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신교, '서청' 연계설 등으로 4·3 외면"
31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와 제주4·3평화재단 주최로 제주4·3평화교육센터 대강당에서 열린 '개신교 제주4·3연구의 새로운 모색' 한국기독교사회운동사 학술심포지엄에서, 양조훈 제주4·3중앙위원회 위원은 기조강연을 통해 "제주 개신교는 그동안 4·3 진영과 거리감이 있었다"고 진단했다.
양 위원은 그 이유에 대해 "개신교계가 반공주의에 입각한 '공산폭동론'에 동조하거나 개신교와 서북청년단과의 연계설 등을 의식해 4·3희생자와 유족의 고통과 눈물에 외면했다"고 말했다.
특히 양 위원은 "교회사 기록을 보면 4·3으로 일부 교회와 교인이 피해봤다고 하지만, 3만여 명이 희생되고 4만여 채 가옥이 불타 사라진 것과 비교해서 보더라도 그렇게 크지 않았다. 또 '남로당 중앙지령' 등을 강조한 개신교 서적이 검증 없이 반복적으로 인용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양 위원은 "최근 개신교계 4·3 움직임은 회개와 갈등 극복이 아닌가 생각한다. 다른 종교계와 함께 편 가름에서 벗어나 평화와 인권의 가치로 연대하는 운동이 계속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서청=개신교? 과장" "회개와 사과 필요"
봉성교회 김인주 담임목사는 발제를 통해 서북청년단과 개신교의 연계설이 과장됐다고 주장했다. '서북청년단'은 70여 년 전 4·3 당시 양민을 상대로 약탈 등을 일삼아 악명을 떨친 단체다.
김 목사는 "개신교가 4·3에 대해 책임을 져서 실상을 얘기하고 공식적으로 사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실제로 서북청년단 중에 개신교인이 몇 명 있었는지는 확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4·3 관련 서적에서 서북청년단 대부분이 개신교 청년이라고 단정 짓는데 확인된 바 없다는 것이다.
그는 "개신교의 세계관이 4·3을 주도했다는 점에서는 동의하지만, 서북청년단 모두 혹은 대부분 개신교 신앙인이었다는 점은 수긍하기 어렵다. 양측 이야기를 경청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사랑의 종교인 개신교계가 먼저 제주의 아픔인 4·3을 보듬고 치유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통해 화해와 상생의 물결이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편협했던 개신교 4·3 논의 지평 넓혀야"
이념 등의 문제로 편협했던 개신교와 4·3의 논의 지평을 넓혀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연세대학교 신학과 고민희 박사는 "종합적인 의견 또는 입장이 없는 상황에서 되풀이되는 논의는 교인들에게 4·3을 접근하기 어려운 쟁점으로 흐트려 놓는다. 편향된 이념 자리에 4·3이 있으면 교인들로 하여금 4·3은 교회가 논의해야 할 공적 영역이 아닌 것으로 곡해하게 만든다"고 했다.
"우선 논의를 가로막는 제한이 옅어져야 한다. 4·3을 판단하는 눈을 가르치기 이전에 4·3에 대해 손들고 발언하는 토론의 자리를 교회와 사회에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