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샌안토니오의 프로스트 뱅크 센터에서 열린 2023-2024시즌 미국프로농구(NBA) 샌안토니오 스퍼스와 휴스턴 로켓츠의 정규리그 맞대결.
샌안토니오의 에이스 켈든 존슨은 1쿼터 초반 골밑에서 오픈 기회를 맞이한 포워드 제레미 소핸을 향해 앨리웁 패스를 건넸다.
소핸은 공중에서 존슨의 패스를 잡아 슈팅으로 연결하는 앨리웁을 시도하려고 했지만 가로막혔다.
상대 팀인 휴스턴에 막힌 게 아니었다. 팀 동료인 빅터 웸반야마가 막았다. 신장 224cm의 '괴물 신인' 웸반야마는 소핸의 옆에서, 더 정확히 표현하면 소핸의 위에서 공을 가로채 자신이 앨리웁 덩크로 연결시켰다. 높이 날아오는 공을 보고 몸이 본능적으로 반응한 것이다.
소핸은 크게 놀라지 않았다. 아마도 팀내 연습 코트에서 비슷한 경험을 여러차례 했을 것이다. 웸반야마는 소핸을 바라보며 웃었고 하이파이브를 건넸다. 벤치에서 이 장면을 지켜본 그렉 포포비치 감독의 입가에도 미소가 번졌다.
폭발적인 운동능력을 갖춘 선수들이 즐비한 NBA에서도 이 같은 플레이를 선보일 수 있는 선수는 거의 없다.
웸반야마는 양팔을 좌우로 벌릴 때의 길이(윙스팬)가 244cm에 육박하고 가만히 서서 손을 위로 뻗었을 때 최고 높이(스탠딩 리치)는 300cm가 넘는다. 그런데 포워드 수준으로 잘 달리고 가드 못지 않은 드리블과 볼 핸들링, 슈팅력을 갖춘 '외계인'이다.
이틀 전, 댈러스 매버릭스를 상대한 NBA 데뷔전에서 패배의 아픔을 겪었던 웸반야마는 한 단계 더 나아진 모습으로 데뷔 2경기 만에 NBA 첫 승을 신고했다.
웸반야마는 21득점 12리바운드 3블록슛을 기록하며 더블더블을 작성했고 샌안토니오는 연장 접전 끝에 휴스턴을 126-122로 눌렀다.
데뷔전에서 그랜트 윌리엄스를 비롯한 댈러스의 포워드와 몸싸움에서 밀려 고전했던 웸반야마는 이날 적극적으로 골밑 공격을 시도, 압도적인 높이의 힘을 뽐냈다.
팽팽하던 4쿼터 막판 웸반야마는 특히 수비에서 압도적인 존재감을 자랑했다.
웸반야마는 4쿼터 막판 휴스턴의 자바리 스미스 주니어의 덩크 시도를 블록했다. 스미스 주니어가 속공에서 마음먹고 도약해봤지만 웸반야마의 높이를 이길 수는 없었다. 타이밍도 완벽했다.
스미스 주니어는 블록슛 이후 떨어진 공을 잡아 재차 슛을 노렸다. 그러나 웸반야마는 빠르게 제 자리를 찾았고 다시 한 번 스미스 주니어의 슈팅을 블록했다.
이때까지 샌안토니오는 휴스턴에 3점 차로 끌려가고 있었다. 웸반야마의 결정적인 호수비로 분위기를 끌어올린 샌안토니오는 결국 동점을 만들었고 연장전에서 승부를 뒤집었다.
이 과정에서도 웸반야마의 위력이 돋보였다.
웸반야마는 샌안토니오가 2점 차로 뒤진 4쿼터 종료 20.2초 전, 골밑 득점을 성공해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 갔다. 연장에서는 중거리슛으로 팀의 첫 득점을 만드는 등 후반과 연장에서 폭발력을 발휘해 팀 승리를 견인했다.
웸반야마는 경기 후 현지 언론을 통해 "이기는 게 좋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건 바로 승리다. 경기 후 라커룸에서 포포비치 감독님이 오늘 승리가 나의 NBA 첫 승리라고 말씀해주셨을 때 정말 자랑스러웠다"고 소감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