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글로벌 가전 수요 둔화 속에서도 가전 실적을 선방했다. 여기에 LG 구광모 회장이 미래 먹거리로 점찍은 자동차 전장(전기·전자장비)이 역대 분기 최대 실적을 거두며 LG전자의 실적을 안정적으로 견인하는 단계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전날 3분기 매출 20조 7094억 원, 영업이익 9967억 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역대 3분기 최고 실적에 육박하는 성과다.
주력 사업인 생활가전은 전년 동기 대비 두 배 이상 늘어난 이익을 거뒀다. 가전을 담당하는 H&A사업본부는 영업이익 1107억 원을 기록했다.
특히 가전은 글로벌 경기 둔화와 금리 인상으로 주택 시장이 침체한 영향을 받고 있다. 또 업계 경쟁도 심화하고 있다. 이런 환경에서도 LG전자는 '가전 명가(名家)'다운 실적을 보여줬다는 분석이다.
신흥국의 중위 소득층 시장인 '볼륨존' 공략으로 시장점유율을 유지하고 비용 절감 노력 강화가 효과를 거뒀다는 평가다. 또 프리미엄 제품 확대 전략도 주요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원재료와 물류비 등 원가 구조가 하향 안정화하고 △모터 △컴프레서 △빌트인 △시스템에어컨 등 B2B(기업간 거래) 매출도 긍정적 영향을 준 것으로 평가된다. B2B는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B2C보다 상대적으로 경기의 영향이 적다.
이에 따라 올해 LG전자 전체 매출에서 B2B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30% 중반을 돌파했고, 2030년까지 매출 40조 원을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하나증권 김록호 연구원은 "본업인 가전과 TV의 수요 약세에도 불구하고 경쟁사 대비 월등한 매출액 창출 능력을 입증했다"면서 "수익성 방어에도 성공해 가전 부문에서의 경쟁력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고 설명했다.
LG전자의 깜짝 실적 배경 중 하나는 '전장'이다. 시장의 예상보다는 부진했지만, 일부 프로젝트 납품 스케줄 조정 탓이란 지적이다. 앞서 2분기 610억 원의 적자도 GM(제너럴모터스)의 '볼트 EV 리콜' 관련 분담금 1510억 원을 반영한 탓이다. 이를 제외하면 898억 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전장을 담당하는 VS사업본부는 3분기 영업이익 1349억 원을 기록했다. 역대 분기 최대치다.
VS사업본부의 수익성은 좋은 모습을 보였다. 하이투자증권 고의영 연구원은 "2018년 이후 수주받은 수익성 높은 프로젝트의 매출 인식이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LG전자의 전장은 연말 100조 원 규모의 수주 잔고와 안정적 공급망 관리를 기반으로 성장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올해 처음으로 연간 매출 10조 원 달성도 가능하다는 평가다. LG전자는 전장 사업이 조만간 회사 전체 성장을 주도하는 주력사업 반열에 올라설 것으로 내다본다.
LG전자는 4분기에도 전장의 실적 성장을 기대한다. 멕시코 라모스 라이즈페의 LG마그나 이파워트레인 공장이 9월부터 본격적으로 가동해 향후 수익성과 수주 경쟁력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 멕시코 공장의 매출 비중은 내년 LG마그나 이파워트레인의 20%에 달할 전망이다.
키움증권 김지산 연구원은 "멕시코 공장이 본격 가동하고 헝가리 공장 설립도 진행하고 있어 북미와 유럽에서 전기차 부품의 고객 대응력과 수주 경쟁력이 향상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