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영남 중진 험지 출마론'을 띄우면서 여당이 총선을 앞두고 야당과의 인적 쇄신 경쟁에 나섰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그러나 해당 혁신안이 여당 내에서조차 공감을 얻지 못하고 현실화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더불어민주당도 일단 굳이 맞대응하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중진 불출마·험지 출마론'은 새로운 인재 영입을 위해 당의 텃밭을 비워줘야 한다는 논리로, 이제는 여야 할 것 없이 꺼내 드는 단골 쇄신 카드가 됐다. 민주당도 앞서 김은경 혁신위원회에서 '다선 의원 용퇴론'을 제안한 바 있다. 지난 대선 직전에는 정당혁신추진위원회에서 '동일 지역구 3선 초과 출마 제한' 혁신안을 추진했다.
다만 이 같은 험지 출마론은 공천이 가까워질수록 계파 싸움으로 번질 우려가 있다. 특히 민주당 3선 이상 중진 중엔 비이재명계(비명계)로 분류되는 의원들이 친이재명계(친명계)보다 많아 비명계 퇴출 의도로 읽힐 수 있다. '공천 학살'이라는 비판을 피하려면 친명 중진에게도 칼날을 들이대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지만, 현재 이들은 당원들의 비호를 받아 험지 출마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따라서 민주당 내에서는 내홍이 불가피하고 효과도 뚜렷하지 않은 험지 출마론을 굳이 지금 꺼내들 이유가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초선 의원은 "중진 험지 출마는 민주당에서도 선례가 있고 논의된 적 있지만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우리 당 호남 지역 중진을 예컨대 서울 용산에 내보낸다고 해서 지역민들이 알겠느냐"고 지적했다.
당의 한 중진 의원도 "우리 같은 경우는 수도권 중진이 영남에 가야 하는데 고향이 영남인 사람이 몇 없다"며 "국민의힘의 경우도 당 대표(김기현)를 험지에 묶어놓고 전국적 선거를 뛰기란 쉽지 않은데, 혁신위가 실현될 수 없는 카드를 던져 당에 혼란을 준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다선 의원의 험지 출마를 강제할 경우 위헌 논란과 당내 반발에 부딪힐 수 있다. 다만, 세대 교체를 위한 자발적인 움직임으로 이어질지는 두고 봐야할 대목이다. 민주당은 총선 전략 밑그림을 그리는 총선기획단을 이번주 출범시킬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