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래 여학생을 성폭행하는 과정에서 건물 아래로 떨어져 숨지게 한 이른바 '인하대 성폭행 추락사' 사건의 피고인이 징역 20년을 확정받았다. 살인 혐의는 인정되지 않았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26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강간 등 살인) 혐의로 기소된 인하대생 김모(21)씨에 대해 징역 20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8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와 10년간 아동·청소년·장애인 관련 기관 취업 금지 명령도 유지했다.
김씨는 지난해 7월 15일 새벽 인천시 미추홀구 인하대 캠퍼스 내 5층짜리 단과대 건물에서 또래 여학생을 성폭행하는 과정에서 건물 아래로 추락해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그는 이후 구호 조치 없이 달아나 숨었다가 당일 붙잡혔다.
검찰은 김씨가 피해자의 사망을 충분히 예측할 수 있었으므로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며 강간살인 혐의를 적용했다.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은 사망할 가능성을 예상했고 사망해도 어쩔 수 없다는 인식이 있었을 때 인정된다.
1심은 죄질이 극도로 불량하고 비난 가능성이 높다며 권고 형량보다 높은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다만 살인의 고의를 인정할 수 없다고 보고 준강간치사죄를 적용했다.
당시 재판부는 "피고인의 주된 목적은 성관계이며 피해자를 창밖으로 떨어뜨려 살해하거나 피해자가 사망하는 결과를 용인하는 의사까지 있었다고 보이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2심 재판부 역시 "살인의 동기나 정황도 보이지 않는다. 검찰이 항소심에 추가 제출한 증거를 봐도 살인 고의를 인정하기엔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며 "준강간 살인죄가 아닌 준강간 치사죄를 인정한 원심 판결은 타당하다"라며 징역 20년을 유지했다.
대법원도 "항소심 판단에 살인의 고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고, 여러 사정을 살펴봐도 징역 20년을 선고한 1심을 그대로 유지한 2심의 형량이 너무 무겁다고 볼 수 없다"며 이날 형을 확정했다.