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인요한 위원장을 포함한 13명의 혁신위원 인선을 완료하고 본격적인 닻을 올렸다. 혁신위원에는 여성이 7명으로 남성보다 많고, 2000년생 대학생도 명단에 포함되는 등 청년 비중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다만 그간 인 위원장이 '통합'을 강조한 것이 무색하게 비윤계 인사는 한 명도 포함되지 않았다.
박성중‧김경진‧오신환 '수도권 인사' 전면배치…여성‧청년 과반
26일 국민의힘은 최고위원회의에서 인 위원장이 구성한 혁신위원 인선안을 의결했다. 공식명칭은 '국민의 뜻으로, 국민과 함께 혁신위원회'로 정했고, 활동기한은 60일로 오는 12월 24일까지다. 혁신위는 27일 오후 첫 회의를 열고 본격 활동에 돌입한다. 인 위원장은 "당이 쓴 약을 꼭 먹어야 할 것이기에 아마 일주일이 지나면 당에서도 걱정을 많이 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로 확인된 '수도권 위기론'을 의식, 수도권 인사들을 전진 배치한 것이 특징이다. 서울 서초을 재선의원인 박성중 의원을 비롯해 김경진 서울 동대문을 당협위원장, 오신환 서울 광진을 당협위원장이 혁신위원에 이름을 올렸다.
아울러 정선화 전주시병 당협위원장, 정해용 전 대구시 경제부시장, 이소희 세종시의원이 명단에 포함됐다. 이젬마 경희대 국제대학 교수, 임장미 마이펫플러스 대표, 박소연 서울아산병원 소아치과 임상조교수, 최안나 세종대 행정학과 교수, 송희 전 대구MBC 앵커, 2000년대생인 박우진 경북대 농업생명과학대학 학생회장도 위원으로 임명됐다.
혁신위는 인선 기준으로 여성과 청년, 외부 인사를 강조했다. 13명의 혁신위원 중 여성이 7명이고, 1980년 이후 출생자가 6명이다. 또한 인 위원장을 포함해 7명은 비정치인이다. 인 위원장은 "인선 기준은 여성, 청년, 당과 관계없는 외부 인사들을 많이 배려했다"며 "그분들은 한마디로 브레인들"이라고 했다.
'비윤' 합류 불발에 '안방' 지역구 인사…출마 예정자 공정성 시비도
인 위원장은 취임 직후부터 '통합'을 강조했지만 혁신위 면면은 오히려 친윤 색채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온다. 유일한 현역 의원으로 포함된 박성중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인수위원회에서 활동했고, 부장검사 출신의 김경진 위원장 또한 대선 당시 윤석열 캠프에서 대외협력특보를 지낸 친윤 인사로 분류된다.
인 위원장은 '당에 쓴소리를 하는 비윤계가 포함되지 않았다'는 지적에 "제가 쓴소리 많이 할 거다. 그건 걱정하지 말라"고 일축했다. 앞서 천하람 순천갑 당협위원장과 윤희숙 전 의원은 혁신위 합류 제안을 거절했다고 알려지기도 했다.
아울러 혁신위는 수도권 인사를 배치했다고 강조했지만 정작 박 의원의 지역구는 국민의힘의 '안방'인 서초로, '수도권 위기론'에 걸맞는 목소리를 낼 수 있느냐는 비판도 나온다. 이날 비공개 최고위원회에서도 이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지만, 위원장의 결단을 존중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인선안이 의결됐다고 한다.
혁신위원에 내년 총선 출마가 예상되는 현직 당협위원장이 상당수 포함된 만큼 공천 기준을 다루는 과정에서 공정성 시비에 휘말릴 우려도 있다. 인 위원장은 서울 서대문 인재영입 대상자로 거론됐고, 외부인사를 제외한 혁신위원 대부분은 출마를 준비 중이다. 인 위원장은 '혁신위원들에게 불출마 약속을 받았느냐'는 질문에 "약속을 받은 것이 없다"며 "플레이어도 다양한 의견을 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당내에서는 위원 면면에 혁신을 기대할 파격적인 인선이 없다는 아쉬움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 초선의원은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다. 국민들이 볼 때 혁신의지가 보이는 사람이 하나라도 있나"라며 "대부분 친윤에 정치를 모르는 원외 인사인데 각을 세울 수 있는 얼굴이 안 보인다"고 혹평했다. 한 지도부 관계자도 "많은 이들이 합류를 거절한 상황에서 위원장 입장에서는 최선이었겠지만 솔직히 걱정이 되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