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터뷰]예핌 브론프만 "피로 물든 건반도 연주 막지 못했죠"

피아노 거장 예핌 브론프만(65). 롯데문화재단 제공
피아노 거장 예핌 브론프만(65)이 4년 만에 한국 관객을 만난다. 네덜란드 명문 악단 로열 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RCO·지휘 파비오 루이지)와 11월 11일 서울 잠실 롯데콘서트홀에서 협연한다. 협연곡은 리스트 피아노 협주곡 2번.

RCO는 베를린 필하모닉, 빈 필하모닉과 함께 세계 최고 악단으로 꼽힌다. 브론프만은 최근 CBS노컷뉴스와 서면 인터뷰에서 "팬데믹으로 인해 취소됐던 RCO와의 협연을 드디어 진행하게 됐다"며 "모든 훌륭한 오케스트라가 그렇듯 RCO도 고유의 사운드가 매우 독특하다. 그들이 음악을 대하는 태도와 방식 또한 그렇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번 공연에서 RCO는 베버 오베론 서곡과 차이콥스키 교향곡 5번도 연주한다.

러시아 태생 유대인인 브롬프만은 '러시아 낭만 음악의 스페셜리스트'로 불린다. 10대 때 미국에 정착하고 나서도 러시아 레퍼토리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어떤 음악의 '스페셜리스트'라는 수식어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고 했다. "제가 러시아 작품을 좋아하는 만큼 저는 독일 작품도, 프랑스 작품도 좋아해요. 모든 음악에는 명확한 특색과 차이점이 있기 때문이죠."

브롬프만은 1989년 카네기홀 데뷔 무대에 선 이후 세계적인 연주자로 거듭났다. 미국에서 가장 권위 있는 음악상인 에이버리 피셔상을 받았고 에사 페카 살로넨의 지휘로 LA 필하모닉과 협연한 버르토크 피아노 협주곡 앨범으로 1997년 그래미상 협주곡 부문을 수상했다.

2015년 10월 열린 런던 심포니와와의 협연. 당시 브론프만은 다친 손가락으로 완벽한 연주를 선보였다. 건반에 핏자국이 흥건하다. ©slippedisc
브롬프만을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사건이 있다. 2015년 10월 오스트리아 빈 콘체르트하우스에서 열린 런던 심포니와와의 협연. 공연 당일 그는 손가락이 베이는 부상을 당했지만 피아노 건반에 핏자국이 흥건해질 때까지 완벽한 연주를 선보인 것으로 유명하다.

"그날 제 손가락에 어떤 조각이 박혔고 그것을 제거해야만 했죠. 아마도 수술 과정에서 생긴 상처로부터 피가 난 듯해요.  그날 무대 위에서 바르톡을 연주하는 동안 피가 났지만 그것이 연주에 전혀 영향을 주지는 않았어요."

브롬프만은 한국과 인연이 깊다. 1988년 서울 신포니에타 창단 연주회를 시작으로 1997년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평화와 화합을 위한 97 갈라 콘서트', 2008년 에사 페카 살로넨이 이끄는 LA 필하모닉의 아시아 투어, 2019년 대구에서 열린 빈 필하모닉 협연까지 수 차례 내한 공연을 가졌다.

"저는 훌륭한 한국 관객 앞에서 연주하는 것을 늘 즐겨요. 저의 마지막 내한공연은 빈 필하모닉과 함께한 투어였는데 한국의 문화, 교육 그리고 한국인의 클래식 음악에 대한 관심을 매우 좋아합니다. 이번 공연에서도 그 음악이 가진 감정이 관객에게 잘 전달되면 좋겠어요."

브롬프만은 "한국인이 클래식 음악에 큰 재능을 가진 것은 분명하다"며 "미국으로 건너갔을 때 정 트리오(정명훈·정경화·정명화)와 바이올리니스트 김영욱을 인상 깊게 봤다. 그 후로도 훌륭한 한국인 음악가를 많이 만났다"고 말했다.
피아노 거장 예핌 브롬프만. 롯데문화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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