자의 수요를 보면서 향후 가능할 수 있도록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당초엔 애플워치에서 에이닷 전화 알림도 받을 수 없었지만, 이용자들이 불편을 호소하자 업데이트를 통해 서비스를 개선했다.해외 로밍 서비스는 지원하지 않는다. 해외에서는 아예 에이닷 앱 접속이 안 된다. SKT 관계자는 "서비스를 제공할 때 기반이 되는 데이터가 한국의 데이터이기 때문에 해외 상황에 대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앱에서 로그아웃을 했거나 앱을 삭제했다면 텍스트로 변환된 통화 내용은 모두 사라진다. 기기에 저장된 음성 파일 앱 데이터도 자동 삭제된다. 따로 삭제 하지 않으면 앱데이터는 1년이 지난 후 자동 폐기된다. 만약 음성 파일을 보관하려면 따로 백업해놔야 한다.
KT와 LG유플러스 등 다른 통신사도 유사 서비스 내놓을까?
아직까지 아이폰 통화녹음 서비스는 SKT 이용자만 가능하다. KT나 LG유플러스 등 다른 통신사 이용자들은 에이닷 앱 자체를 다운로드 받을 수는 있지만 아이폰 통화녹음 서비스는 사용할 수 없다. 아이폰 이용자들은 다른 통신사들이 에이닷과 같은 통화녹음 서비스를 조만간 제공할 지 큰 관심사다. 이에 대해 KT는 "다각도로 검토 중이지만 현재 확정된 것은 없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LG유플러스 측도 "(아이폰 통화녹음 서비스에 대해)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다.아이폰 이용자들 사이에선 통화녹음이 되는 SKT로 이동하는 이용자들이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게 나오고 있다. 반면 아직 서비스 초기 단계라 통화녹음만 보고 이동하기엔 이르다는 의견도 있다. 보안업계 쪽에서는 "'AI를 제3자로 볼 것이냐'라는 부분에 있어서 법적 사각지대가 있기 때문에 논란의 여지가 존재한다"면서 "'서버에서 통화내용을 지운다'가 핵심이 아니라 '거쳐갔느냐'가 핵심이어서 이 부분에 대한 유권해석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