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비어있던 지명직 최고위원과 정책위의장 자리를 채우면서 본격 총선 체제에 돌입했다. 다만 지역과 계파 등에 있어 '균형'을 강조한 이번 인선이 허울뿐이라며 향후 공천 관리 과정에서 갈등이 터져 나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27일 지명직 최고위원에 충청 출신 여성 박정현 전 대전시 대덕구청장을, 정책위의장에 호남 출신 3선 이개호 의원을 임명했다. 신임 박 최고위원은 그간 행보로 봤을 때 친이재명계(친명계)로, 이 정책위의장은 친이낙연계(친낙계)로 분류돼 왔다. 민주당은 이날 인선 결과에 대해 "지역 안배와 당내 통합을 위한 이 대표의 의중이 반영된 인사"라고 밝혔다.
이로써 이 대표는 체포동의안 가결 여파로 쌓였던 과제를 마무리하고 당은 총선 체제로 전환하는 모양새다. 앞서 송갑석 전 최고위원이 가결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나고 김민석 전 정책위의장이 자진 사퇴한 박광온 전 원내대표 후임을 뽑는 선거에 출마하면서 두 자리가 공석이 된 바 있다. 당의 한 중진 의원은 "국민의힘은 혁신위가 출범해 혁신안에 대해 논의하느라 총선 대비가 늦어질 수밖에 없는 데 반해 우리는 속도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번 인선 자체에 대한 당내 평가는 엇갈린다. 비이재명계(비명계) 의원들에 대한 강성 당원들의 공격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내홍을 봉합하기엔 충분치 않다는 지적이다. 특히 박 최고위원은 친낙계로 분류되는 박영순 의원 지역구 출마를 준비 중이어서 '찍어내기'라는 당내 비판이 나온 바 있다. 이 정책위의장도 '이재명 체제'에 대한 쓴 소리를 아껴와 강성 비명계로 보기 어렵다는 평가를 받는다.
관련해 민주당 이원욱 의원은 2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박 최고위원의 지명은 통합이 아니라 동지의 가슴에 비수를 들이대는 행위"라며 "혁신계 박영순 의원을 찍어내기 위함이 아니라면 박 최고위원의 불출마가 전제돼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이 대표의 인사는 원칙도 공정도 통합도 없다"며 체포동의안이 가결되고 사의를 표명했던 조정식 사무총장의 해임을 주장하기도 했다.
결국 잠재된 갈등은 향후 공천 과정에서 터져나올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당장은 이재명 체제가 공고한 상황이지만 총선 준비 과정에 공정성과 투명성이 담보되지 않으면 반발이 거세질 수 있다. 한 비명계 재선 의원은 "이 대표가 '시스템 공천'은 지키더라도 자기 세를 더 만들기 위해 견제하고 싶은 의원 지역구에 메시지를 낼 수 있는 사람 보내는 등 선전전하지 않을까"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