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에게는 2001년 월드시리즈의 데자뷔 같았다. 'BK' 김병현이 뉴욕 양키스타디움에서 주저앉았던 그 시절을 다시 떠올리게 했다.
애리조나는 28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알링턴의 글로브라이프필드에서 열린 메이저리그 텍사스 레인저스와 월드시리즈 원정 1차전에서 정규 이닝 마지막 수비를 앞두고 5-3으로 앞서 있었다.
애리조나는 4회초 3-3 균형을 깨는 토미 팸의 솔로홈런, 5회초 케텔 마르테의 적시 2루타에 힘입어 점수차를 2점으로 벌렸다. 포스트시즌 내내 막강한 힘을 발휘했던 불펜은 8회까지 강력한 텍사스 타선을 틀어막았다.
그러나 텍사스의 정규 이닝 마지막 공격에서 대반전이 일어났다.
애리조나의 마무리 폴 시월드가 9회말 1사 1루에서 코리 시거에게 통한의 동점 투런홈런을 얻어맞은 것이다.
승리를 눈앞에서 놓친 애리조나는 기세가 꺾였는지 연장 들어 안타를 생산하지 못했다. 반면, 기사회생한 텍사스는 끊임없이 애리조나를 몰아쳤다. 연장 10회말 득점권 기회를 아깝게 놓쳤던 텍사스는 결국 11회말에 경기를 끝냈다.
거포 아돌리스 가르시아는 애리조나의 바뀐 투수 사이드암 미겔 카브레라를 상대로 끝내기 솔로홈런을 쏘아올려 텍사스의 극적인 6-5 역전승을 견인했다.
창단 첫 월드시리즈 우승에 도전하는 텍사스는 4선승제 시리즈에서 먼저 1승을 따내면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
반면, 뉴욕 양키스를 7차전 접전 끝에 따돌리고 정상에 올랐던 2001년 이후 처음이자 통산 두 번째 우승을 노리는 애리조나는 뒷심 부족에 땅을 쳤다.
애리조나 불펜이 내셔널리그 포스트시즌 무대에서 압도적인 힘을 발휘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뼈아픈 패배였다.
애리조나는 22년 전 월드시리즈에서도 뒷심 부족으로 크게 고전한 바 있다.
공교롭게도 당시 애리조나의 마무리 투수는 김병현이었다.
이날 경기는 소름이 돋을 정도로 2001년 월드시리즈 4차전과 막판 흐름이 비슷했다.
애리조나는 9회말 수비를 앞두고 3-1로 앞서 있었다. 그런데 김병현이 2사 1루에서 티노 마르티네스에게 동점 투런홈런을 허용했다.
애리조나는 10회말에도 김병현을 마운드에 올렸다. 그러나 김병현은 2사에서 양키스의 캡틴 데릭 지터에게 끝내기 홈런을 얻어맞았다.
당시 김병현은 8회말부터 마운드에 올랐다. 8회말 타자 3명을 모두 삼진으로 처리하며 산뜻하게 출발했다. 긴 이닝을 소화하면서 뒤로 갈수록 힘이 떨어졌지만 애리조나는 끝까지 김병현으로 밀어붙였다가 역전패를 당하고 말았다.
안타깝게도 김병현은 다음날 열린 5차전에서는 9회 2점 차 리드를 지키지 못했다. 2-0으로 앞선 9회말 2사 2루에서 스캇 브로셔스에게 통한의 동점 투런포를 내줬고 애리조나는 결국 연장 접전 끝에 2-3으로 졌다.
애리조나는 김병현의 2경기 연속 블론세이브로 인해 시리즈 전적 2승 3패 역전을 허용했지만 안방으로 돌아와 6,7차전을 연거푸 잡아내며 월드시리즈를 제패했다.
7차전에서 루이스 곤잘레스가 마리아노 리베라를 상대로 끝내기 안타를 때린 장면은 유명하다. 그러나 국내 야구 팬에게는 김병현을 주저앉게 만들었던 양키스타디움에서의 홈런포 3방 역시 강렬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애리조나는 29일 열리는 2차전에서 KBO 리그 출신 메릴 켈리를 선발로 내세워 반격을 노린다. 텍사스는 조던 몽고메리를 선발로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