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 개막 4연승 무패 행진의 주역? 못하는 게 없는 강상재

원주 DB 강상재. KBL

디드릭 로슨은 자타가 공인하는 해결사다. 이선 알바노는 화려하다. 두 선수는 프로농구 원주 DB의 개막 무패행진을 이끈 주역이다.

2023-2024시즌 정규리그 초반 단독 선두를 질주하는 DB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핵심 코어는 또 있다. 바로 포워드 강상재다.

신장 200cm의 장신 강상재는 슈팅 능력이 좋은 빅맨으로 알려져 있다. 올 시즌에는 그 이상의 가치를 보여주고 있다.

특히 수비 집중력이 탁월하다. 신장과 힘이 좋기 때문에 빅맨 수비는 기본적으로 잘한다. 올 시즌 로슨, 김종규와 동시에 뛰는 트리플 포스트에서는 3번 수비를 맡는데 이마저도 빈 틈이 없다. 게다가 순간적인 판단에서 비롯되는 도움 수비도 좋다.

공격에서는 스코어러 이상의 존재감을 자랑한다. 톱에서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면서 팀의 공격 템포를 조절하고 더 나아가 동료에게 볼을 배급하는 역할도 잘 해내고 있다. 공격에서나, 수비에서나 코트를 보는 시야가 넓고 판단이 빠르다. 그리고 정확하다.

김주성 DB 감독은 특히 강상재의 패스를 칭찬하며 "원래 갖고 있던 능력이다. 새로 만들어서 한 건 아니"라고 했다. 수비 능력에 대해서는 "키 큰 선수가 외곽에서 상대를 못 따라다니기 때문에 문제가 생기는데 강상재는 그런 상황에서 충분히 수비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DB 관계자에 따르면 강상재는 새로운 포지션을 요구한 김주성 감독의 뜻에 따라 비시즌 첫 훈련 때 예전에 비해 몸무게를 6~7kg 감량하고 나타나 주위를 놀라게 했다.

강상재의 가치는 30일 오후 수원 KT소닉붐 아레나에서 열린 수원 KT와 원정경기에서 빛을 발했다.

강상재는 10득점, 9리바운드, 5어시스트, 2블록슛을 기록해 DB의 91-84 승리를 견인했다. DB는 개막 4연승 행진을 달렸다. 

디드릭 로슨이 팀내 가장 많은 35득점을 기록했다. DB의 플레이메이커 알바노는 팀내 최다인 6어시스트를 기록했고 적극적인 1대1 공격과 속공 가담을 통해 19득점을 만들었다.

그들의 뒤에는 강상재가 있었다.

강상재는 어떤 상황에서도 단단한 수비를 자랑했다. 3쿼터 들어 로슨이 하윤기를 막고 강상재가 KT의 외국인 선수를 막는 매치업 변경에도 DB 수비는 흔들리지 않았다. 강상재가 높이와 파워에서 밀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KT의 주득점원 패리스 배스는 3쿼터 중반에 첫 득점을 기록하는 등 고전을 면치 못했다. 컨디션이 나쁜 것 같았다. 강상재의 수비도 영향을 끼쳤다. 배스가 45도에서 돌파를 준비하면 톱에 있던 강상재는 자신의 위치를 페인트존 안쪽으로 미세하게 조정했다. 한 걸음의 움직임에 배스가 파고 들어갈 공간은 사라졌다.

강상재는 자신의 마크맨 뿐만 아니라 자신의 위치 근처에서 벌어지는 모든 상황을 인지하면서 수비를 펼쳤다. 어마어마한 집중력이었다.

공격 시 미스매치 상황에서는 적극적으로 포스트업을 시도했다. KT 수비는 어려움을 겪었고 골밑에서 도움 수비가 따라오면 강상재는 패스 능력을 발휘해 동료에게 기회를 열어줬다.

강상재는 마치 팀이 잘 돌아가게 만드는 윤활유 같았다.

KT는 전반까지 잘 싸웠다. 2옵션 마이클 에릭이 1쿼터에 8점을 몰아넣었고 슈터들의 외곽포도 불을 뿜었다. DB는 전반까지 KT에 54-48로 근소하게 앞서갔다.

그러나 DB는 3쿼터 10분 동안 KT를 25-13으로 압도해 승기를 잡았다. 외국인 선수의 부진 속에서 KT가 어렵게 득점하는 느낌이었다면 옵션이 다양한 DB는 손쉽게 득점을 쌓아가는 느낌을 줬다.

KT는 저력을 발휘했다. 4쿼터 들어 DB의 움직임이 저하됐고 KT는 4쿼터 중반 점수차를 다시 한 자릿수로 좁혔다. 배스를 필두로 하윤기와 이두원을 동시에 투입하는 장신 라인업으로 DB에 맞섰다. 공수 모두에서 효과적이었다. DB는 4쿼터 중반까지 실책 5개를 범하며 흔들렸고 스코어는 4쿼터 막판 83-82까지 좁혀졌다.

이후 강상재가 결정적인 공격 리바운드를 잡아내 위기의 DB를 구했다. 로슨은 세컨드 찬스 득점을 만들었고 다음 공격권에서도 득점을 쌓아 스코어를 88-82로 벌렸다.

하이라이트는 그 다음 DB의 수비 때 나왔다. 이두원이 골밑슛을 시도할 때 김종규와 강상재가 동시에 높게 도약해 공세를 막았다. 김종규의 블록슛으로 기록됐다. DB의 벤치에서 큰 환호성이 터졌다. 마치 '트리플 포스트도 우리가 더 낫다'고 시위하는 듯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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