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싱 전 국가대표 남현희 씨가 전 '예비신랑' 전청조씨에게 속을 수밖에 없던 사정에 대해 공개적으로 해명했다.
남현희 씨는 30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가진 인터뷰에서 논란이 불거진 지난 일주일이 "꿈같은 느낌"이라며 자신을 속여온 '악마' 전씨의 거짓말에 대해 설명했다.
고환 이식, 일반인이 접근할 수 없는 VIP 입국심사 등 상식적으로 '불가능'한 일을 전씨가 치밀하게 설계한 데에는 자신이 펜싱 선수로 쌓아온 명성을 이용해 사기행각을 벌이기 위함이었다는 것이다.
친구에서 '남자'로…어떻게 성전환 사실을 몰랐나
전씨는 펜싱을 배우겠다는 명목으로 남씨에게 최초 접근했을 당시 본인을 '28살 여자'라고 소개했다. 그러나 이후 '성전환' 남성임을 주장하며 남씨와 더 깊은 관계로 발전하기를 원했다. 이 과정에서 전씨는 본인이 '6개월 시한부'라고 주장하는 등 동정심을 자극하는 방식으로 남씨와 가까워졌다.
남씨는 실제 성전환 여부를 직접 확인하지 못했지만 전씨의 성전환 수술 고백을 "사람 대 사람으로 존중해주고 싶었다"며 "남녀 사이의 행위가 많이 이뤄지지 않았고, 성관계 시에도 중요 부위는 보지 않았다"고 말했다.
전씨가 제공한 임신테스트기로 20번 넘게 임신 여부를 확인할 때마다 임신 판정이 나왔지만 생리가 계속되는 등 석연치 않은 부분이 많았지만, 전씨는 P그룹의 또다른 혼외자로부터 자신이 '고환 이식'을 받아 생식 능력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남씨도 고환 이식이 불가능하다고 느꼈지만, 한편으로는 "대기업 (재벌 3세)이니까 의학적으로 가능할 수도 있다"고 생각해 당시 전씨의 주장을 믿었다고 전했다.
'1인 2역 세컨드폰' 쇼…'VIP' 국빈 대접까지 받아
전씨는 '세컨드폰'을 이용해 스스로 P그룹 회장으로 행세하며 남씨를 속였다.
남씨는 어느 날 새벽 5시, P호텔 회장의 이름을 한 사람으로부터 'P호텔을 담당하는 아들(전씨)을 빨리 깨워달라'는 메시지를 받았다. 당시 남씨 옆에서 전씨가 실제로 자고 있었기 때문에 남씨는 이를 믿었다. 이후 남씨는 'P호텔 회장'과 지속적으로 연락을 주고 받으며 '우리 집 며느리가 될 자신이 있는가'와 같은 질문을 받기도 했다.
남씨는 뉴스쇼에서 전씨가 두번째 휴대 전화를 이용해 '문자 예약 발송' 방법으로 1인 2역을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최근에 알았다고 털어놨다. 전씨가 남씨의 휴대폰도 계속 감시했는데 전 남편과 계속 소통할까봐 그랬다고 한다.
남씨가 전씨의 1인 2역을 믿을 수밖에 없던 이유는 바로 선수생활 중에서도 겪어본 적이 없는 국빈 급의 VIP 입국 심사였다.
남씨는 "얼마 전 친정 쪽 가족과 여행을 갔는데, 전청조가 모두 비즈니스 클래스로 직접 표를 끊었을 뿐만 아니라 입국심사 통과 역시 선수활동 하면서 통과했던 방식이 아니라 정말 VIP, 국빈 대접 받듯이 통과가 이뤄졌다"며 의아함을 표했다.
출입국 심사대를 귀빈 대우를 받으며 통과했다는 남씨의 말이 사실일 경우 엄격한 출입국 과정으로 볼때 전씨가 출입국 당국을 상대로 또 다른 사기 행각을 벌였거나 출입국 당국 내부 조력자가 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 밖에도 전씨는 남씨의 명성을 업고 남씨 주변 사람들에게 투자 권유를 하는 한편, 남씨의 통장 비밀번호를 알아낸 뒤 남씨에게 집을 매각해 통장에 넣으라고 종용하기도 했다.
이른바 결혼빙자 사기 사건이라고 할 수 있는 '전청조 사기' 사건으로 가족 등 남씨 주변 사람들도 피해를 본 것으로 알려졌는데, 남씨가 이를 모르고 있었던 것은 전씨가 가족들에게 말을 못하게 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한편 남씨는 "피해자 분들께 죄송하지만 그분들 연락처도 전혀 가지고 있지 않다"며 "아카데미 선생님들 포함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피해를 입혀 죄송한 마음"이라고 사과하면서 전청조에 대한 고소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전 펜싱국가대표 선수였던 남씨는 "그 악마를 믿고 함께 했던 시간들이 …저 또한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며 "그냥 꿈같은 느낌이예요"라고 허탈해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