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거의 종적을 감췄던 빈대가 전국 각지에서 출몰하며 피해가 잇따르는 가운데 정부는 31일 관계부처 회의를 개최하고 공동숙박시설에 대한 관리 및 방제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회의에는 질병관리청과 보건복지부, 교육부, 환경부, 문화체육관광부, 고용노동부가 참여했다.
정부는 빈대 관리·대응책에 대한 안내·홍보와 함께 확산 방지를 위한 점검관리를 강화하기로 했다.
앞서 지난달 중순 대구 계명대 기숙사에서 학생이 빈대에 물렸다는 신고가 접수된 이후 지난 13일엔 인천 서구 사우나에서 살아있는 빈대 성충·유충이 발견됐고, 경기 부천시에서도 '고시원에서 빈대가 나왔다'는 민원이 접수됐다.
서울도 영등포구를 포함해 절반 이상의 자치구가 '빈대 방역'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빈대는 감염병을 매개하지 않아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상 관리대상은 아니다. 하지만 주로 야간에 인체를 흡혈해 수면을 방해하고 가려움증 등 2차적 피부감염을 유발해 불편을 주는 해충이다.
드물지만 여러 마리에 의해 동시 노출될 경우, 중증 전신 알레르기 반응인 아나필락시스(Anaphylaxis)로 이어져 고열과 염증반응을 일으키기도 한다. 성충은 약 5~6㎜의 크기로, 납작하게 눌린 난형인데 진한 갈색을 띤다.
우리나라에서는 1960년대 새마을 운동, 1970년대 DDT 살충제 도입 등을 거쳐 개체 수가 급격히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유럽 등지에서 빈대가 출몰하는 가운데 현지 여행객 등을 통해 들어온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양영철 을지대 보건환경안전학과 교수는 지난 23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저는 100% 해외유입으로 보고 있다"며 "(코로나19가 잦아들며) 최근 여행이 많아지고 여행객이 많이 들어오면서 문제가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연이은 신고로 국민 불안이 커지자, 질병청은 내달 1일부터 공항 출국장과 해외감염병 신고센터에서 영국·프랑스 등 빈대 발생국 출입국자와 해당 국가에서 화물을 들여오는 수입기업을 대상으로 빈대 등 위생해충 예방수칙을 안내·홍보하기로 했다.
또 향후 해외유입 동향을 파악해 위생해충 예방 홍보 대상국도 수시 조정한다. 해외로부터 빈대 등의 유입을 차단하는 검역소의 구제 업무도 강화해 나갈 예정이다.
아울러 빈대 발견 시 신속하고 정확한 대처를 위해 '빈대 예방·대응 정보집'도 질병청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당국은 먼저 집 또는 공동 숙박시설에 빈대가 있는지 확인할 것을 당부했다.
육안으로는 침대 매트리스나 프레임, 소파, 책장, 침구류 같은 틈새를 잘 살펴야 한다. 빈대는 주간에 가구와 침실 벽·벽지 틈에 끼어 숨어 있다가 밤이나 이른 새벽에 활동하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섬유질, 목재, 종이로 된 틈새를 특히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빛을 싫어해 방의 불을 켜면 숨어 버리기도 한다. 캄캄한 방에 조용히 들어가 갑자기 손전등을 비추면 어두운 곳을 찾아 움직이는 빈대를 찾을 수 있다.
다만, 깊이 숨어 있는 빈대를 직접 확인하는 것은 매우 힘들다. 따라서 부산물이나 배설물 같은 흔적을 찾는 게 효율적이라고 방역당국은 설명했다.
침대의 매트리스 패드를 들어 올리고 모서리나 커버의 주름진 곳을 확인해 보면 적갈색의 배설물이나 빈대가 눌려 죽으면서 묻힌 혈흔, 알껍질, 탈피 허물 등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노린내나 곰팡이 냄새가 나는 곳이 없는지도 점검 포인트다.
빈대가 발견됐다면 그 지점을 중심으로 '물리적 방제'와 '화학적 방제'를 병행하는 것이 좋다.
스팀 고열을 서식장소에 분사하고, 진공청소기를 이용해 침대·매트리스·소파 등 빈대에 오염된 모든 장소를 청소해야 한다. 진공 흡입물은 봉투에 밀봉해 폐기하고, 오염된 직물(의류·커튼·침대커버 등)은 건조기를 이용해 소독해 준다.
직접 접촉이 어려운 부분은 환경부에서 허가한 살충제를 활용한다. 오염된 장소가 공동·숙박시설이라면 방제가 '동시에' 진행돼야 한다.
방제 후에도 서식처는 재확인이 필요하다. 주변 및 깊숙한 곳에 빈대가 숨어 있었거나 방제가 완전히 이뤄지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알이 부화되는 시기를 고려해 1~2주 후 주변을 다시 살펴야 한다.
빈대에 오염된 가구 등은 방제 후 재사용 여부를 판단하되, 폐기를 결정했더라도 반드시 '방제 후' 버려야 한다. 바로 폐기할 경우, 빈대가 새로운 장소로 확산·유입될 수 있다.
여행 중 빈대에 노출된 경험이 있다면 여행용품을 철저히 소독해야 한다.
만약 빈대에 이미 물렸다면, 우선 물과 비누로 씻고 증상에 따른 치료법·의약품 처방은 의사나 약사와 상의해야 한다. 잠복기는 최대 10일로 사람마다 반응 시간이 다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