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자 해롤드 핀터는 2005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다. 독특한 문체와 주제를 심도있게 탐구하며 연극계를 넘어 문화계 전반에 큰 영향을 끼친 예술가다. '핀터레스크'(Pinterresque)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부조리극의 대표적인 작가로 알려져 있다.
1961년작 '컬렉션'은 그의 작품세계가 잘 드러난 진실 찾기에 관한 추리극이다. 동성애 커플인 해리와 빌, 부부인 제임스와 스텔라가 출장지에서 생긴 두 남녀의 외도에 대해 각기 다른 이야기를 하며 진실을 찾아간다.
스텔라와 빌의 외도라는 축을 중심으로 네 명의 등장인물이 한 사건을 두고 다른 진술을 하는 모습을 통해 진위여부는 점점 모호해지고 관계는 얽힌다. 네 사람 각자의 이야기가 진실일 수도 있고 거짓일 수도 있다. 현실과 환상의 경계가 불분명해지며 보고 싶은 대로 보고, 생각하고 싶은 대로 생각하는, 현대 사회 인간의 확증편향적인 모습을 날카롭게 꼬집는다.
연출은 '전명출 평전', '베르나르다 알바'를 연출하고 2020년 '그날, 그날에'로 대한민국 연극대상을 받은 변유정이 맡았다. 서울시극단의 강신구와 김신기가 각각 '제임스'와 '해리'를, 드라마와 영화를 오가며 다양한 역할을 소화하는 정원조가 '빌', 전작 '카르멘'에서 지고지순한 사랑을 보여준 최나라가 '스텔라' 역을 연기한다.
변유정 연출은 "우리들은 서로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다"며 "서울시극단 네 명의 배우가 만드는 '컬렉션'은 인간의 심층(心層)을 들여다보며 일상의 대화 속 숨겨진 미스터리한 너와 나의 침묵을 끄집어내는 작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