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과 가자지구간 전쟁의 불길이 이스라엘과 유엔간 갈등으로 옮겨 붙고 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25일(현지시간) 전날 자신의 발언을 이스라엘이 왜곡했다며 극도의 불만감을 표출했다.
그는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이스라엘을 겨냥해 "어제 안보리에서 내 발언 일부가 하마스의 테러를 정당화하는 것으로 잘못 해석된 데 대해 충격을 받았다"라며 "이는 사실이 아닐 뿐 아니라 정반대다. 피해자와 그 가족들에 대한 예의 차원에서 사실을 바로 잡고 싶다"고 말했다.
전날 구테흐스 총장은 팔레스타인 문제를 의제로 열린 안보리 회의에서 "하마스의 공격이 진공 상태에서 발생한 게 아니라는 점을 인식하는 게 중요하다. 팔레스타인인들은 56년간 숨 막히는 점령에 시달려왔다"라고 언급했었다.
그러자 이스라엘이 이 발언을 문제 삼았다.
길라드 에르단 유엔 주재 이스라엘 대사는 이스라엘에 대한 편견과 중오가 유엔에서 계속되고 있다면서 구테흐스 총장의 사퇴를 요구했다.
그는 엑스(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하마스 공격이 진공에서 발생하지 않았다는 발언은 테러와 살인을 이해한다는 표현"이라며 "홀로코스트 이후 만들어진 조직의 수장이 그런 끔찍한 견해를 가진 것에 진심으로 통탄한다"라고 비난했다.
이스라엘 정부는 구테흐스 총장이 이스라엘의 명예를 훼손했다면서 그를 포함한 유엔 대표들의 이스라엘 입국용 비자 발급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구테흐스 총장은 이날 성명에서 자신이 전날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슬픔이 하마스의 끔찍한 공격을 정당화할 수는 없고, 바로 그 끔찍한 공격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집단 처형을 정당화할 수 없다"고 말한 부분을 다시 상기시켰다.
이 발언으로 볼때 자신은 하마스와 이스라엘 가운데 어느 쪽도 편들지 않고 공정하게 비판했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구테흐스 사무총장이 하마스와 이스라엘을 동일선상에 높고 비판한 것 자체가 이스라엘에겐 불명예라라고 보는 듯 하다.
영국 언론 가디언은 이 같은 양측간 공박에 대해 "심한 갈등"이라고 분석했다.
이 매체는 "팔레스타인 난민들을 위한 유엔 인도주의 기구인 유엔팔레스타인난민기구가 이스라엘의 연료 봉쇄로 인해 병원 치료 제공을 포함한 가자 지구에서의 활동을 중단할 수 밖에 없다고 경고한 가운데, 구테흐스와 이스라엘 관리들 사이의 개인적인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영국 외교관 출신인 마틴 그리피스 유엔 인도주의·긴급구호 사무차장은 앞서 가자지구에 대한 유엔의 지원 수준이 비참할 정도로 불충분하다며 가자지구에 대한 지원을 허용하기 위해 휴전을 촉구한 바 있다.
한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는 이날 이번 전쟁 관련한 결의안에 대해 논의했으나 채택하지는 못했다.
이날 제출된 결의안은 미국과 러시아가 각각 낸 것이다.
미국측 결의안은 하마스 공격의 규탄과 가자지구내 교전의 인도주의적 일시중지'(humanitarian pause)를 촉구하는 내용을 담았다.
하지만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와 중국 그리고 아랍에미리트(UAE)이 '휴전'에 대한 언급이 없다는 이유로 반대해 부결됐다.
러시아측 결의안은 인도주의적 접근을 위해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휴전을 촉구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번에는 미국과 영국 등이 거부권을 행사했다.
프랑스는 휴전에 찬성하는 입장이다.
안보리는 지난 18일에도 가자지구에 대한 인도주의적 접근 허용을 촉구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논의했으나 역시 채택하지 못했다.
당시 안보리 이사국 15개국 중 12국이 찬성표를 던졌으나 미국은 "이스라엘의 자위권 언급이 없는 결의안 초안에 실망했다"며 거부권을 행사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유엔 안보리는 2009년 1월 이후 이스라엘 관련한 결의안을 한 건도 채택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은 그 동안 총 46차례에 걸쳐 이스라엘에 대한 결의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