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을 지나 이제는 검찰이다. 금감원이 카카오 법인 등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하면서 카카오는 다른 국면을 맞게 됐다. 금감원이 검찰로 넘긴 피의자 이외에도 시세조종 공모 정황을 확인했다고 밝힌만큼 검찰의 칼끝은 카카오 경영진의 핵심까지 갈 것으로 보인다. 투자총괄대표에 이어 창업자까지 추가 송치 가능성이 커진만큼 카카오의 경영에도 비상이 걸렸다. 카카오의 '성장 엔진'이라고 할 수 있는 신사업도 IPO 계획도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
카카오뱅크 대주주 지위 흔들
금감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특사경)이 카카오 법인을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함에 따라 카카오뱅크의 대주주 적격성 문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가 카카오뱅크의 대주주인만큼 벌금형 이상의 처분을 받으면 인터넷은행특례법에 따라 카카오뱅크의 대주주 자격을 잃을 수 있어서다.수사 결과에 따라 금융당국은 대주주 적격성 충족 명령을 내리게 된다. 해당 대주주는 금융당국이 제시한 기일 내 문제를 해결해야 대주주 자격이 유지되다. 그러나 형사 처벌은 기일 내 문제를 해결할 수가 없는 사안이다. 이 같은 경우 6개월 안에 대주주 보유 지분 중 10% 남기고 나머지 모두를 처분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다만 매각 현실화가 될 지는 알 수 없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대주주가 행정 소송을 걸 경우 길고 지루한 사법 절차를 진행해야 해서다. 금융계는 3~5년이라는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실제 상상인 계열 저축은행은 강제 매각과 관련해 금융당국과 법정 공방 벌이고 있다. 상상인은 지난 2019년 대주주가 전환사채를 저가에 취득할 수 있도록 형식상 공매를 꾸민 혐의까지 더해 금융당국의 중징계를 받았다. 이에 불복한 상상인이 행정소송을 제기해 법정공방이 약 5년간 이어졌다. 대법원은 지난 5월에서야 금융위의 처분이 합당하다고 판결했다.
경영진 의사 결정 올스톱… IPO · 신사업 급제동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가 기소 의견으로 송치된 것도 카카오에 큰 타격이다. 카카오의 투자 전략 총책임자인 배 대표가 구속 상태에서 검찰 수사를 받게 되면서 당분간 인수합병과 기업공개는 사실상 전면중단 상태가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어서다.사법리스크의 '트리거'가 된 카카오엔터테인먼트도 IPO에 속도를 냈었지만, 시세 조종 이슈가 터지면서 급제동이 걸렸다. 최악의 경우 SM경영권을 빼앗길 수 있다는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 24일 "불법 거래를 통해 이루고자 하는 기업적·경제적 구조가 있다면 그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사회정의에 부합한다"고 말했다. 금감원이 카카오의 SM엔터 인수를 무효로 할 수 없는만큼, 카카오에 SM엔터를 매각하라는 압박을 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향후 IPO를 염두에 두고 설립한 카카오페이증권, 카카오페이손해보험 등의 운명도 불투명해졌다. IPO 가능성이 사라진 마당에 수익성 없이 손실 규모만 커지고 있는 사업을 유지할 명분이 없다는 것이다. 증권사들은 두 회사의 모회사인 카카오페이가 3분기에 332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관측했다.
미래 사업의 핵심 축을 담당하는 초거대 인공지능(AI) 사업 추진도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분위기다. 애초 카카오는 올해 상반기 중에 자체 초거대 AI 모델인 '코GPT 2.0'을 공개하기로 했으나 이후 계속 발표 시점이 늦춰졌다. 최근 사건사고가 연달아 터지면서 연내 공개가 불투명하다는 전망이 업계 안팎에서 제기된다. 하지만 카카오는 여전히 연내 공개를 목표로 하고 있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업계에서는 카카오가 그룹 전략 방향을 조율하고 지원하는 CA협의체 중심의 비상 경영체제로 전환할 것으로 보고 있다. 창업자 등 핵심 경영진들의 사법처리에 대비해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할 처지여서다. 카카오는 지난 9월 CA협의체를 권대열 카카오 정책센터장(위기관리), 김정호 브라이언임팩트 이사장(경영지원), 정신아 카카오벤처스 대표(사업), 배재현 투자총괄대표(투자) 4인 총괄 체제로 전환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