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명예훼손 혐의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한 지 두 달이 지났다.
김만배-신학림 허위 인터뷰 의혹으로 시작된 수사는 지난 대선 국면에서 제기된 윤 대통령의 '부산저축은행 부실 수사 의혹'을 다룬 보도 전반으로 확대되는 모양새다. 뉴스타파와 JTBC, 경향신문, 뉴스버스, 리포액트 등 수사 선상에 오른 매체만 5개다.
법조계 일각에선 검찰이 공소시효 6개월이 지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대신 명예훼손 혐의라는 우회로를 찾아 해당 사안에 대한 수사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검찰은 당시 허위 보도가 이뤄진 정확한 전후 사정을 규명하고 윤 대통령을 겨냥한 보도의 배후 세력과 정치권의 관여 정황을 찾는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1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중앙지검 대선개입 여론조작 특별수사팀(팀장 강백신 부장검사)은 2021년 10월부터 2022년 3월 대선 직전까지 이뤄진 '부산저축은행 봐주기 수사 의혹' 보도의 시작과 확산, 확대 재생산 등 일련의 과정을 규명하고 있다.
검찰은 특히 윤 대통령이 대검찰청 중수2과장 시절인 2011년 부산저축은행 비리를 수사하면서 대출 브로커 조우형씨(천화동인 6호 실소유주)와 대장동 대출 건을 부실 수사했다는 의혹에 대해 명백한 허위사실로 판단했다.
검찰은 2021년 9월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와 신학림 전 언론노조 위원장의 허위 인터뷰에서 시작된 해당 의혹이 같은해 10월 경향신문·뉴스버스 보도, 이듬해 2~3월 JTBC·뉴스타파 보도 등으로 반복해서 제기된 전후 사정을 파악 중이다.
애초 검찰은 해당 사안이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에 해당한다고 봤다. 윤 대통령의 '낙선'을 위해 일련의 대장동 부실 수사 의혹 보도가 이뤄졌다는 시각이다. 검찰이 당시 보도의 배후 세력 및 민주당의 관여 여부에 수사의 초점을 두는 것도 이런 맥락의 연장선상에서 해석된다.
그러나 공소시효라는 벽에 부딪힌 검찰은 대안으로 형법상 명예훼손 혐의를 꺼내들었다. 허위 보도의 동기를 윤 대통령 '낙선'이 아닌 '명예훼손'으로 바꿔 적용한 것이다.
형법상 명예훼손죄는 반의사불벌죄다. 피해자의 처벌 의사가 없더라도 수사를 개시할 수 있지만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하면 기소할 수 없다. 다시 말해 피해자가 처벌 불원 의사를 명확히 밝히지 않을 경우에는 기소가 가능한 것이다.
아직까진 검찰이 윤 대통령의 처벌 의사를 확인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수사 책임자인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은 지난달 국회 법사위 국정감사에서 "(윤 대통령의) 의사를 확인했다면 수사에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 있다. (현 단계에선) 확인하지 않는 것이 맞는다"고 말했다.
검찰이 적용한 명예훼손 혐의가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가 아니라는 지적도 꾸준하다. 뉴스타파 보도와 관련해서는 배임수재죄가 중심이지만 나머지 보도의 경우에는 윤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가 주된 혐의다.
검찰이 리포액트 및 경향신문 보도 수사에 관해 청구한 압수수색 영장 표지에 적은 혐의는 명예훼손이 아닌 '배임수재 등'이다.
검찰은 이에 대해 '직접 관련성'이 있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 중인 사람(피의자)과 증거, 증인이 공통되고 사안 간 합리적인 관련성이 있으면 직접수사를 개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장동 수사 과정에서 수사팀은 (대선 당시) 대장동 의혹의 흐름을 다른 곳으로 돌리려는 작업이 이뤄진 것을 포착했다. 허위 인터뷰 과정에서 금품이 오간 정황을 잡았고 이후 사실과 다른 내용이 연쇄적으로 보도된 경위를 확인하기 위한 수사를 계속 진행하는 것"이란 설명도 덧붙였다.
향후 수사는 보도 과정과 윗선 및 배후 규명에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 검찰은 수사 선상에 오른 일부 보도에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 캠프 관련 인사가 관여한 정황을 잡고 주요 피의자로 입건해 수사를 진행 중이다.
수사팀이 최근 기자들을 상대로 연달아 압수수색에 나선 것도 결국 정확한 보도 경위와 배후 세력을 밝히는 차원이다.
일각에선 민주당 대선 캠프의 허위 보도 관여 정황을 더할 확실한 물증을 검찰이 확보할 경우, 수사가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이재명 대표 주변으로 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