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의회 허식(65·국민의힘·동구) 의장이 인천시교육청이 연 국제행사장에서 우리나라 교육이 "교묘하게 공산주의를 결부시키고 있다"고 발언해 논란이 일고 있다.
행사를 연 인천교육청 측은 허식 의장의 발언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지만 조만간 앞두고 있는 행정사무감사와 내년 예산 확정 등에 불이익이 생길 수 있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눈치다. 예산 심의 권한을 등에 업은 '갑질'이라는 불만도 나온다.
인천교육청 행사 축사서 "이승만이 독재자라고…역사교육 잘못돼" 발언
2일 CBS노컷뉴스의 취재를 종합하면 허 의장은 지난달 31일 인천 연수구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제2회 세계를 품은 인천교육 한마당' 개막식에서 축사를 하는 도중 "인천을 포함한 한국 교육 전반이 공산주의를 교묘하게 결부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허 의장은 최근 인천시의회를 찾은 일부 대학생들이 독립운동가인 김구와 이승만에 대한 평가를 하는 과정에서 이승만 전 대통령에 대해 '독재자' 등으로 평가했다고 설명하면서 "역사교육이 잘못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행사에는 축사를 한 허 의장을 비롯해 도성훈 인천교육감, 기조연설자로 참석한 반기문 전 UN사무총장, 주한외국대사관, 해외 교육 관계자, 학생, 학부모, 일선 교직원 등 500여명이 있었다. 허 의장의 축사 직후 현장에서는 주최 측뿐만 아니라 참석자들 사에서도 여러 차례 탄식이 나오는 등 적잖이 놀란 것으로 알려졌다.
한 교육청 관계자는 "해당 행사는 교육에 있어 다양성, 다른 나라 문화, 인권, 평등 등을 지향하기 위해 연 행사였는데 그런 축사에서 발언이 나와 당황스러웠다"면서 "(허 의장이) 교육을 이념의 장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인천교육청 "예의 어긋나는 발언이지만 예산안 심의 불이익 걱정"
인천교육청도 지난달 31일 해당 발언이 나온 직후 공식 입장을 내겠다고 대응을 예고했지만 이날까지 아직 별다른 입장을 내지 못하고 있다. 교육청 내부에서는 허 의장에게 유감을 표현했다가 자칫 오는 7~14일 예정된 인천시의회의 행정사무감사나 내년도 예산안 심의에서 자칫 불이익을 보는 게 아니냐는 우려하는 분위기다.
교육청의 한 관계자는 "교육에 대한 진심어린 조언이었다고 하기에는 장소나 행사 취지에도 맞지 않고 기관 대 기관의 예의에도 어긋난다"면서도 "그렇지만 현재 '을'의 입장인 교육청에서 아무말도 못하고 있는 이 상황에 직원들의 사기도 많이 떨어졌다"고 말했다.
교원단체인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인천지부, 인천교사노조 등도 "인천 교육을 위해 희생하고 애쓰는 교사에게 인천시의회 의장의 발언은 사기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며 유감의 뜻을 드러내고 있다.
허식 "균형있는 역사교육 주문한 것…다른 뜻 없다" 해명
애초 허 의장은 지역 국제행사 축사로 적합한 A4 용자 1~2쪽 분량의 원고를 시의회로부터 넘겨받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허 의장은 해당 원고를 낭독하지 않았다. 인천시의회 관계자 역시 "의장님이 인천시의회를 대표해서 행사에 참석한 것은 맞지만 축사 원고가 아닌 개인의 생각을 발언한 것이기 때문에 시의회 차원에서 따로 해명을 낼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허 의장은 "우리나라나 인천에서의 역사교육이 역대 인물을 조명하는데 있어 공(功)과 과(過) 가운데 과를 더 부각시키는 듯 해서 공적과 과오를 균형있게 다루는 역사교육을 했으면 하는 바람에서 한 말"이라면서 "절대 다른 뜻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과거에는 "가정폭력 증가는 학생인권조례 때문" 발언도
허 의장은 말실수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는 올해 8월1일 지역일간지 인천일보의 유튜브 채널인 인천일보TV의 콘텐츠 '윤관옥의 신언서판'에 출연해 학생인권조례가 가정폭력을 부추긴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논란을 샀다.
당시 허 의장은 "가정폭력이 왜 이렇게 많으냐, 인성교육이 제대로 안 되니까, 지금 학생하고 선생님하고 학생인권조례에서는 기본적으로 (그 둘이) 대등하다고 본다"면서 "이런 식으로 엉뚱하게 하니까 훈육도 안되고 아무것도 안된다. 이런 생각을 바탕으로 갖고 있는 게 지금의 학생인권조례"라고 말했다.
지난해에는 SNS에 "문재인 구속…경찰 나부랭이 처벌" 썼다가 사과
허 의장은 지난해 8월에도 자신의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행정안전부의 '경찰국 신설'에 반대하는 일선 경찰을 '나부랭이들'이라고 비하하고 문재인 전 대통령을 구속하라는 내용의 글을 올려 물의를 빚어 공식 사과한 바 있다.
당시 그는 SNS 계정에 "당장 문재인부터 검찰 소환해라. 지금 당장 문재인부터 잡아넣어라. 가능한 모든 수단 동원해 구속하라. 경찰 나부랭이들 그때도 까불면 전부 형사처벌해라. 이건 내전 상황이다"라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그의 또 다른 글에는 "노조와 같은 경찰직장협의회는 2020년에 만들어졌다. 만든 X이 바로 문재인다. 나라를 망가뜨리려는 간첩질의 인환이다"라고 적었다. 당시 허 의장은 경찰들이 윤석열 정부에 대항하는 것에 불만이 있어 타인이 작성한 글을 공유한 것이라고 해명하면서 삭제했다.
그러나 이 글이 문재인 정권 때 만들어진 경찰직장협의회가 '경찰국 신설'을 반대하자 문 전 대통령을 구속해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되면서 경찰과 더불어민주당의 반발을 샀다. 특히 경찰은 직접 시의회를 찾아와 항의하고 허 의장을 사이버 명예훼손 혐의 혐의로 고소하겠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논란이 커지자 허 의장은 "이번에 올린 글은 정말 생각이 없었다. 진심으로 사과한다"면서 "(해당 글은) 코로나19에 걸려서 누워 있으면서 올린 글이고 일이 이렇게 커질 줄 몰랐다"고 거듭 해명했다.
또 허 의장은 문재인 전 대통령을 비하하는 듯한 글을 올린 것과 관련해서도 "중앙 정치에 대한 것은 앞으로 제가 SNS상에서 얘기하지 않겠다"며 "앞으로는 300만명 인천시민을 위해서만 일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