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오는 31일 국회에서 내년도 예산안 관련 시정연설에 나선다. 여야의 이른바 '노 피켓팅 신사협정' 하에서 진행되는 윤 대통령의 시정연설에 어떤 메시지가 담길지 주목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우선 '건전재정'을 기조로 민생경제에 방점을 찍는 한편, 재정 만능주의 배격과 이권 카르텔 예산 삭감 등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의 내년도 예산안 관련 시정연설은 정부의 예산 기조인 건전재정의 필요성과 당위성이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8월 29일 국무회의에서 "우리 정부는 전 정부가 푹 빠졌던 재정 만능주의를 단호히 배격하고, 건전재정 기조로 확실히 전환했다"고 강조한 바 있다. 지난 정부의 방만한 재정 운영으로 국가채무가 400조 원 증가했고 지난해 처음으로 1천조 원을 돌파했다는 문제 의식이 반영된 것이다.
정부의 내년도 총지출은 656조 9천억 원으로, 2005년 이후 가장 낮은 2.8% 증가한 수준이다. 정치 보조금 예산, 이권 카르텔 예산을 과감하게 삭감했고 총 23조 원의 지출 구조조정을 단행했다는 게 대통령실 설명이다.
아울러 윤 대통령은 정부 예산을 △진정한 약자복지의 실현 △국방·법치 등 국가의 본질 기능 강화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위한 성장동력 확보라는 3대 핵심 분야에 집중적으로 지원하겠다고 선언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정부의 예산 기조에 대한 당위성과 필요성이 담길 것"이라며 "구체적인 내용은 계속해서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민생과 관련한 메시지도 주목된다. 윤 대통령은 최근 참모진에게 "나부터 어려운 국민들의 민생 현장을 더 파고들겠다"며 "국민들의 민생 현장에 파고들어 살아있는 생생한 목소리를 직접 들으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민생경제'에 있어선 "선거 매표 예산을 배격해 절약한 재원으로 서민과 취약계층, 사회적 약자를 더욱 두텁게 지원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번 윤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은 여야 '신사협정'의 첫 시험대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24일 그간 정쟁 유발 소재로 지적받아온 국회 회의장 내 피켓 부착과 상대 당을 향한 고성·야유를 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쟁을 벌이기 보다 민생에 집중하겠다는 취지다.
지난해 윤 대통령 시정연설의 경우 민주당이 이재명 대표를 겨냥한 검찰 수사 등에 반발해 '보이콧'을 선언, 야당 의원석이 텅 빈 본회의장에서 이뤄졌다.
야당은 정부의 내년도 예산안에 대해 비판 입장을 보이고 있어 '신사협정'이 제대로 이뤄질지는 아직 미지수다.
이재명 대표는 당무에 복귀한 지난 2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제출된 정부예산을 원점에서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며 "여야 간에 충실한 협의 통해서 예산에 대한 근본적인 대전환을 시도해주길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경제를 살리기 위해 시장에만 맡길 게 아니라, 언젠가 좋아지겠지 막연하게 기대할 게 아니라 정부가 할 수 있는 최대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재정 지출을 확대하고, 기술 발전에 힘쓰고, 미래의 새로운 먹거리 산업을 위한 국가 투자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야당은 전날 서울광장에서 진행된 이태원 참사 시민추모제에 앞서 윤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한 바 있다.
따라서 윤 대통령이 이번 시정연설에서 야당을 향해 과감한 협치 메시지를 낼 가능성도 일각에서 거론된다.
다만 대통령실 관계자는 "야당이 내각 총사퇴와 예산안 전면 재검토를 내거는 상황에서 협치에 진정성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